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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한 장마 피해,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글: 이유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우산을 챙길지 말지 고민하신 적 있나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자주 변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고요, 여기에 석탄발전소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석탄발전소로 인한 이윤은 기업이 챙기고 피해를 짊어지는 건 국민입니다.

예측 불가능해진 장마 피해, 누구의 책임일까

장마철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 주 내내 푹푹 찌는 폭염이 계속되다 한 곳에 집중적으로 물 폭탄이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반복됩니다. 게다가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만큼 날씨 예측에 번번이 실패합니다. 기상청은 올여름 빗나간 예보의 원인을 기후변화로 설명합니다. 장마가 예측이 불가능한 게릴라성 호우로 변했다는 것이죠. 예측할 수 없으니 대비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 수도권을 갑작스레 덮친 폭우로 사상 최악의 물난리와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장마철 폭우로 인한 피해는 결국 기후변화를 일으킨 주범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요.

기후변화, 온실가스, 그리고 석탄발전

숲과 바다가 아닌, 콘크리트 정글에 사는 도시민들도 피부로 기후변화를 느끼고 피해를 체감합니다. 이제 인류의 적은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주범, ‘온실가스’가 되었죠. 우리나라도 전 세계와 손을 맞잡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파리협정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8천800만 톤으로, 감축은커녕 전년보다 1.3% 증가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2017년 상반기에만 총 3,667MW에 달하는 용량의 석탄발전소가 새로 가동되었습니다. 반면, 올해 낡아서 폐쇄된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은 ⅙ 수준인 675MW에 불과합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총 석탄발전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6%(95,550GWh) 증가했고, 총 전기 생산량에서 석탄발전의 비중은 42.4%로, 전년보다 4.7% 늘었습니다. 석탄발전량이 증가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수록 기후변화와 그 피해 규모는 점점 더 커집니다. 과도한 석탄발전 가동이 최근 폭우 피해와 같은 기후변화에 일부분 기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죠.

아이러니하게도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은 발전에 대한 이윤은 챙기지만, 석탄발전으로 인한 환경 피해나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후속 대책 없이 싼 연료비만 고집하면서, 국내외 석탄발전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Submerged Iconic Monuments at COP16그린피스는 기후변화가 일으킬 영향을 강조하면서, 각국 정부에 제대로된 정책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2010. 12)

주소 바뀐 환경비용 체납고지서

지난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의 사회환경 비용과 에너지 전환 방안> 토론회에서 환경정책연구원은, 이제까지 빠져있던 “환경비용을 포함한 석탄 발전단가”를 산정해서 발표했습니다. 여기에서 ‘환경 비용’이란, EU와 IMF가 제시한 계산법에 따라 비온실가스 환경비용과 온실가스 비용(배출거래제 기준)을 포함한 값입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석탄발전소의 환경비용은 LNG 환경비용의 3배에 달하고, 오염 저감시설 등의 기술을 도입한 신규 시설도 LNG보다 2.3배 많은 환경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석탄과 LNG 사회·환경 비용 및 발전단가 (단위 : 원/kWh)

시설

기존시설 (2014)

신규

발전원

LNG

유연탄

LNG

유연탄

사적비용만 포함한 발전단가
( = 투자비 + 연료비 + O&M)

103.8

82.5

103.8

82.5

사적비용

투자비

13.4

25

13.4

25

연료비

83.3

49

83.3

49

O&M

7.1

8.5

7.1

8.5

사회·환경 비용

25.2

75.5

18.2

42.8

사회·환경 비용 포함 발전단가

129.6

158

122

125.3

출처 : 이창훈. 2017. “화력발전의 환경비용과 저감방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19, 20쪽 <건설비, 발전량, 오염물질 배출량 등 영흥화력 7,8호기 건설 경제성평가 내부자료/ O&M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입력자료/ 연료비는 전력거래소 2017년 5월 자료/ 온실가스배출량은 안재균(2016) 배출계수 활용/ 비온실가스 환경비용 원 단위 비용은 NEEDS(2008) 및 IMF(2014)를 편익 이전/ 온실가스 원 단위 비용은 미국 US EPA(2016) 자료를 활용>

지금까지 석탄발전이 값싼 발전원으로 인식되어온 이유는 발전단가를 정산할 때 ‘사회·환경 비용’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업체들은 투자비, 연료비와 운영비만 부담하며, 이를 합쳐 ‘사적비용’이라고 합니다. 사회·환경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고스란히 국민과 자연의 몫입니다. 2014년에 국민이 부담한 석탄발전으로 인한 사회·환경 비용은 kWh당 75.5원이었습니다. 이는 석탄발전사가 낸 사적비용의 91%로, 기업이 부담했어야 하는 금액을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것이죠.

OECD는 1972년부터 ‘오염자부담원칙(PPP; Polluters Pay Principle)’을 채택하여 환경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환경오염을 일으킨 업체가 오염방지 조치와 피해보상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석탄발전소 업체들은 저렴한 연료비와 높은 가동률로 잇속을 챙기고, 국민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고통받으면서 환경과 건강피해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선임연구위원은 석탄발전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국민 한 사람이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약 200만 원, 우리 사회 전체로는 약 10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Greenland Tour, Climate Change, 2005

환경비용 체납고지서, 제대로 된 주소에 청구하기

최근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에너지 시스템을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일환으로, ‘국정과제 관리계획’을 발표하면서,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전담부서를 조성(17년 9월)하고, 미세먼지 걱정 없는 쾌적한 대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을 신설(18년 6월)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사에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직접 지게 하는 내용은 빠져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사회·환경 비용을 포함한 발전단가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은 2022년 미국의 발전원별 발전비용을 전망한 결과 석탄화력발전소(탄소 포집 장치 장착)가 kWh당 123.2원이지만, 태양광은 66.8원, 육상풍력은 52.2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에너지 산업전략부에서 2025년 석탄화력 발전비용을 kWh당 191원, 태양광은 91.6원, 육상풍력은 88.5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이미 석탄발전보다 훨씬 저렴해졌습니다. 최근 그린피스 독일사무소가 발표한 “다양한 발전원의 사회·환경 비용을 포함 균등화 발전원가”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이미 절반이 넘는 G20 국가에서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온실가스·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비용’이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2030년이면 모든 G20 국가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비용이 석탄보다 훨씬 저렴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기후변화를 부채질하고 국민 건강 피해를 만드는 석탄발전은 이제 ‘저렴하다’는 핑계도 댈 수 없습니다. 이제 환경 비용 체납고지서는 제대로 된 주소에 청구돼야합니다. 정부는 석탄발전사의 사회·환경 비용을 포함한 발전단가를 공개하고,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석탄발전업계가 초래한 피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석탄발전사들은 지금까지 국민의 고통을 당연시하고 사회·환경 비용도 떠밀었습니다. 이제 석탄발전에서 내뿜는 대기오염 물질과 이산화탄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으로 나아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