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에 오른 생선의 속내

Feature Story - 2014-08-29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음식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추석에서 풍성한 밥상은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추석은 무엇보다 가족과 친척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 해의 수고를 격려하고 감사를 나누는 자리인 것이죠. 하지만, 이 감격의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기쁨을 반으로 줄이고 불쾌함을 배가 시키는 밥상 위의 씁쓸한 그림자. 차례상과 추석 밥상에 많이 올리는 ‘생선’, 아니 생선이 잡혀온 ‘사연’ 이 그 주범입니다.

추석 밥상에 오른 생선의 속내

‘설에는 옷을 얻어 입고 한가위에는 음식을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추석에서 풍성한 밥상은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추석은 무엇보다 가족과 친척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한 해의 수고를 격려하고 감사를 나누는 자리인 것이죠. 하지만, 이 감격의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기쁨을 반으로 줄이고 불쾌함을 배가 시키는 밥상 위의 씁쓸한 그림자. 차례상과 추석 밥상에 많이 올리는 ‘생선’, 아니 생선이 잡혀온 ‘사연’ 이 그 주범입니다.

햄버거 커넥션’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햄버거의 재료가 되는 쇠고기를 얻기 위해 조성되는 목장, 목장을 얻기 위해 파괴되는 열대림, 이로 인해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말합니다. 햄버거 커넥션은 소고기 패티 하나와 맞바꾼 환경 파괴의 값이 얼마나 비싼지에 대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기며 문제의식을 심어줬습니다.  

지구 환경 문제를 야기한 커넥션은 육식에서만 그치지 않습니다. 저 바다 깊은 곳의 일이라 잘 보이지 않는 듯한 ‘생선 커넥션’도 자원고갈과 인권침해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바다 자원은 항상 풍부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 간 더 많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선을 늘리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몰두해 왔지만, 그 결과 이제는 잡는 물고기 숫자가 바다에 남아있는 물고기 숫자보다 더 큰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놓일 만큼 과도하게 잡는 물고기는 전체 물고기의 87%에 달합니다(FAO 2012년 발표 기준). 또한 일부 원양어선들의 불법어업으로, 지난 50년간 아프리카 수산자원은 50%나 급감했고, 가뜩이나 식량문제로 힘겨워 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더 굶주리게 되었죠. 얼마 전, 인권의 사각지대인 배 안에서 선원들은 구타와 성희롱, 심지어 살인까지 당한다는 가디언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과 행복을 비는 추석 밥상에, 이렇게 사연 많은(?) 생선을 앞에 두고 덕담을 주고 받는 건 별로 유쾌한 풍경이 아닙니다. 이런 사연은 추석 선물 인기 품목 중 하나인 참치에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참치 잡이 그물을 사용되는 그물은, 손톱보다 작은 치어나 바다거북이나 상어와 같은 멸종 위기 물고기들이 함께 잡게 됩니다. 멸종위기 종인 남방 참다랑어와 같은 참치를 구분하지 않고 잡아 통조림을 만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보내려던 선물에 한 생물의 멸종 위기를 함께 담아 보내는 셈이라면 어떨까요?

사실 생선 커넥션처럼 보이지 않는 이력을 추적해 문제의 근본을 완전히 파헤치기란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다를 텅 비게 하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주민들 식량을 빼앗는 이 불법 어업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시장의 생선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되는 한 편 수족관의 희귀 생물 코너에서 참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불법어업으로 잡힌 물고기가 내 밥상 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생선 이력 확인, 불법어업 단속 등의 정책 제안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불법어업을 저지른 기업에는 보이콧을 하고,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그룹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도 큰 힘을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민족의 큰 명절 추석, 진정으로 속까지 풍성한 음식을 나눔으로써 더 행복한 추석 되시길 바랍니다.

 

글: 김혜린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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