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포(ISPO) 현장에서 만난 친환경 혁신, “PFC-Free”

독일 뮌헨 국제 스포츠용품 박람회 ISPO 2016 현장 통신: 아웃도어의 미래, “PFC-Free”를 만나다

Feature Story - 2016-01-29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선정한 아웃도어 제품들의 유해물질 포함 여부를 발표하기 위해 독일 뮌헨 국제 스포츠용품 박람회 현장을 찾은 하보미 캠페이너가 현장에서 만난 “PFC-Free” 트렌드를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기는 유럽 최대 스포츠용품 및 패션 박람회 이스포(ISPO) 2016이 열린 독일 뮌헨입니다. 어제로(뮌헨 현지 시간 27일) 막을 내린 이스포는 박람회 기간 내내 지속된 따뜻한 날씨에 현장의 뜨거운 열기까지 더해져 매우 활기찬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박람회 이틀째인 지난 25일, 그린피스는 이곳 이스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 11개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의 40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제품 성분조사의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그린피스가 지난 해부터 디톡스 아웃도어(Detox Outdoor) 캠페인을 통해 꾸준히 알려왔던 PFC의 위험을 재조명하고, 아웃도어 브랜드를 향해 강력한 변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린피스 기자회견 현장. 맨 왼쪽이 글쓴이 하보미 캠페이너>

이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단 4개를 제외한 모든 조사 대상 제품에서 유해 화학물질 PFC(poly- & perflourinated chemicals: 과불화화합물)가 검출되었다는 안타까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미 수많은 과학자들이 PFC의 유해성과 위험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결과는 대부분의 아웃드어 브랜드가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여전히 변화를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제품 조사 결과를 접하신 많은 분들이 저와 마찬가지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에게 실망하셨거나, “앞으로는 대체 뭘 입어야 하나” 걱정하셨을 텐데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여기저기 부는 훈훈한 PFC-Free 바람

이스포 박람회에서는 매년 보는 이의 주목을 끄는 새롭고 독특한 아웃도어 제품들이 전시됩니다. 올해 뮌헨 이스포에서는 특히나 많은 브랜드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참신한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그린피스의 주목을 끌었던 건 여기저기서 보이는 “PFC-Free”라는 표시였습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몇몇 브랜드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예쁘고, 튼튼하고, 기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혁신적인 브랜드들과, 혼자 보기 아까운 이들의 “쿨”한 제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디드릭슨 부스에 전시된 100% PFC-Free 제품들>

첫번째로 저의 시선을 잡아 끌었던 건 디드릭슨즈(Didriksons)의 전시 부스입니다. 디드릭슨즈는 제품 전체에 PFC-Free 방수 및 발수 처리를 하는 브랜드로, 스키복, 보드복같은 전문 스포츠 의류부터 캐쥬얼하고 실용적인 일상용 재킷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원단으로 만든 멋진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한국에서도 이런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퓨야의 부스에 전시된 제품. 퓨야는 “에코-렉트(Ecorrect)” 즉 “환경적인 올바름”이라는 구호를
브랜드 이름 전면(Pyua ecorrect outwear)에 사용하는 아웃도어 전문 기업입니다.>

다음은 에코(Eco) 아웃도어 브랜드를 표방하는 독일브랜드 퓨야(Pyua)의 부스입니다. PFC를 전혀 포함하지 않고도 극한의 고지에서도 입을 수 있는 훌륭한 고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퓨야는 전 생산라인에서 PFC가 들어있지 않은 대체원단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제품은 재활용 원단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이 없다면 우리도 없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좌)와 피엘라벤이 뽐내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설명이 담긴 포스터(우)>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스웨덴 브랜드 피엘라벤(Fjallraven)의 전시 부스에는 “자연이 없다면 우리도 없다”라고 적힌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습니다.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말이기도 하지만, 특히나 아웃도어 업계의 생존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피엘라벤 역시 100% PFC-Free 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PFC-Free 라인을 선보인 마이어의 부스>

독일 브랜드 마이어(Maier)의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이어는 일부 제품에서 PFC 사용을 중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 막 PFC-Free로 가는 발을 내딛었습니다. 조만간 모든 제품에서 PFC를 퇴출시키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합니다.

 

<친환경 PFC-Free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닉왁스와 그 기술을 사용한 파라모의 방수원단>

설립 당시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의 최소화’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닉왁스(Nikwax)는 아웃도어 제품에 사용하는 고성능 방수제와 기능성 의류 전용 세제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아웃도어 의류 전문 기업이 원단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제품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방수 스프레이 및 세제도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스포 현장에서는 닉왁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여러 브랜드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제일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파라모(Páramo Directional Clothing)가 바로 닉왁스의 기술을 사용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영국 브랜드 파라모는 지난 25일, 아웃도어 전문 기업중에서는 최초로 그린피스의 디톡스 선언(Detox Commitment)에 동참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파라모는 이미 자사의 공급망에서 PFC의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는데요. 파라모의 디톡스 선언과 다른 여러 브랜드가 선보인 PFC-Free 제품들은 그린피스가 아웃도어 업계에 요구하는 “디톡스를 위한 변화”가 지금 당장 실현가능한 목표라는 것을 증명해 줍니다.

이스포 현장 여기저기서 발견한 PFC-Free 제품들은 유해 화학물질 없는 고기능성 제품이 아웃도어 업계에 이미 시작된 혁신적인 트렌드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멋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아직은 대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변명을 앞세우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문제와 인체 영향에 대한 학계의 경고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친환경적인 제품을 향한 소비자의 요구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있는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같은 변명을 늘어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진부한 변명과 발상에 천착하면서 아웃도어 산업의 혁신과 미래를 주도할 수 있을지…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혁신적인 브랜드들 사이에서 블랙야크를 만나다: 블랙야크, 아웃도어 산업의 미래를 주도하기엔 2% 부족

<이스포 현장에서 만난 블랙야크의 부스>

재미있고 멋진 브랜드들 사이에서 블랙야크의 부스를 만났습니다. 블랙야크는 이번 그린피스 아웃도어 제품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었던 유일한 국내 브랜드인 만큼, 저에게는 몹시 설레는 만남이었습니다. 블랙야크는 수 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도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멋지게 장식된 부스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블랙야크는 이번 이스포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제품들로 여러가지 상을 수상해 행사장 한가운데 다른 수상작들과 나란히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디자인적으로 또 기능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 블랙야크가 친환경을 위한 더 큰 걸음을 내딛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뒤쳐지고 있는 듯 합니다.

<블랙야크 재킷에서 발견된 유해 화학물질 PFC들>

이번 그린피스의 제품 성분 분석의 대상이었던 블랙야크의 재킷(Blackyak U-Jade jacket # 1)에서는 독성물질 PFOA가 검출되었습니다. 또한 조사 대상 재킷 11개 중 유일하게 휘발성 긴 사슬 FTOH가 상당량 검출되었습니다. FTOH는 제품 제조 과정이나 사용 및 폐기 과정 중에 대기중으로 증발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유해성이 높은 PFOA로 변환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큰 물질입니다.

국내에서도 여러가지 면에서 앞서가는 브랜드이자, 이번 이스포 박람회에서 아시아 대표 브랜드로 여러가지 상까지 수상한 블랙야크 제품에서 여전히 PFOA, FTOH를 비롯한 많은 유해 물질들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이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친환경적인 노력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이미 시작된 디톡스를 향한 흐름, 이제 진짜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

그린피스는 이번 아웃도어 제품 성분조사를 통해 여러분께 다소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해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스포 현장에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가능성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로서는 첫번째로 디톡스 선언을 한 영국 브랜드 파라모(Páramo)를 비롯, 뮌헨 이스포 현장 여기저기서 만난 PFC-Free 제품들은, 대체 원단으로도 충분히 전문 아웃도어 업계의 기준에 맞는 고기능성 방수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며, 정작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따라서 가장 많은 PFC를 배출하고 있는 수많은 대형 아웃도어 업체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노스페이스 매장 앞에서 디톡스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들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그린피스가 세계적인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마무트에게 PFC 사용 중단을 약속할 것을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들 대형 업체들이 나서지 않고는 결코 아웃도어 업계 전체 판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PFC-Free를 향한 작은 움직임조차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십년간 무려 800%의 성장을 기록했고, 2015년 기준, 전세계 2위 규모로 부상할만큼 영향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세를 타고 노스페이스와 블랙야크를 비롯한 다양한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가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는 아웃도어 산업이 지구 환경과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변화시키는 일에 있어 한국 아웃도어 산업과 소비자들의 입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연 없이는 우리도 없다"라는 문구가 시사하듯,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아웃도어 산업은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소비자들도 더이상 아웃도어에서의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PFC-Free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지 않는다면, 우리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까지 지속될 되돌릴 수 없는  환경오염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영향력있는 글로벌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PFC 퇴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블랙야크가 친환경적인 혁신에 동참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목소리를 높여 주세요! 

 글: 하보미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독성물질 제거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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