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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체르노빌

글: 라시드 알리모프, 원자력 캠페이너

1986년 4월 26일 아침,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폭발했습니다. 34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에서는 여전히 방사능 오염이 진행 중입니다. 수명이 긴 방사성 핵종이 누출되었다는 것은 이 재앙이 수십 년 계속될 거라는 의미죠.

지난 4월 3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이례적으로 덥고 건조한 날씨, 게다가 바람마저 강한 탓이었죠. 이번 산불은 지금까지 체르노빌의 출입금지 구역에서 발생한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유럽 최대 야생동물 서식지 중 하나이기도 한 이곳이 산불 피해를 극복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겁니다.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 내 산불 위성사진, 2020년 4월 18일 촬영 © Greenpeace Global Mapping Hub 출처: NASA Worldview, OpenStreetMap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 내 산불 위성사진, 2020년 4월 18일 촬영 © Greenpeace Global Mapping Hub 출처: NASA Worldview, OpenStreetMap

저는 그린피스 러시아 산림팀 및 글로벌매핑허브와 함께 이번 산불을 시작부터 추적해 왔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지금까지 체르노빌 출입금지 구역 57,000 헥타르가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 출입금지 구역 중 22%를 차지하는 면적이죠.

산불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2020년 4월 23일)도 가장 큰 불더미 가운데 최소 세 개는 계속 번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옛날 원전 부지에서 멀지 않습니다. 사고가 난 4호기를 봉인한 석관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곳이죠.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소방대원 및 산림관리원 수백 명이 지금 이곳에서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바람이 불면서 연기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지난 4월 16일, 화재 현장에서 250km 떨어진 키예프시에서는 스모그가 발생했습니다.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높은 방사능 수치가 확인되었죠. 연기와 재는 국경을 넘어갑니다. 노르웨이의 방사선원자력안전국은 자국 내 대기 중 세슘-137 농도가 약간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세슘-137을 비롯한 방사성 핵종의 대기 중 활동이 증가하면 암 발병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산불 냄새를 맡는 사람은 누구든 이들 방사성 물질을 흡입할 수 있죠.

그렇습니다. 잠재적으로 위험한 방사성 핵종이 산불로 발생하는 연무를 타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1986년 사고 이후, 숲의 나무와 표토층에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오염 지역 인근 마을의 주민이 앞으로 300년 동안 숲을 이용할 권리를 빼앗긴 것도 같은 이유죠. 체르노빌 원전 주변의 ‘출입금지 구역’은 34년이 지난 지금도 세슘-137, 스트론튬-90, 아메리슘-241, 플루토늄-238, 플루토늄-239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습니다. 플루토늄 입자는 그 중 가장 독성이 강한데, 세슘-137보다 250배 가량 유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인근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60km 떨어진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인근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이들 입자는 산불로 인해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다시 바람을 타고 멀리 퍼지면서 방사능 오염 영역을 넓힙니다. 이번 산불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배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얼마나 멀리 이동했는지도 알 수가 없죠. 대부분의 방사성 핵종은 그 입자가 무겁기 때문에 출입금지 구역 및 인근 지역에 내려 앉을 가능성이 있을 뿐입니다.

2015년에 이곳에서는 지금보다 작은 규모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세슘-137 10.9TBq, 스트론튬-90 1.5TBq, 플루토늄-238 7.8GBq, 플루토늄-239 6.3GBq, 플루토늄-239 9.4GBq, 아메리슘-241 29.7GBq이 배출된 사실을 확인했죠. 이번에는 산불의 규모가 크니 배출량도 더 많을 겁니다.

화재 현장 주변의 소방대원 및 지역 주민은 연기 흡입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키예프 같은 도시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연기 흡입, 장기적으로는 오염된 열매, 버섯, 우유가 지역 시장에 유통되고 소비되면서 내부 피폭의 방식으로 방사능에 노출됩니다. 방사성 제품이 집으로 유입되는 데 면역력을 갖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위험에 노출된 채 최전선에서 산불과 싸우고 있죠. 공식 자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의 방사능 오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은 500만 명입니다. 오염 지역에서 거의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은 이들에게 큰 문제입니다.

매년 봄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여전히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남아있는 숲에서 산불이 발생한다.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그린피스 소방대원.

매년 봄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여전히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남아있는 숲에서 산불이 발생한다.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그린피스 소방대원.

그린피스 러시아 소방대는 오염 지역의 화재 진압을 여러 차례 도운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현장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있죠.

이번 산불은 코로나19로 이미 과부하가 걸린 비상사태 대응기관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핵 관련 사고 때문에 또 다른 비상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셈이죠.

핵 관련 위험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투명성 결여 때문에 악화됩니다. 산불 초기에 맨 처음 나온 공식 발표에서 당국은 화재 영역을 실제의 600분의 1로 축소했습니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가 그토록 심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불투명성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 원전 책임자조차 1975년 레닌그라드에서 벌어졌던 원전 참사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음이 나중에 법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과거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면,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겁니다.

24년 전 벌어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여전히 지속중이며,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우리 후손을 위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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