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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기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현재 그린피스 활동가 다섯 명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울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왜 법정에 서야만 할까요? 그저 자기 양심에 따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험, 즉 세계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라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알렸을 뿐입니다.

만일 여러분의 집으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초대형 트럭이 돌진해 온다면, 아마도 빨간불에 그저 멈춰 서 있지 않고 재빠르게 달려 이 위험을 알리길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험을 목도할 때에도, 여러분은 이 위험을 알리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행동할지 모릅니다.

현재 울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 다섯 명이 지난해 고리 원전 앞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이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그저 자기 양심의 목소리를 따라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계 최대 원전’이라는 위험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 노력했을 뿐입니다.

2015년 10월, 고리 원전 앞에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펼쳐들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활동가들

<2015년 10월, 고리 원전 앞에서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를 펼쳐들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던 활동가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시민의 불복종'

역사 속에는 긍정적 사회 변화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이익을 감수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 신념에 따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행동을 '시민 불복종'이라고 부릅니다. 시민 불복종은 강력한 국가 권력과 기업들이 저지른 잘못을 폭로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수동적 저항의 한 형태로서, 특정한 법이나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를 거부하고 이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잘못된 법률과 정책 및 관행을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불공정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분노할 줄 아는 그저 평범한 시민들입니다. 이들은 자기 행동에서 비롯되는 처벌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으며, 때로 투옥되는 상황을 기꺼이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민 불복종'을 부각시킨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 불복종의 연원은 로마제국 때까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그 주요 원칙이 구체적으로 기술된 것은 미국 작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가 1849년에 펴낸 에세이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서였습니다.

소로는 미국이 텍사스를 차지하기 위해 멕시코와 전쟁을 벌일 때, 그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민에게 물린 세금을 거부한 뒤에 이 글을 썼습니다. 그는 또한 미국 남부의 노예제도와 미국 원주민에 대한 가혹한 정책에도 반대했습니다.

이후 시민 불복종은 세계 곳곳에서 사회 정의와 공정함을 도모하는 싸움을 벌일 때 긴요한 방법이 되어 왔습니다.

Gandhi spinning

이미지: via Wikimedia Commons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입니다.”
"Non-cooperation with evil is as much a duty as is cooperation with good."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시민 불복종'의 다섯 가지 원칙

1. 법이나 권력자에 대한 의식적이고 사려 깊은 도전
시민 불복종 운동은 잘못에 책임이 있는 권력에 직접적으로 도전합니다. 그 과정에서 종종 잘못된 법이 요구하는 규범을 어기기도 합니다.

2. 공공을 위한 공개적 행동
이러한 행동은 해당 이슈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시민들로부터 최대한의 관심을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이나 신념을 움직일 정도의 큰 파장을 일으키고자 합니다.

3. 집단적 선언
시민 불복종은 여러 사람이 합심하여 함께 행동하는 데에서 그 힘이 발생합니다.

4. 평화적인 방식
시민 불복종은 창의적이고 비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해 사회적 공론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시민 불복종 운동은 잠자고 있는 시민들의 의식을 흔들어 깨우기 위함이지,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5. 제도를 바꾼다는 분명한 목표
시민 불복종은 현실에 대한 개혁 의지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문제가 되는 법이나 정책을 폐기시기거나, 적어도 개선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지향합니다.

역사 속 위대한 시민 불복종 운동 사례

시민 불복종 운동은 오랫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불공정한 법과 관행을 바꾸는 데에 많은 성공을 거두어 왔습니다. 인종 차별과 사회 정의에서부터 노동권 확보나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시민 불복종은 더 공정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잘 알려진 사례 중 하나는 미국에서 흑인 시민권 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입니다. 그는 평화로운 시민 불복종을 연대 운동으로 확장시키기도 했습니다. 킹은 1955년에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버스 승차거부 운동의 지도자로 나섰습니다.

이 운동은 로자 파크스(Rosa Parks)가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를 거부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킹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이 운동 중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1956년, 미국 대법원은 버스, 식당, 학교 및 공공 장소에서 사람을 인종에 따라 분리하는 일이 위헌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인간은 정의롭지 않은 법에 복종하기를 거부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One has a moral responsibility to disobey unjust laws."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킹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일터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많은 일이 시민 불복종 운동과 관계가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용기 있는 시민 불복종 운동의 결과로 얻어진 것입니다. 예컨대 주말에는 근무하지 않는 것, 병가, 연차휴가 등이 해당됩니다. 이 혜택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 법에 도전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저항하며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투표권 획득,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 흑인 차별정책)의 철폐, 전쟁이나 불공정한 체제에 대한 도전, 삼림 보호, 그 밖에 수많은 일들이 모두 좀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 벌인 시민 불복종 운동 덕분에 가능했던 일들입니다.

Nelson Mandela, 2000 (5)

이미지: By Library of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Nelson Mandela, 2000 Uploaded by Fæ) [No restrictions], via Wikimedia Commons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켜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We can change the world and make it a better place. It is in your hands to make a difference."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한국의 ‘시민 불복종’은?

한국도 시민 불복종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글을 통해 소개드렸던 2011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시위와 희망버스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은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가장 인상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꼽으라면 어떤 사례를 꼽으시겠어요?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시민 불복종 운동을 함께 돌아보고 기억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부당한 현실에 대해 저항하고 공론화를 만들어 변화에 이르는 일들이 더 많아져서 한국 사회가 더 건강해지는 날을 맞이하길 기대해봅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시민 불복종에 공감하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행동을 통한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1975년 고래 보호 캠페인으로 포경선과 마주섰던 당시 그린피스 활동가들

<1975년 고래 보호 캠페인으로 포경선과 마주섰던 당시 그린피스 활동가들 / Greenpeace whale campaign, 1975 (R. Weyler, photo)>


[관련 글 더 보기]

* 평범한 아저씨가 용기를 낸 이유(다섯 활동가 중 김래영 활동가 이야기)
*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어느 대학 휴학생의 재판 방청기)
* "시위 자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왜 시위가 벌어졌는지를 바라봐야"(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인터뷰)
* 신규 원전 반대 캠페인에 서명해 활동가들을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