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섭 교수의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

Feature Story - 2014-03-12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린피스와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에 함께 했던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그는 후쿠시마를 다녀온 뒤부터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린피스와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에 함께 했던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교수(국민대 시각디자인과). 그는 후쿠시마를 다녀온 뒤부터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국민대 교수

지난 2월 말, 윤호섭 교수는 그린피스와 함께 후쿠시마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총 5일 동안 후쿠시마 사고 피해자이자 전직 농부, 낙농업자였던 아버지들, 유치원 교사였던 세 남매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그들의 고통과 일본 정부 및 기업의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 직접 듣고 온 그는 “책이나 기사에서 읽던 이야기를 눈앞에서 목격하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특히 흙과 숲을 밟으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고 방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질문도, 위로의 말도 할 수 없었지요”라고 회상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그는 얼마 전까지 대피지역이었던 다테시에 살고 있는 세 남매에게 해·달·별 티셔츠를 선물하기로 마음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런 세상을 물려주는 세대로서 죄책감이 커요. 다음 세대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니 작은 것,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더군요. 사람은 매 순간 느끼는 기쁨의 감정으로 살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게 삶이니까요.”

그는 세 남매에게 그런 기쁨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해, 달, 별이 웃고 있는 그림이 담긴 티셔츠를 보내주어 아이들이 방 안에서라도 하늘의 별을 보는 느낌을 주고 싶은 바람이었지요.

‘탈핵 티셔츠’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후쿠시마의 피해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탈핵의 필요성을 전하기 위해 투어를 다녀온 뒤에도 ‘후쿠시마 3주기 탈핵문화제’에서, 그가 늘 자연의 소중함을 전해왔던 ‘인사동 거리’에서도 프로젝트를 이어갔습니다. 사실 윤교수가 환경보호 메시지를 티셔츠에 담아 일반시민들에게 전한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이미 2002년부터 눈이 오든 폭풍우가 치든, 노점상 취급을 받아 쫓겨나든 매주 일요일마다 해왔으니까요.

“사람이라면 환경문제를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정상이에요. 보편적으로 낭비가 너무 심합니다. 문제의식이 부족하고 가치기준도 비뚤어져 있지요. 다 윤리 정의 철학에 관한 교육의 부재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그는 그린디자인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돌려보내는 일도 종종 있다고 했습니다. “이미 실력이 출중하고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으면 책상머리에서 공부하지 말고, 빨리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활동하는 편이 낫다”는 거죠. 지금 그가 특히 시급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원자력발전입니다. 그는 그린피스와 함께 원전사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난 경험을 계기로 자신이 느낀 문제의식을 다른 이들도 공감하고, 해결책을 위해 모두가 함께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계속 탈핵을 지지하는 그림을 그릴 겁니다. 앞으로 하게 될 강연들에서도 후쿠시마 증언자 투어 이야기를 할 생각이에요. 남은 생, 제가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애정을 갖고 이 활동을 쭉 해나갈 겁니다.”

그렇다면 그림을 그릴 재능도 없고, 해박한 환경지식도 갖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답합니다. “자기 의식주 절약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옷 많이 사고, 전기 쉽게 쓰는 것. 그런 생활 습관이 원전을 더 짓게 하는 겁니다.”

윤교수는 서울 우이동 작업실에 3Kw짜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자가발전에만 의존해 살고 있습니다. 차나 냉장고 사용도 끊은 지 오래입니다. “쉽게 전기를 쓸 때마다 핵발전소는 내가 짓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삶의 방식과 추구하는 가치가 온전히 탈핵을 향해 있는 윤호섭 교수. 그린피스는 평범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영감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내일로 이끌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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