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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남극② 짐싸기의 수렁에 빠지다 - 남극 가려면 운동화를 다 빨아야 한다고?

글: 현지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커뮤니케이션 담당
날씨가 따뜻해질 기미가 안 보입니다. 남극에 가기 전 미리 추위에 익숙해지기라도 하라는 듯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죠. 그런데 이 추위의 원인이 역설적이게도 온난화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강추위는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극지방에 추위를 가둬두는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그 여파로 북극 냉기가 한국으로까지 내려오게 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뉴스에선 서울, 철원 등 지역이 한 때 남극만큼이나 추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사계절이 정반대인 남극은 1월과 2월이 ‘한여름’으로, 연중 가장 온화한 날씨를 보입니다. 남극의 여름 평균기온은 대략 영하 30도, 겨울은 영하 60도입니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기온은 영상부터 영하 70도까지 천차만별이죠. 제가 가는 2월의 남극이 비교적 따뜻하다는 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극 빙하와 아틱선라이즈호 <남극 빙하와 아틱선라이즈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극에 가는 짐을 챙기는 일이 결코 만만해지진 않습니다. 기온이 높아도 거센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훨씬 낮고, 가장 원시의 자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남극을 만나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남극 항해, 뭘 챙기면 되나요?

두꺼운 외투와 히트텍, 따뜻한 모자와 신발 등 남극의 추위에 맞서기 위한 방한 아이템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합니다. 그래서 준비물 중에서도 남극에 배를 타고 가면서 필요한 대표적인 준비물과 남극이라서 필요한 물건을 간략하게 알려드리려 합니다.

첫째, 멀미약입니다. 일반인이 남극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보통 배를 타고 들어가죠. 그런데 배를 통해 남극으로 들어가려면 드레이크 해협이라는 악명 높은 구간을 지나야 합니다. 날씨가 험상궂고 파도가 거친 드레이크 해협은 가장 숙련된 선원에게조차 뱃멀미를 유발한다고 합니다. 이 구역을 그나마 잘 버티기 위해서는 멀미약이 필수이죠. 걱정이 많은 저는 멀미약 무려 30일 치를 미리 처방받아 놓았습니다. 귀밑에 붙이는 패치도 함께요. (다행인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이틀 내로 뱃멀미에 익숙해진다고 합니다.)

둘째, 외장하드. 배를 오래 타 본 경험이 있는 그린피스 동료들에게 선상 생활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을 꼽으라고 하면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됩니다. 바로 ‘지루함’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기기에 늘 의존하는 우리에게 이메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차단된 배 위에서의 생활을 매우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이 바로 충분한 용량의 외장하드에 좋아하는 영화나 시리즈를 다운받아 오는 것입니다. 업무가 끝난 저녁 시간 또는 주말에 시간을 보내기에 영화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죠. 혹시 추천해 주실 만한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남극 여행을 위한 짐 <남극 여행을 위한 짐>

셋째, 선글라스와 선크림. 요즘은 어딜가든 선크림과 선글라스를 꼭 챙겨서 특별할 것 없을 거 같지만 남극에서는 그 중요성이 남다릅니다. 남극은 상공의 오존층이 뚫려 있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자외선에 노출됩니다. 때문에 남극을 방문하는 사람은 자외선을 100% 차단할 수 있는 선글라스를 착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옆이 막혀있는 형태의 고글이라면 더욱 좋겠죠. 한 가지 더, 금속 소재의 테는 혹시라도 추위로 얼어붙어 피부를 손상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극 여행, 이것만은 주의해주세요

남극을 이야기할 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마지막 원시의 자연 또는 토착민이 없는 유일한 대륙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남극은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개발과 착취,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죠. 그래서 남극을 여행할 때는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생물보안(biosecurity)에 관한 규정이 매우 까다롭죠.

여기서 ‘생물보안’은 토종이 아닌 종이 기존의 생물과 생태계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유입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해당합니다. 그래서 생물보안에 따르면 남극으로 떠나기 전 남극에 가져가는 모든 외투는 고온에서 세탁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묻어있을 씨앗, 흙, 번식체 등을 제거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놓치기 쉬운 옷의 주머니, 바지 아랫단의 접힌 부분, 재킷에 달린 후드 등에 유의해야 합니다.

운동화를 빨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습니다. 혹시 모를 씨앗이나 번식체를 옮기기 쉬운 물품이기 때문에 배에 타기 전, 신발의 밑창과 안창, 그리고 끈 부분을 꼭 세척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썩을 수 있는 모든 음식, 과일, 고기, 생선, 채소 등의 반입은 절대 불가합니다. 남극에 혹시 모를 외래 생물 또는 미생물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죠. 이러한 일련의 방침만 잘 지킨다면 돌아오는 길에도 남극을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겨둘 수 있습니다.

#남극보호

붕괴된 미래의 지구와 남은 인류를 살리는 희망을 이야기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주인공인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가 머무르는 수많은 행성들 중 모든 게 얼어붙어 있는 차가운 얼음 행성이 등장합니다. 푸르게 빛나는 얼음덩어리 땅은 마치 진짜 외계 행성에서 찍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비롭죠.

안타틱 사운드(Antarctic Sound)의 빙하<안타틱 사운드(Antarctic Sound)의 빙하>

그린피스가 지난 3주간 남극에서 찍어온 남극의 모습은 마치 이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습니다. 아름답고 평온하며 웅장합니다.

그린피스는 모든 캠페인을 시작할 때 오랜 기간에 걸친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자연을 보호해야 할 필요와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캠페인에 함께 해달라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캠페인의 사유를 떠나 직접 거대한 자연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이 자연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충분할 때가 있죠.

남극 주앵빌섬 근처 빙하<남극 주앵빌섬 근처 빙하>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갈 행성에 아름다운 이 곳을 그대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지구를 살리는 #남극보호 캠페인에 함께 해주세요.

글: 현지원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남극해를 지켜주세요

*다음 편은 남극행 배에 올라탄 후의 본격적인 일상과 처음마주하게 된 남극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전편 보기: 어쩌다 남극① 상사가 물었다 "남극에 가보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