바다 속의 노략질, 불법어업(IUU)

Feature Story - 2014-05-31
한국 바다의 날은, 1996년 바다에 대한 국민 인식을 증진한다는 취지로 처음 제정되었습니다. 오늘 열 아홉번 째 바다의 날을 맞아,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하나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바다 속 노략질, 불법어업(IUU)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난 해부터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를 통해 우리나라 원양업계의 불법어업에 대해 한 두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불법어업(IUU)이란 무엇일까요? 인터넷에 검색하면 불법(Illegal), 비보고(Unreported), 비규제(Unregulated) 어업을 총칭하는 말로 법을 지키지 않는 일련의 반 규범적인 어업활동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저는 불법어업을 바다에서 일어나는 ‘노략질’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평화로운 깊은 바닷속은, 사실 육지의 풍경과 비슷합니다. 산도 있고 야트막한 언덕도 깊은 골짜기도 평원도 있지요.  수천 수만 년 동안 이러한 주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있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플랑크톤부터 각종 해조류, 산호초, 신비로운 온갖 저서생물들, 수많은 어류에 이르기까지 기기묘묘한 형태를 뽐내는 아름다운 피조물들이 일체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깊은 아마존 원시림과도 같은, 완벽히 조화로운 모습입니다.

그런데 평화롭던 이 바다 속 마을에 어느 날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대형 그물이 들이닥칩니다. 그물은 어미를 따라 장난치던 어린 물고기부터 골짜기 곳곳 아름답게 자리하던 산호초 군락까지 모조리 닥치는 대로 긁어가며 쓸어 담습니다. 실로 아비규환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잔인하게 파괴하는 것일까요? 육상에서 밀렵꾼들이 하는 무차별적인 밀렵이 바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무시무시한 싹쓸이 사냥이 끝난 뒤 그 상흔이 채 회복되기 전에 또 다른 밀렵꾼들이 몰려옵니다.

돈과 기술을 앞세운 인간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합니다. 바다도 예외는 아닙니다. 많이 잡는 것만이 목적인 무자비한 노략질 앞에 법은 소용이 없습니다. 인류 공동의 유산인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망치는 무서운 범죄가 바로 이 불법어업입니다. 여러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이러한 불법어업으로 도둑맞는 수산자원이 약 1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자원을 도둑 맞을 뿐만 아니라 파괴된 해양 생태계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겁니다.

불법어업은 없어져야 합니다. 현재의 인류와 우리 다음 세대에 대한 중차대한 범죄입니다.그런데 이 범죄의 심각한 주범으로, 국제 사회는 한국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미국이 우리나라를 불법어업 국가로 지정한 뒤, 연이어 유럽 연합은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하였습니다. 유럽연합의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각없이 바다 속 노략질을 해 온 원양업계를 제대로 처벌한 적이 없습니다. 불법 어업을 완전히 뿌리뽑고 나서야, 매 해 돌아오는 “바다의 날”에 진심으로 바다를 기억하고 축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박지현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해양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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