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남극④ 남극을 이루는 6cm의 그것 | 그린피스

어쩌다 남극④ 남극을 이루는 6cm의 그것

Feature Story - 2018-03-15
남극에서의 생활도 벌써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젠 배 앞을 유영하는 펭귄을 봐도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고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이곳이 익숙해졌습니다. 남극에서의 하루는 서울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갑니다. 이 곳에선 모든 일이 자연이 허락하는 빛과 바람, 환경의 틀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남극에선 시간이 빨리간다?

서울을 떠난 지가 어제 같은데 남극에서의 생활도 벌써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젠 배 앞을 유영하는 펭귄을 봐도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고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을 만큼 이곳이 익숙해졌습니다. 남극에서의 하루는 서울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갑니다. 아마 정해진 스케줄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테죠. 이 곳에선 모든 일이 자연이 허락하는 빛과 바람, 환경의 틀 안에서 진행됩니다.

분 단위로 쪼개진 문명의 생활이 익숙한 우리 모두는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실망 가득한 한숨부터 내뱉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외부 스케줄의 압박과 쏟아지는 이메일에 스트레스를 받죠. 하지만 조금씩 그리고 아주 천천히 정해진 계획대로, 스케줄대로, 나의 의지대로 하는 것에서 더 큰 자연의 흐름에 맞추고 순응하고 함께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입니다.

남극이 내는 소리

한국과 사계절이 다른 남극은 12월부터 2월까지가 한여름입니다. 제가 본 남극의 여름은 영하 60도에 달하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산을 덮고 있던 두꺼운 눈이불이 녹아내리는 시기입니다. 물개와 펭귄이 해안가마다 배를 대고 누워 낮잠을 즐기고, 새들은 묘기를 부리듯 물 위를 스치는 아찔한 비행을 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라는 듯 이따금씩 수면 위로 검은 등을 내밀며 올라와 물을 뿜는 고래도 있죠.

낮잠을 즐기는 젠투펭귄<낮잠을 즐기는 젠투펭귄>

카메라를 바라보는 표범물개<카메라를 바라보는 표범물개>

수면을 스치며 날아가는 비둘기 바다제비 수면을 스치며 날아가는 비둘기 바다제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야생은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더 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생명들이 이곳의 혹독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수 백, 수 천년의 시간 동안 진화해왔을테죠.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남극은 지난 몇 년 새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남극에 머물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소리가 있습니다.

“쿵- 와르르”

눈이 녹아내린 산 눈이 녹아내린 산

땅을 뒤흔드는 거대한 소리의 근원은 무너져내리는 빙하입니다. 남극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이자 얼음 장벽, 빙붕은 매년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엄청난 양의 담수를 바다로 유입합니다. 이로 인해 지구 해수면이 상승하고 생태계 순환에 교란이 일어나죠. 지금 남극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남극반도의 기온은 지난 50년 동안 약 3°C 상승했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지구 마지막 원시의 자연이라고 여기는 남극은 계속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남극을 이루는 6cm의 그것

며칠 전 영국 유명 매체 가디언지는 한 연구를 인용해 21세기 말까지 펭귄 개체 수가 현재의 3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습니다. 대체 무엇이 이곳의 강인한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는 걸까요?

이곳에서 매일 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극과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오염의 실태, 그리고 산업적 어업을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우리가 남극과 쉽게 연상하지 못하는 이곳에서의 어업에 관한 것입니다.

남극 반도 옆 해역을 지나다 보면 일반 크루즈선들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선박을 마주치게 됩니다. 바로 ‘크릴’ 어선입니다. 익숙한 듯 생소한 크릴은 새우처럼 생겼지만 그 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의 갑각류입니다. 더 중요하게는 펭귄을 비롯한 고래, 물개 등 대다수 생명의 필수 먹이이죠. 남극 해역은 바로 이 크릴 어업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구역입니다.

Krill, Euphausia superba, represent a critical component of the Antarctic food web, providing food for fish, whales, seals, penguins, albatross and other seabirds, as well as marine invertebrates.Greenpeace is on a three-month expedition to the Antarctic to carry out scientific research, including seafloor submarine dives, to highlight the urgent need for the creation of a 1.8 million square kilometre Antarctic Ocean Sanctuary. Key findings from the footage and samples gathered from the submarine dives will be shared with the Antarctic Ocean Commission (CCAMLR) to establish localised protections as well as to strengthen this and other upcoming proposals for marine protection in the Antarctic.<남극 크릴>

크릴의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쓰이냐구요? 크릴은 건강보조제인 오메가3의 원료와 미끼 등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청정 지역에서 잡히는 데다가 먹이 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해 중금속 및 오염물질 함유가 적다는 이유로 각광받고 있죠.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대왕고래는 하루 최대 200만 마리의 크릴을 먹습니다. 사람들의 건강보조제로, 취미로 소모되는 크릴 없이는 남극의 어떤 동물도 지금의 개체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최근 진행되는 연구의 공통된 결과입니다.

크릴을 먹고 있는 혹등고래 <크릴을 먹고 있는 혹등고래>

남극을 위한 우리의 역할

남극에서 마주치는 모든 생명의 하루는 치열합니다. 인간으로서 방관자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플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때가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남극해를 포함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확대하는데 각국 정부와 기업, 시민들이 협력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180만 km2, 한국 면적의 18배,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200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인 남극 웨델해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안은 올해 10월에 논의될 예정입니다. 남극 웨델해 보호구역이 지정되면,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고통받고 있는 펭귄과 고래와 같은 해양 생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이들의 주요 식량인 크릴의 조업을 이 구역 내에서 막을 수 있게 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남극 생명의 평화로움과 치열함을 지금 그대로 지켜주세요.

현지원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현지원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어쩌다 남극 마지막편은 남극에서 푼타아레나스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정과 앞으로의 남극보호 캠페인 방향 그리고 미처 다루지 못했던 배안에서 함께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글: 현지원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남극해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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