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소식

Greenpeace Korea | 그린피스

참여하기

최신소식 기후
7분

행복을 위한 첫 걸음 : 그린피스와 함께 웰빙예산제로 가자!

글: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나는 2학년 차노을 차미반의 친구!” 이 노래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올해 5월, 차노을 어린이와 아버지 차성진님이 만든 노래 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차노을 어린이의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지”라는 랩과 아버지 차성진님의 “아직은 사는 게 참 고달파”라는 랩이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

눈을 뜨며 어른이 되어있길 바랐던 어린이 시기를 지나 눈을 감으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시간과 함께 점점 흐릿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없지만, 해야 할 것들은 많은 현실이 때로 버겁게만 느껴집니다. 행복을 말했던 어린이 시절을 지나 사람들은 왜 모두 삶의 고달픔을 말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독일의 싱크탱크인 ‘핫 오어 쿨 인스티튜트(Hot or Cool Institute)’는 지난 5월, ‘2024 지구행복지수’를 발표했습니다. 지구행복지수는 한 국가 성원의 평균 기대수명과 개인이 평가한 행복도, 그리고 1인당 평균 탄소발자국을 종합하여 산출하는 지수입니다. 한국은 100점 만점의 38점으로 전체 147개국 중 중간 수준인 76위로 집계되었습니다. 2024년 한국의 GDP 순위가 100개국 중 14위(IMF 조사)로 상위권인 것과 다소 거리가 있는 순위입니다.

결과를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교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다.” 이 표현은 이렇게도 바꾸어볼 수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꼭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앞선 두 가지 문장의 결론으로 이러한 문장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 이외에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세계 해양의 날을 앞두고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이 찍은 사진. 자연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도 등은 GDP가 표현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세계 해양의 날을 앞두고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이 찍은 사진. 자연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도 등은 GDP가 표현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블로그에서 GDP의 한계를 다루었습니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표인 GDP가 ‘돈’ 이외에 소중한 가치를 측정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중한 가치에는 여러분이 되고 싶었던 꿈과 여러분이 살고 싶었던 삶, 그리고 행복도 포함됩니다. 어린 시절의 꿈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던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차노을 어린이가 불렀던 노래의 가사처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 가까운 꿈이었겠지요. 살고 싶은,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은 어쩌면 돈이 조금은 덜 중요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이어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왕이면 나 혼자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우리가 모두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불행한 사회 속에서 나 혼자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은 남의 불행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하다면 나도 행복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또한, 불행한 사람이 많아 사회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사회에서 나 혼자 행복한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방법 : 웰빙 예산제

그렇다면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모두가 가진 행복한 삶의 요건이 조금씩 다른 만큼, 행복을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실현될 수 있게 사회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요. 이러한 의미에서 더 좋은 민주주의는 행복의 한 가지 방편이 될 것입니다. 또한,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전제 아래, 시민의 자율성이 보호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관계와 가치를 지향하든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상식이 정립되어야겠지요. 다양성은 생태계 뿐만 아니라 여러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꼭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안전이나 보건, 교육과 같은 복지도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관계도 조금 더 탄탄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외롭지 않은 노후와 내 주변의 사람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모두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함께 사는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가로,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훼손은 우리의 권리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점점 더 상승하는 지구의 온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꼭 생존의 영역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휴일, 신선한 공기와 쾌적한 날씨가 얼마나 우리의 기분과 관련이 높은지를 생각해 보아도 자연과 환경의 문제가 권리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사실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인 웰빙을 위해서는 돈 이외에도 사회 문화적인 보조, 긍정적인 상호작용, 환경 보존 등이 필요합니다. 출처: shutterstock
장기적인 웰빙을 위해서는 돈 이외에도 사회 문화적인 보조, 긍정적인 상호작용, 환경 보존 등이 필요합니다. 출처: shutterstock

이러한 행복의 수많은 요건에 주목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뉴질랜드입니다. 뉴질랜드는 2019년, 예산의 본질이자 목표가 성장이 아닌 행복 추구라는 사실을 용기 있게 선언한 나라입니다. 바로 ‘웰빙 예산제’라는 이름의 정책을 시행함으로요. 뉴질랜드는 해마다 웰빙 예산제를 시행하며 그 해의 목표를 설정합니다. 2020년에는 다 함께 재건을, 2021년에는 안전한 회복을, 2022년은 안전한 미래를 예산의 부제목으로 선정했었죠. 뿐만 아니라 뉴질랜드는 12대 웰빙 영역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앞서 거론한 다양성과 민주주의, 복지와 사회적 관계,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 웰빙 영역으로 포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의 웰빙 예산제는 성장이 언제나 행복과 연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해결, 빈곤, 불평등 등의 문제를 성장이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죠. 이는 인간이 ‘만류의 영장’으로 모든 자연 앞에 군림해야한다는 다소 오만한 인식을 내려놓음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뒤처지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며 이루어지는 빠른 성장이 아니라,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웰빙 예산제에 있습니다.

우리가 성장 대신 행복에 투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사회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사회의 몫이라는 선언 속에서 시민들은 각자가 바라는 더 좋은 삶을 선택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타인을 돌볼 것이고, 누군가는 자연과 함께하는 자원봉사를 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재능기부를, 누군가는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돈을 버는 것 이외에 수많은 방식의 행복은 결국 다양한 위기에 봉착한 지구와 인류, 그리고 자연을 구하는 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은 명확해 보입니다. 다양한 가치가 사회에 등장하고 경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지금의 성장 위주 시스템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구성원들의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하고, 구성원들은 더 다양한 행복의 모습을 찾아나가며, 더 다양한 행복의 모습이 세상을 구하는 선순환. 꽤 멋진 일일 것 같지 않나요?

행복해지기 위한 능력과 배짱을 갖추기 위해

성장 만능주의적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능력과 배짱(김엘리, 성공회대학교 시민평화대학원 외래교수)”이 필요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기 위한 능력과 그 방식을 현실에 실현하기 위한 배짱이 그것입니다. 운 좋게도 우리는 이 능력과 배짱의 결과로써 나온 ‘웰빙 예산제’를 사례로서 마주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성공했다면, 비슷한 예산제를 한국에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도 우리의 상황에 맞는 웰빙 예산제가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오는 9월 19일, 그린피스는 서울 신촌에서 지금의 GDP 중심의 경제가 초래한 문제를 지적하고 웰빙 예산제 도입을 주장하기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장장 5m 길이의 영수증에 우리가 GDP 대신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이 올라갈 예정입니다.

여러분들도 그린피스와 배짱 두둑하게 지금의 경제 시스템의 문제를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지!”라는 노래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사회라면, “조금 덜 가져도 행복하면 됐지!”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능력과 배짱이 필요합니다. 지금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그린피스와 함께 진행해 봅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앞으로의 그린피스의 이야기를 구독해 주세요!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