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불법어업국 지정을 막기 위한 제안

Feature Story - 2014-06-11
한국은 약 90여개 원양업체가 344척의 어선을 거느린 원양대국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세계 곳곳에서 한국 원양어선들의 연이은 불법어업들은 위상에 걸맞지 않았지요. 이런 연유로 작년 1월 미국이 한국을 불법어업국으로, 11월 유럽연합이 한국을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EU)이 불법어업국 확정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오늘까지 집행위원회의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의 이행 노력을 점검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작년에 개정된 원양산업발전법은 사실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어, 불법어업을 근절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불법어업 혐의가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조사할지 구체적이고 명확한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고, 돈을 내고 징역이나 벌금과 같이 심각한 처벌을 피할 수도 있습니다. 법 적용 대상도, 소유자가 한국인이어도 외국에 유령회사를 설립한다거나 기타 금융 수단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은 왜 이렇게 허술할까요? 현재 원양어업을 관리하는 유일한 수단인 이 법은, 사실 기본 방향 자체가 더 많이 잡기 위한 원양산업의 '양적 성장'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지금까지 해양수산부는 식량자원 확보와 국가 수입 증대를 내세우며, 수산자원의 보존보다는 원양업계의 이익을 우선시 해왔습니다.

일례로, 한 한국 업체가 2011년에 남극해에서 저지른 심각한 불법어업행위가 적발된 일이 있습니다. 국제수산기구의 모든 회원국이 강력한 처벌로 의견을 모을 때, 한국 정부는 이 업체에 고작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로 업계를 두둔해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습니다. 그리고 이런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결국 미국과 유럽연합이 우리나라를 불법어업국,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린피스는 최근 국제해양수산법 전문가와 함께 법 상의 이런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국제법규를 위반하거나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보완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혁안은 불법어업의 감독, 통제, 감시 체계 강화를 통해 확실히 불법어업을 근절하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수산자원 관리를 중심으로 원양수산정책의 방향 전환을 골자로 합니다. 이 개혁안은 해양수산부는 물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온 세계가 수산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해 다 같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역별 국제수산기구에서도, 원양어선들이 조업을 하는 해역을 영해로 지닌 연안국들도 각자 애를 쓰고, 또 유럽연합이나 미국 같은 거대 시장국가들은 또 이번처럼 불법어업국을 지정하여 경제제재를 가함으로써 불법어업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같이 먼 바다에 나가서 어업을 하는 조업국 또한  그 몫을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되면, 당장의 타격이 있습니다. 먼저 유럽연합으로의 수출길이 막힙니다. 국가 신인도에도 큰 상처를 입겠지요. 한국과 함께 예비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가나, 퀴라소 등 행정 제도가 취약한 나라들 뿐이니까요.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 한국도 국제사회의 노력에 발맞춰, 많이 잡고 보자는 구시대적 개발 논리에서 벗어나 수산자원을 관리·보존하고 어업을 이어가는 지속가능 수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기회입니다. 

 

글: 한정희 해양캠페이너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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