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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상기시켜준 원전의 위험성

글: 그린피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11년, 원전이 인류에 미치는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 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산업 시설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민감하기에, 안전한 가동을 위해 완벽한 관리를 요합니다. 단 1%, 단 1분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 원전, 위기 상황에서 더욱이 시한폭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러시아 정부의 일방적이고 국제법에 위배되는 우크라이나 무력 공격과 핵무기 사용을 암시하는 행위를 규탄하며, 푸틴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군사 공격 중단과 군대 퇴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전 세계 시민들이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많은 시민단체와 활동가들도 인접 국가로 피난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 등 우크라이나 인접국에 위치한 그린피스 사무소들 또한 지역 구호단체를 도우며 인도주의적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러시아군의 체르노빌 원전 및 자포리자 원전 점령을 큰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 그린피스의 방사선 방호 전문가 팀(Radiation Protection Advisor, RPA)은 체르노빌, 자포리자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 5곳의 원전 단지에 위치한 15기 원자로 상황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우크라이나 현지 원전 시설물의 취약성 및 위험성에 대한 분석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원전의 현상황

러시아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에서 운영 중이던 5개 원전 15기의 원자로 현황. 초록색 원이 원자로를 의미함. © 국제원자력기구(IAEA)

우크라이나에는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정지된 후 순차적으로 영구 폐쇄된 체르노빌 원전,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 6기 외에도 리우네 4기, 남우크라이나 3기, 흐멜니츠키 2기 등 네 곳의 원자력발전소에 총 15기의 원자로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원전은 우크라이나 전력의 51% (2020년 기준)를 공급합니다.

2월 24일, 러시아군 체르노빌 원전 점령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을 점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출입 금지 구역에 진입해 원전 시설 경비대와의 전투 끝에 시설을 장악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다음날인 25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시설에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3월 9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현장에 설치된 안전장치 감시 시스템의 원격 데이터 전송이 중단됐다고 밝혔으며, 현지 상황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환경 파괴”라고 불리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원전입니다. 체르노빌에는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는 없으나, 영구 폐쇄된 1~3호기에서 나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사고가 발생한 4호기에 남은 고농도 방사성 물질 및 오염 제거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중 일부 방사성 폐기물 보관 시설은 프리피야티(Pripyat) 강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강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로 흐르는 드니프로(Dnjepr) 강으로 이어집니다. 드니프로 강은 수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어, 방사성 물질의 프리피야티 강 누출이 더욱 염려됩니다.

1986년 만들어진 시멘트 석관 위, 2016년 다시 강철돔을 덮은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사진은 2016년 2월의 모습.
유령도시가 된 프리피야티 시의 버려진 건물들. 배경으로 체르노빌 원전이 보인다. 사진은 2016년 2월의 모습.

3월 4일, 러시아군 자포리자 원전 점령

그린피스는 러시아군의 체르노빌 점령에 이어 우크라이나 원전에 대한 위협이 지속됨에 따라 지난 3월 2일 전시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취약성: 자포리자 원전을 중심으로> 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틀 후인 3월 4일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원전을 무력으로 점거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가한 포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보안 요원 3명이 사망했고, 자포리자 원자로 1호기가 파손되었습니다.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에너고아톰(Energoatom)은 포탄 2발이 수백톤에 달하는 사용후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는 건식사용후연료저장시설(DSFSF) 일대를 명중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 노동자들은 러시아군의 군사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는 총 6기의 원자로가 밀집된 설비용량 6,000MW에 달하는 대형 원전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 세계 179개 원전 중에서는 9번째로 큰 원전입니다. 이를 국내 원전 규모와 비교(국제원자력기구 원자로정보시스템 데이터 기준)해 보면, 각각 6기의 원자로가 밀집해 세계에서 7번째와 8번째로 큰 원전인 경북 울진의 한울(6220MW) 원전과 전남 영광의 한빛(6216MW) 원전과 비슷합니다 (개별 부지별 원전 밀집도 및 부지별 원전 규모 세계 1위인 국내 원전 현황 보러가기). 자포리자 원전에는 약 2,200톤 이상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가 보관돼 있습니다.

자포리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중 어느 한 곳에서 냉각기능이 상실되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상당량의 방사능이 누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인접국에까지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기상상황 및 풍향에 따라서는 더 많은 유럽 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다면 발전소 전체에 대피명령을 내려야할 수도 있으며, 6기의 원자로뿐만 아니라 나머지 5개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최소 수십 년간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대륙의 광대한 지역에서 거주가 불가능해지며, 그 재앙의 규모는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3월 6일, 남우크라이나(유즈투크라인스크) 원전 위협

국제사회는 푸틴 정부에 불법 군사 행동의 즉각 중단을 연일 요구하고 있지만, 지난 3월 6일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또 다시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남우크라이나 원전 32㎞까지 접근했다고 알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력의 10% 이상을 생산하는 남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에는 3기의 원자로가 있습니다. 남우크라이나 원전마저 점거된다면, 우크라이나 원전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군 통제하에 들어가 원전의 안전과 우크라이나의 전력공급이 심각하게 위협 받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지난 2일 발표한 자포리자 원전 분석에 이어, 3월 11일 ‘전시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취약성: 자포리자 원전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언론에 알렸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1주년, 원전이 인류에 미치는 위협은 여전히 진행형

이오니아해,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우 워리어호에서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 반전 메시지를 게양.

원자력 발전소는 산업 시설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민감하기에, 안전한 가동을 위해서 다양한 자원과 완벽한 관리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원전은 숙련된 전문 작업자들에 의해 운영됩니다. 원전의 안전이 원전 노동자의 안전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처럼 군사 공격이 발생하는 경우, 필요한 수준의 인력 확보와 업무 집중이 어려워지며 이는 인적 오류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체르노빌 원전의 우크라이나 원전 운영원들은 10일 이상 러시아 군에 의해 억류된 채 충분한 휴식과 교대 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원자로 건물, 특히 사용후 핵연료 저장 수조는 고의적 또는 우발적인 미사일 공격이나 포격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폭발로 인해 원자로 격납건물이 손상된 후 방사능이 누출되면, 최후 방벽인 격납 건물 성능 훼손으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노후한 원자로가 위치한 리우네 원전의 1, 2호기에는 2차 격납 용기가 없기 때문에 군사 공격에 더욱 취약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발전소는 노후됐고, 모든 원자로가 원래 예상했던 수명에 가까워졌거나 이미 초과된 상태입니다. 원자로는 노후될수록 기술적 오류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전에 대한 고의적인 무력 공격이 없더라도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의 냉각 시스템의 안전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에 달려있습니다. 전력공급이 끊기면 원전은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을 피하기 위해 비상 디젤 발전기에 의존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버틸 수 있는데는 시간적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2012년 2월 우리나라 부산에 위치한 고리1호기에서 작업자 실수로 외부 전원 공급이 끊긴 상태에서 비상디젤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아 12분간 전원이 완전 상실되는 사고가 있었던 것처럼, 비상디젤발전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원전이 전원공급을 잃었을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발생하는지 우리는 직접 목격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로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 설비의 전원이 상실되어 3개의 원자로에서 멜트다운이 발생하는 재앙적인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11년이 지났지만 사고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고 방사능 재앙은 현재진행형입니다.

2011년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위성사진.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은 항상 위험합니다. 그리고 외부 위협으로 그 위험성과 취약성은 증폭됩니다. 원전이 전시 상황에서도 또 기후위기 대응의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원전 위기가 지역 환경과 주변국에 미칠 방사능 위협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언론에 공개해 더 큰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원전말고안전 캠페인에 참여해 주시면 그린피스는 기업과 정부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조사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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