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원전대신 재생에너지가 대안

Feature Story - 2015-10-23
실제로 OECD국가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한국만이 거의 유일하게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도 세계에너지 전망 보고서 (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공격적 원전 확대로 인해 OECD국가의 원전 감소 추세가 확대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13일 울산 울주군의 작은 마을은 이른 새벽부터 비상 사이렌 소리로 요란했다. 그린피스 활동가 5명이 고리원자력발전소 앞 해상방벽에서 추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해경이 출동했기 때문이다.

40분간 이어진 평화적 시위는 아무런 물리적 충돌 없이, 활동가들이 자진 해산하면서 마무리됐다. 이들이 민간인 출입 제한구역인 해상을 통과해 발전소 앞 방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울산과 부산에 걸쳐 위치한 고리원전은 이미 건설이 완료된 신고리 3호기가 운영을 시작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가 된다. 또한 내년에는 신고리 4호기가 추가로 운영을 시작할 예정으로 고리에는 총 8개의 원전이 밀집 운영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2개의 원전인,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젊은 활동가들은 추가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고리 원전 인근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추가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의 모든 원전 단지는 6개 이상의 원전이 모여 있기 때문에 원전을 밀집해서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6개 이상의 원전이 밀집해 운영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전 세계 원전 단지 187개소 중 70%는 원전 1개 또는 2개를 운영 중이고, 단 11개소(6%)만이 6개 이상의 원전을 밀집해 운영 중이다. 한국의 모든 원전 단지는 이 6%에 속할 만큼 전 세계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다. 밀집 운영을 피하려는 이유는 사고 확률이 증가되며 사고 발생시 가중되는 위험 때문이다.

원전 사고 발생시 가장 직접적이고 큰 피해를 받게 되는 구간은 반경 30㎞ 이내라고 한다. 고리의 경우 이 반경 내에는 34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살고 있고 국가의 핵심 경제 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다.

또 다수호기 부지인 고리 원전의 위험은 비단 울산과 부산 시민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 파장은 한반도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스케 콘도 일본원자력에너지위원회 의장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3월25일 간 나오토 전 수상에게 제출한 '후쿠시마 사고 및 긴급사태 대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호기가 밀집돼 있던 후쿠시마 원전 6개가 모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경우 원전 인근 반경 170km에서 최대 250㎞ 지역에 있는 3100만명의 시민들을 대피시켜야 된다는 사항이 포함됐다. 

이런 분석을 고리에 대입하면 단지 내 여러 개의 원전에서 문제가 연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대전, 광주, 강원도 해안 지역 등에 사는 모든 시민들이 대피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는 것이 불필요한 가정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장담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위험이 존재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사실 한국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원전을 서서히 줄여나가며 그 대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에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실제로 OECD국가들은 신규 원전 건설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한국만이 거의 유일하게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013년도 세계에너지 전망 보고서 (World Energy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공격적 원전 확대로 인해 OECD국가의 원전 감소 추세가 확대로 돌아서고 있다. 

사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원전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1996년 원전은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6%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이 수치가 10.8%로 급락했고, 이와 대비해서 재생에너지의 증가 속도는 지난 15년간 실로 엄청나다.

작년 한 해 만도 신규 에너지원에 대한 국제 투자액 규모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위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49%를 차지한다. 심지어 중국을 포함해 원전 확대를 급격하게 늘려 나간다고 알려진 몇 몇 나라들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확대 정책은 뚜렷해 보인다. 예를 들어, 작년 중국의 경우도 원전에는 80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830억달러를 넘었다. 

또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원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본다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인 동시에,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첨단 기술력이 국제 경쟁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이 과거 기술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현명한 선택을 할 시간도, 기회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존재한다. 활동가들이 전달하려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정부는 변화를 위한 준비를 서둘러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 글은 10월 22일자 인천일보에 기고된 글입니다.

 

글: 고수인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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