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전쟁, 한국은 얼마나 준비되었는가

Feature Story - 2014-04-28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기이하게 변해가는 날씨를 겪고 있고, 지구 전체의 온도가 2~3도 오르는 것은 계절의 변화로 겪는 온도변화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방출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지구를 보게 될까요?

2013년 태풍 하이옌의 위성사진 모습

기후변화라는 말. 너무 흔해졌습니다. 이 현상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기도 전에 이미 진부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어떤 이들은 ‘기후변화는 허상’이라며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려 합니다. 어떤 이들은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공허한 외침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기이하게 변해가는 날씨를 겪고 있고, 지구 전체의 온도가 2~3도 오르는 것은 계절의 변화로 겪는 온도변화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계속해서 방출한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지구를 보게 될까요?

‘기후전쟁’은 다가온 현실

10년 전 미국 국방부 산하 CIA는 “향후 50년간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기후변화로 야기된 식량과 자원의 부족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일찌감치 전망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2050년 상황을 예견한 보고서(IPCC 제4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커다란 강들은 유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합니다. 또, 잦은 홍수로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위험에 취약해집니다. 전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주로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이며, 홍수와 가뭄으로 수인성 전염병이 돌아 사망률도 높아질 것입다.

더 이상 기후변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만은 없습니다. 식량을 비롯한 자원문제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었음을 생각한다면 곧 다가올, 어쩌면 이미 시작된 이 상황은 가히 ‘기후전쟁’[1]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후전쟁’ 채비에 나선 세계

초국가적인 기후전쟁의 심각성을 일찍이 깨달은 유럽연합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등의 전력생산형태를 바꾸기 위해 구체적 목표를 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럽연합 27개국은 2020년까지 최종 에너지 소비의 2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중 스웨덴은 49%라는 독보적인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대 기준 2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은 태양광 일조량이 스페인 및 미국에 비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시민들의 참여로 태양광으로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스페인은 오일쇼크를 겪은 뒤, 1980년대에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2009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풍력 설비를 보유한 나라가 됐고, 재생가능에너지가 원자력에 이어 가장 큰 에너지원이 됐습니다.

목표만 있고 계획은 없는 한국의 ‘기후전쟁’ 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한국은 지금까지 기후전쟁을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해왔습니다. 지난 10년동안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는데, 2012년 한국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한해 4개의 태풍이 상륙했고, 13번에 걸친 홍수예보 발령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른 재산피해는 각각 1조 23억원, 287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에는 이상 열대야로 인한 온열질환자수가 급증해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앞으로 20년동안 석탄화력발전소와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2011년 1조 34억원에서 2014년 8,027억원으로 꾸준히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은 이 모든 정책들과는 정반대입니다.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줄이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그것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전쟁 같은 재난상황에 놓일 것을 대비해 국가에 요구되는 것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입니다. 기후전쟁의 규모와 파괴력, 복구에 드는 자원은 가늠할 수 조차 없습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과 보고서의 경고를 듣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모습은 기후변화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를 받을 국민들을 외면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더러운 화석에너지와 위험한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 다가올 ‘기후전쟁’에 현명하게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글: 이현숙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1] 독일의 사회심리학자 하랄트 벨처가 쓴 <기후전쟁>은 기후변화가 전지구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비단 자연과학적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 문제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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