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 회의장 앞에서 북극 석유개발에 반대하며 시위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개개인이 세계 자본시장을 통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을 추산해보면 약 800달러(약 87만 원)나 된다고 합니다. 상장 기업에 투자된 총 자본의 10%에 달하는, 실로 믿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200개의 거대 화석연료 기업들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만 5조 5천억 달러(약 5,542조 원)입니다.

투자자들은 석탄과 석유기업에 돈을 묶어둠으로써 더러운 연료에 대한 불투명한 미래 수요에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투자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매장 자원을 추출하는 데에 더 많은 자금을 사용하도록 유도합니다. 국영을 포함한 석유 및 가스기업들이 지출한 금액만 따져보아도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일년 GDP를 합친 것과 맞먹습니다. 이들은 앞으로도 더러운 연료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있을 것이라 굳건히 믿고 있지요.

그러나 최근의 소식은 이러한 믿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전한 베팅이라 믿었던 이들에게는 나쁜 소식인데, 석탄 소비의 미친듯한 성장세는 몇년 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더 빨리 그 끝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의 적극적인 대기 정화 정책이나, 빠르게 감소하는 미국의 석탄 소비, 유럽 내 많은 석탄공장들의 폐쇄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동시에, 석유산업 또한 수요 성장세가 주춤해졌고, 국제 석유기업들의 재무 및 주식 실적은 주주들에게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약화되는 수요 전망을 직면하고 있음에도, 오래된 투자 관행들은 여전히 화석연료기업들이 수조달러의 돈을 매장 자원 개발과 인프라에 낭비하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지금 20세기의 에너지를 뛰어넘어 이동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석탄 수출 개발이 좋은 예입니다. 주요 석탄 수출국들의 수출량에 대한 최근의 투자 대부분은 중국의 수요가 무제한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2012년에서 13년 사이 대기오염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분노는 솟구쳤고, 중국 지도부는 석탄 소비의 절대적인 감소를 의무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습니다. 중국은 주요 경제지역의 석탄 화력발전 신규 건설도 금지했습니다. 많은 재무 분석가들이 중국의 석탄 수요가 곧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는데, 이는 몇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치 못했던 전망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현실은 이미 수출 중심 석탄회사들의 시가 총액을 감소시켰습니다. 심지어 중국 자체의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투자는 이제 수요 증가율을 상회해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침몰하고 있는 자산의 또다른 예는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럽의 많은 사업자들은 유럽연합(EU)이 탄소에 가격을 매기고, 재생가능에너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소문을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오래된 사업 모델과 화석연료 발전에 투자함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80기가와트의 신규 화석연료 발전용량을 확보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발전소들이 이미 손실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좌초자산이 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화석연료 기업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북극 석유 개발의 예에서도 나타납니다. 북극에서의 석유시추는2030년까지 의미 있는 생산과 수익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며, 극도로 까다롭고 위험한 작업이기에 높고도 불확실한 비용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지역에 중대한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발생하지 않더라도), 무거운 규제와 피해보상금 또한 예상됩니다. 향후 20년 동안 북극에서의 석유 생산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회의적인 전망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요.

석탄과 석유에 투자하는 이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협의들이 실망스러운 쪽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안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초의 탄소 절감 노력은 시장 주도의 재생가능에너지 개발과 국가적 차원의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정책들에 의해 이행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유럽의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제도 및 탄소 배출 규제, 미국과 중국의 대기 정화 정책들을 들 수 있지요. 국제적인 석탄 수요는 (어쩌면 석유 수요까지) 더 강력한 기후협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정점을 찍을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종종 화석연료에 대한 노출, 특히 수동적으로 관리되는 연금기금이나 화석연료에 강한 의존도를 보이는 국가의 국채처럼 간접적인 노출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노출을 평가하고, 화석연료 기업들에게 탄소 리스크에 대한 공개와 절감을 요구하며, 저물어가는 에너지 기술들에 투자를 줄이는 것들은 더 깨끗하고 스마트한 에너지 체계로 이동하는 세계에서 수익성 있는 투자를 이끌 것입니다.

높아지는 재생가능에너지 경쟁력, 파괴적인 화석연료 사업들에 대한 반대, 물 부족에 대한 우려,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의 필수성 등 오늘날의 움직임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부, 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소비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염두하고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단지 옳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도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고 있습니다.

 

: 쿠미 나이두(Kumi Naidoo) /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사무총장

2014년 1월 23일자 세계경제포럼 블로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