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서울 모터쇼' 전격 리뷰

Feature Story - 2019-04-03
2019 서울 모터쇼의 주제는 지속 가능하고(sustainable) 지능화된(connected) 이동 혁명(mobility)입니다. 그중에서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통한 친환경적 진화'라는 문구가 그린피스의 눈을 사로잡았는데요. 과연 기대만큼 친환경차가 많았을까요?

올해 초 제네바 모터쇼는 전기차 일색이었다고 한다. 친환경을 주제로 앞세운 2019 서울 모터쇼는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나름대로 기대를 안고 관람을 시작했다. 그러나 둘러볼수록 기대와는 매우 다른 모습에 실망감을 숨길 수 없었다. 모터쇼 주최 측에서 42종의 전기차가 전시되었다고 했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제품들이었다. 이런 제품들도 의미가 있지만 가장 판매량이 많은 메이저 회사들은 전기차 홍보를 사실상 외면했다. 다음은 필자가 모터쇼 현장에서 본 순서대로 각 브랜드에 대한 후기를 작성한 것이다.

벤츠

맨 처음 들어간 곳은 벤츠 전시장이었다. 국내에서 인기가 워낙 많은 브랜드여서인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친환경차를 찾아 쭉 훑어보았으나 대부분이 일반 차량이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3~4대 전시되어 있었다.

벤츠 부스 전경.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는 부스였다<벤츠 부스 전경.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는 부스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다소 어정쩡한 면이 있지만, 매일 충전해 전기차 주행 거리 한도 내에서 다닐 수 있어 나름 친환경차라고 인정받고 있다. 이번 모터쇼의 주제가 지속 가능성이라서 그런지 나름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벤츠의 EQ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전기차 모드로 운행 가능한 것은 장점이지만, 이 모드로 주행 시 순수 전기차 대비 효율이 절반 이하밖에 나오지 않는다. 1kWh로 2.6km 밖에 가지 못한다. 순수 전기차는 1kWh의 전기로 5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벤츠의 EQ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전기차 모드로 운행 가능한 것은 장점이지만, 이 모드로 주행 시 순수 전기차 대비 효율이 절반 이하밖에 나오지 않는다. 1kWh로 2.6km 밖에 가지 못한다. 순수 전기차는 1kWh의 전기로 5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벤츠 전시장 한가운데에 자동차 시대가 태동할 때 사용되던 전기차 콘셉트카를 1대 전시해 두었는데, 멋져 보이기는 했지만 지속 가능성과는 별 상관이 없는 1인승 스포츠카였다. 벤츠가 이런 1인승 전기차를 만들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모터쇼를 위한 전시차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려운 차였다.

벤츠의 전기차 콘셉트카. 일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가 전기차로 나와야 하는데,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차를 이렇게 특별한 모양으로 만들어 콘셉트카로만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벤츠의 전기차 콘셉트카. 일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가 전기차로 나와야 하는데,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차를 이렇게 특별한 모양으로 만들어 콘셉트카로만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벤츠 부스에 전시된 자동차의 연비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꽤 높았다. 대형 고급차 위주라 그렇다고 하지만 이번 모터쇼의 콘셉트인 '친환경성'을 생각했을 때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었다.

벤츠 전시차 중 가장 작은 크기인 A 클래스 성능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1~145g/km로 다소 높은 편이다. 내연기관차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벤츠 전시차 중 가장 작은 크기인 A 클래스 성능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1~145g/km로 다소 높은 편이다. 내연기관차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도요타

벤츠 부스를 돌아보고 기대 반, 실망 반이 되어 옆에 있던 도요타 부스로 향했다. 도요타는 1990년대 말에 소형 엔진, 소형 전기 모터, 소형 배터리를 조합해 연비를 50% 이상 높이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친환경 리더의 입지를 구축한 기업이라 나름대로 기대가 좀 있었다.

그런데 부스를 돌아보니 딱 거기까지였다. 하이브리드차를 많이 전시해 놓았고 일반 하이브리드보다는 나은,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만큼 좋지는 않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1대 있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의 핵심 역량은 화석연료를 태워 힘을 얻는 엔진, 변속기, 배출 가스 처리 장치를 만드는 데 있다.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성에서 한계가 뚜렷하지만, 도요타는 엔진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전시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반차 대비 연비가 월등히 좋지만, 현재 기후변화 상황은 연비를 개선하는 것 정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전시하고 있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반차 대비 연비가 월등히 좋지만, 현재 기후변화 상황은 연비를 개선하는 것 정도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르노 부스는 최근에 출시한 SM6가 점령하고 있었다. 그 밖에 소형 SUV가 있었다. 둘 다 친환경차와는 거리가 멀다. 르노는 준중형 전기차 SM3를 판매하는데, SM3 전기차 모델은 보지 못 했다. 르노는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전시해 놓았는데, 자동차 전용 도로를 달릴 수 없고 크기가 워낙 작아 일반차를 찾는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르노 트위지. 단거리 전용 전기차로 최대 2명이 탈 수 있다<르노 트위지. 단거리 전용 전기차로 최대 2명이 탈 수 있다>

기아

국내 선도 업체 중 하나인 기아 부스로 향했다. 대형 LCD 화면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플랫폼을 갖춘 센터 스테이지로 이동하는데, 왼쪽에 작은 공간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구석진 곳에는 어떤 차가 전시되어 있는지 가보니, 기아가 생산하는 전기차 니로 EV, 쏘울 EV가 각 1대씩 전시되어 있었다.

구석진 곳에 있던 기아 전기차. 니로(왼쪽)와 쏘울 EV<구석진 곳에 있던 기아 전기차. 니로(왼쪽)와 쏘울 EV>

조명은 나름 예쁘게 해 놓기는 했지만 낮은 천정에 특별한 설명도 없었다. 동선상 웬만한 관람객들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위치였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안내원에게 모터쇼의 테마는 지속 가능성인데 전기차가 이렇게 구석에 있는 게 아쉽다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어쩌면 여기 있는 전기차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데 가져다 놓은 것일 수도 있다는 식의 답변이 돌아왔다.

안내 직원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니로 전기차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1대 있고 내 지인들도 몇 명 소유하고 있다. 니로 전기차는 SUV 스타일에 준중형으로 탑승 공간이 여유로운 편이어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기아는 니로 전기차를 잘 만들지 않는다. 주문하고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당장 차가 필요해서 또는 기다리다 지쳐서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니로, 쏘울 전기차를 둘러보고 다시 기아 부스의 센터 스테이지로 향했다. 오른쪽에는 대형 디젤 SUV 모하비가, 왼쪽에는 그보다는 조금 작은 SP라는 디젤 SUV가 자태를 뽐내며 천천히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대형 LED 화면에는 ‘Masterpiece’, 즉 ‘명품’이라는 문구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센터 스테이지에 전시된 모하비. 대형 디젤 SUV로 지속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센터 스테이지에 전시된 모하비. 대형 디젤 SUV로 지속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이 모하비를 쳐다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영상을 찍는 유튜버도 많이 보였다. 주제는 분명히 지속 가능성인데 왜 디젤 SUV가 센터 스테이지에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모습이었다.

잠시 사진을 찍으러 2층에 올라가 높은 곳에서 보니 정면에는 테슬라 부스가, 왼편에는 GM(쉐보레) 부스가 보였다. 먼저 쉐보레 부스로 가봤다.

GM(쉐보레)

센터 스테이지에 왼쪽에는 대형 SUV, 오른쪽에는 대형 픽업 트럭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둘 다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배출하기로 소문난 차급이다. 배경을 역할을 하는 대형 LED 화면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대형차를 타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숲 사이로 난 길을 달리는 대형 트럭과 SUV를 보여주는 화면이 나왔다. 저런 차를 타야 저런 자연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영상이었다.

GM 부스도 센터 스테이지는 대형 디젤 SUV와 디젤 트럭이 차지하고 있었다<GM 부스도 센터 스테이지는 대형 디젤 SUV와 디젤 트럭이 차지하고 있었다>

GM 부스에는 작년에 5,000대가 단 하루 만에 매진된 인기 전기차 볼트 2대가 전시되어 있었다. 몇몇 사람이 관심을 보였는데 안내 직원은 없었다. 대부분 사람의 시선은 센터 스테이지로 향해 있었다. 볼트 같은 전기차야말로 이번 모터쇼의 콘셉트인 지속 가능성에 부합한다. 하지만 그냥 대충 전시해 놓으니 그런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전시가 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대형 디젤차로 쏠려 있었다<쉐보레 볼트 전기차는 전시가 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대형 디젤차로 쏠려 있었다>

쌍용

GM 부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쌍용 부스가 있었다. 'SUV 명가'로 알려진 브랜드답게 디젤 SUV 여러 대가 전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픽업 트럭 모델도 보였다. 대형 SUV답게 연비는 썩 좋지 않았다.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전시되어 있거나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다. 전시된 차들의 연비는 다들 고만고만했다.

쌍용차 부스는 초지일관 대형 SUV 위주로만 전시되어 있었다. 쌍용은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 모델이 1대도 없다<쌍용차 부스는 초지일관 대형 SUV 위주로만 전시되어 있었다. 쌍용은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전기차 모델이 1대도 없다>

쌍용차 부스 맞은편에는 포르쉐 부스가 있었는데, 그냥 지나쳐서 테슬라 부스로 갔다. 포르쉐는 고성능 고가 브랜드여서 별로 가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포르쉐는 2025년에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브랜드다. 한 번 가볼 걸 그랬다. 전기차는 고성능 모델이라도 에너지 효율이 경차보다도 훨씬 좋다. 2025년에 포르쉐가 한국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높이면 가장 친환경적인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

테슬라

테슬라 부스는 좀 썰렁했다. 작년 내내 큰 화제가 되었던 보급형 전기차 모델 3가 국내 최초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회사 방침인지 답답해 보이는 바리케이드를 빙 둘러 놓아서 그냥 바라만 볼 수 있는 상태였다. 직원들은 멀찍이 뒤에 서 있었다.

전 세계에 전기차 돌풍을 몰고 온 모델 3.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어 답답한 모습이다<전 세계에 전기차 돌풍을 몰고 온 모델 3.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어 답답한 모습이다>

모델 3 좌우에 대형 세단 모델 S와 대형 SUV 모델 X가 있었다. 모델 X는 아주 크고 고성능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효율은 일반 중형차의 4배 정도여서 환경적인 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우수하다. 모델 S나 X는 다만 찻값이 1억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금전적인 면에서는 지속 가능성이 좀 떨어진다. 모델 3는 예상 출시 가격이 이의 절반인 5,000만원대이다.

MASTA

2관에 전시한 현대 부스를 보기 위해 1관을 빠져나오던 중 MASTA라는 업체의 전시관을 지나갔다. 소형 배달차, 스타렉스급 승합차가 있어서 디젤차인가 보다 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모두 전기차였다. 이 중 승합차가 특히 반가웠다. 그런데 여기 전시된 승합차는 급속 충전이 지원되지 않는다고 했다. 주행 거리는 240km로 괜찮은 수준인데, 급속 충전이 되지 않으면 어디 멀리 갔다 돌아오기 위해서는 완속 충전기를 찾아 6~8시간을 충전해야 한다. 올 하반기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하는데, 급속 충전이 지원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전기로 주행하는 소형 배달차와 승합차를 전시한 MASTA. 일상생활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차를 전시하고 있었다<전기로 주행하는 소형 배달차와 승합차를 전시한 MASTA. 일상생활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차를 전시하고 있었다>

현대

2관으로 이동해 명실공히 국내 1위 업체인 현대 부스로 향했다. 입구에는 최근 출시한 쏘나타가 여러 대 있었는데 출력을 높인 고성능 모델도 있었다. 고성능 모델은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나와 지구온난화를 더욱더 심하게 만든다. 한쪽에는 차 지붕에 태양광 셀을 설치해 햇빛을 받으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었다. 신박해 보이지만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차 지붕에서 생산한 전기로는 휘발유 소비를 약간 줄여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도요타도 프리우스에 이런 소형 태양광이 설치하는 옵션을 제공했는데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태양광 셀을 지붕에 장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휘발유 사용을 약간 줄여주는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친환경성은 그리 높지 않다<태양광 셀을 지붕에 장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휘발유 사용을 약간 줄여주는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는 수준으로, 친환경성은 그리 높지 않다>

친환경 기술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은 자동차에 태양광 셀이 장착되어 전기를 만들어 달리는 기술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자동차는 지붕 면적도 좁고 지붕 모양에 따라 평평하게 설치해야 해서 발전량이 잘 나오기 어렵다. 이보다는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그 전력을 충전해 달리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 자동차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으로는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없고, 보조 전력을 생산해 연비를 아주 조금 올리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지붕에 장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이런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솔라 루프 설명. 자동차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으로는 보조 전력을 생산하는 수준이다<솔라 루프 설명. 자동차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으로는 보조 전력을 생산하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 홍보를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넥쏘의 에너지 효율은 전기차의 절반 정도다. 넥쏘는 수소차로써는 경쟁력이 있지만, 수소차 자체가 전기차와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서 해외에서는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넥쏘 전시장. 현대차는 수소차에 올인하는 모습이었다<넥쏘 전시장. 현대차는 수소차에 올인하는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전기차, 코나 전기차를 생산해서 2018년에 약 1.7만대를 팔았다. 하지만 모터쇼에서는 아이오닉 일렉트릭도 코나 전기차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현대가 요즘 밀고 있는 고성능 브랜드 N 전용 부스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N 브랜드 버전은 운전의 재미, 고성능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져서 연비도 다소 불리하고 이산화탄소도 더 많이 나온다.

N 퍼포먼스 자동차용 부품 전시. 멋과 성능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 가능성이나 친환경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N 퍼포먼스 자동차용 부품 전시. 멋과 성능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속 가능성이나 친환경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다였다. 현대차는 쏘나타, 수소차 홍보, 고성능 브랜드 N 홍보 이렇게 세 가지를 하러 모터쇼에 나온 게 명확했다.

현대차 전시관을 빠져나오니 제네시스 전시관이 별도로 있었다. 고가차답게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는데, 하나같이 대형 가솔린차만 있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네시스 부스 전경. 전부 휘발유를 사용하는 화석연료차다<제네시스 부스 전경. 전부 휘발유를 사용하는 화석연료차다>

BMW

잠시 쉬다가 나가는 길에 BMW 부스를 슬쩍 쳐다봤다. 둥그런 무대에 앞으로 생산될 확률이 낮아 보이는 전기차 콘셉트카 1대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그 옆에는 중대형 디젤 SUV가 있었고, 사람들이 연신 타보고 둘러보고 있었다. 자녀가 나이가 좀 있다면 저런 큰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옆에는 더 큰 SUV가 있었다. 저런 크기의 SUV를 전기차로 만들면 사람들이 좀 살 것 같은데, 여느 자동차 회사와 마찬가지로 BMW는 인기 모델을 디젤 엔진 위주로 판매한다.

BMW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X5 M50d. M은 고성능을, d는 디젤을 의미한다. 즉 고성능 디젤차다<BMW 부스에 전시되어 있던 X5 M50d. M은 고성능을, d는 디젤을 의미한다. 즉 고성능 디젤차다>

모터쇼를 빠져나오면서 내가 잘 찾아온 것이 맞나 싶었다. 분명히 이번 모터쇼는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와보니 전시된 차들은 지속 가능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기후변화나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모터쇼 포스터에는 지속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행사장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쓰는 연비 3, 4등급의 일반차가 차지하고 있었다. 센터 스테이지에는 대형 디젤 SUV를 홍보하는 업체가 많아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

2019 서울 모터쇼 포스터. 분명히 '지속 가능성'(Sustainable)이라고 쓰여 있다. 출처: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2019 서울 모터쇼 포스터. 분명히 '지속 가능성'(Sustainable)이라고 쓰여 있다. 출처: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

폭염을 더 심하게 만들고, 아이들이 살아 갈 환경을 망가뜨리고 싶어서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제대로 된 친환경차를 만들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없다. 유럽, 미국 캘리포니아, 중국 정부는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도입해 자동차 회사가 친환경차를 만들어 판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가 절실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모터쇼에서라도 어떤 업체가 더 잘하는지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다들 안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좀 우울해졌다. 그나마 테슬라나 MASTA 전기차 전문기업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제대로 된 지속 가능한 자동차는 환경부에서 개최하는 친환경차 전시회(2019년 5월 2~5일)나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전기차 엑스포가 주관하는 친환경차 전시회(2019년 5월 8~11일)를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19년 서울 모터쇼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썩 맞지 않는 행사였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는 올해부터 자동차 제조사들과 정부에 자동차로 인한 기후변화 책임을 묻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자동차는 지구 전체 석유 사용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며, 기후변화를 가속화합니다. 더 이상 지구를 해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로 달리는 자동차를 위해 그린피스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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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지석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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