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탐사단이 윈난성 하바설산 기슭에 도착했습니다. 그린피스 탐사단은 저의 오랜 파트너이자 산을 사랑하는 사람인 종유를 비롯해, 사진작가, 카메라맨, 현지 전문 산악가이드 하오시가 이끄는 가이드팀 등 총 7명으로 꾸려졌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찾아 떠난 그린피스 탐사단

독성물질 존재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하바설산의 물과 눈을 채취하고자 우리는 하바마을을 출발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멀고도 높은 곳까지 인간의 활동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4,070m 높이에 위치한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이번 여정의 또 다른 의미를 새로이 발견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극한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저 자신을 한없이 되돌아 보게 된 것이죠.

<독성물질 존재 여부 실험에 적합한 눈과 물을 채취하기 위해 그린피스 탐사단은 해발 4,900m 이상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하바설산의 날씨는 이번 탐사임무를 완수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탐사단은 등반에 앞서 가능한 모든 악조건을 예측해 보았는데, 다행히도 출발 당일 날씨는 너무나 청명했습니다. 푸르른 하늘을 보며 우리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셨고, 팀 분위기는 한결 좋아졌습니다.

16년 전, 종유는 여성 최초로 하바설산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종유의 말에 따르면 그 때와 비교해 하바설산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산 아래 하바마을은 개발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길은 더 넓어졌고 집도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아름다운 설산에 남겨진 해로운 쓰레기들

예전에는 하바설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의 수를 손으로 꼽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방문자가 늘어난 만큼, 사람들이 사용하는 장비도 훨씬 더 발전했습니다. 등산로도 훨씬 더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등반객들을 위한 쉼터도 생겼습니다. 

고도 3,200m에 위치한 첫 번째 쉼터에서 우리는 상쾌한 공기 속에 휴식을 취하며 다시 한 번 짐을 정리했습니다. 가이드인 하오시가 말하길, 관광객이 늘어나서 쉼터에 대나무로 만든 쓰레기통을 설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주변 환경이 좀 더 깨끗해졌다고 했습니다.

<베이스 캠프에 있는 쓰레기는 산 아래로 옮겨지기 전 일부 소각됩니다. 그러나, 플라스틱이 불에 타는 과정에서 독성 가스가 배출됩니다.>

베이스 캠프에 있는 임시거처 건물에서는 땔감으로 종이와 나무를 태워 난방을 하고 요리를 합니다. 쓰레기를 소각하면 직접 버려지는 쓰레기 양이 크게 줄어들지만, 플라스틱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은 오히려 환경에 더 해로울 수 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버려진 플라스틱 병이나 빈 용기들이 눈에 많이 뜨였습니다.

등반객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병이나 알루미늄 용기 등의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쓰레기가 보이면 줍도록 안내하고 교육 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설산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하바마을 ‘환경보호단’

 <하바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환경보호단’이 쓰레기를 수거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2010년 10월, 하바마을 주민 14명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단’을 조직했습니다. 5일에 한 번씩 2인 1조로 산에 오르며 쓰레기를 줍고 있습니다. 하산할 때는 산에서 모은 쓰레기를 호도협에 있는 쓰레기장까지 가져가서 버립니다. 또한 각 등산객은 200위안의 ‘환경세’를 내야 합니다. 환경세 수익금은 하바설산 환경보호 프로그램에 사용됩니다.

이 곳 말고도 설산 등반객이나 아웃도어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지역은 많이 있습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남긴 쓰레기를 현지 주민의 몫으로 남겨 둘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쓰레기는 깨끗하게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탐사 때 우리 탐사팀도 ‘고위험 쓰레기’를 산 아래로 운반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종유와 저도 하산 길에 고위험 쓰레기 수집을 돕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산에 버려진 쓰레기에는 눈에 보이는 빈 병이나 용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고성능의 기능성 다용도 장비들 역시 자연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미치는 오염의 영향을 알아보는 것, 이것이 바로 이번 탐사의 목적입니다. 채취한 시료들을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결과와 함께 9월 발표될 그린피스의 탐사 결과 보고서를 기대해주세요.

글: 그린피스 원정대원 레이 유팅

 

하바마을 주민들처럼 자연을 위해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잘 관리하는 것도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린피스는 8월 한 달간 자연을 사랑하며 아웃도어를 즐기는 분들과 함께 “쓰레기 사냥 (#TrashHunt)” 챌린지를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