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이너의 목소리] 내가 만난 후쿠시마 피해자들, 돌아오지 않은 삶 | 그린피스

[캠페이너의 목소리] 내가 만난 후쿠시마 피해자들, 돌아오지 않은 삶

Feature Story - 2014-03-07
저는 지난 달,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에 참여하며 세계 각국의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함께 일본 후쿠시마현을 방문했습니다. 투어를 통해 제가 만난 후쿠시마 피해자들은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원전업계로부터 끊임없이 상처를 받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확실함 속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난 달,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에 참여하며 세계 각국의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함께 일본 후쿠시마현을 방문했습니다. 투어를 통해 제가 만난 후쿠시마 피해자들은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원전업계로부터 끊임없이 상처를 받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확실함 속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타무라시에서 땅을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30년이 넘도록 유기농업을 하시다가 이제는 지역 농산물 가게를 운영하시는 오카와라씨 부부. 이분들은 땅이 자식 같아서 오염된 것을 알고도 차마 버리고 떠날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아 있는 이유를 조심스럽게 여쭤봤습니다.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에 남아 삶을 지속하는 것이 ‘이제 후쿠시마는 괜찮다’는 걸로 읽히지 않을까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아내분께서 충혈된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삶의 단 어느 것 하나도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없습니다.”

이타테시에서 마찬가지로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피난을 떠나온 칸노 히로시씨도 만났습니다. 그는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확을 할 수 없는 농부’가 된 것이 슬프다고 하셨습니다.

“힘드셨겠지만 그래도 지난 3년간 소소하게나마 행복했던 순간은 없었나요?”

칸노씨가 표정의 변화 없이 가슴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3년간 아주 짧게라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제 마음이 행복을 느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랬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면 서울과 다를 바 없었지만, 방사능 측정기를 키면 경고음이 끊임없이 시끄럽게 울려댔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피난을 떠나 있는 사람도, 남아서 땅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여전히 막막함 속에서 방사능에 대한 염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부러라도 떨쳐내려고 갖은 노력을 하며 하루 하루를 힘들게 버텨내고 계셨습니다.

“피난 가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은 다 컨트롤 되고 있다”, “제염 작업을 통해서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갔다,” “조사를 해보니 건강에는 문제는 없다”라는 사고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정부, 원전 업계, 동원된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거짓말 속에서 20만 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만이 제 때에 보호받지 못하고, 엄청난 고통을 받고,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에 방사능 오염에 대한 생각 차이로 이혼한 부부들도 수백 쌍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원전사고로 인한 간접 사망자 수(1,605명)가 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직접 사망자 수(1,603명)를 넘어섰습니다. 삶의 터전과 직업, 공동체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비극적인 자살을 택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퇴비 창고에 목을 매고 자살한 54세의 한 농부는 "원전 재앙만 없었더라면……”이라고 유서를 남겼다고 합니다.

많은 피난민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접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은 매달 피난민들에게 지급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미미한 보상금(약 백만원)조차 감당하기 힘든가봅니다. 허술한 제염작업과 의도적으로 낮게 측정한 방사능 수치를 들이대며 (전보다 20배나 높은 관리 기준치)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보상금을 끊기 시작했습니다.

원자력발전을 지속하는 것은 인류를 향한 범죄행위입니다. 구조적인 불평등과 차별 없이 원자력발전은 운영될 수 없습니다.

가장 낡고 오래된 고리1호기를 비롯하여 현재 6개에서 앞으로 무려 12개의 원자로가 한 곳에 들어서게 되는 부산과 울산 인근에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고리 원전 인근 30km 반경에는 무려 340만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제 친형 내외와 예쁜 조카들도 포함됩니다. 일단 사고가 나면 수백만 명의 가족, 친구, 이웃들이 제때에 정확한 정보를 받지 못할 것이고, 혼돈 속에서 방사능 피폭에 노출될 것입니다. 결국, 지금의 후쿠시마 피해자들처럼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 받을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원전 밀집도때문에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누구도 그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직접적 책임이 있는 원전 업계는 책임을 지지 않고 천문학적인 피해 및 복구 비용은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데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일 당장 후쿠시마가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하루라도 빨리 탈핵을 선언하고 점진적으로 더 싸고, 깨끗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늘려나갈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될 것입니다.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캠페이너의 목소리 by 장다울

기후에너지 선임 캠페이너
Senior Climate & Energy Campaigner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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