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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언박싱, 그 이면을 공개합니다

글: 서민수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오피서
현대차와 정부, 언론에서는 수소차가 “궁극의 친환경차"인 것처럼 이야기하며, 한국의 수소차 산업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린피스가 확인한 수소차의 이면은 달랐습니다.

수소차 하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BigKinds)에 물어봤는데요. 밀접 연관어로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공기청정기, 탄소중립 사회 등이 큼지막한 글씨로 나타나네요.

2021년 8월 26일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가 분석한 수소차 연관어

언론 대부분이 그렇게 쓰니 여러분 중에도 수소차 하면 친환경차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수소차가 정말 친환경차일까요? 그린피스가 자료조사를 통해 수소차의 본모습을 언박싱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과장을 넘어 사실 왜곡이 많았습니다. 하나씩 파헤쳐 보도록 하죠.

본격 탐구에 앞서 수소차의 작동원리부터 간략히 살펴볼까요? 휘발유차가 휘발유를, 경유차가 경유를 연료로 쓰듯 수소차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동력을 얻는 것이죠.

현대자동차 넥쏘 수소연료전지차

여기서 잠깐만! 에너지원이 수소라는 데 1차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100% 천연가스 개질수소이거나 부생수소이기 때문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먼저 천연가스 개질 수소가 뭐냐면요? 천연가스를 고온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켜서 추출한 수소를 말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소 뿐 아니라 다량의 이산화탄소도 발생한다는 데 있는데요. 화학식은 CH4(천연가스) + 2H2O(물) → CO2(이산화탄소) + 4H2(수소) 입니다. 그리고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제철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는 수소를 말합니다. 어느 쪽이든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기는 마찬가지여서 회색 수소(Gray Hydrogen)라고 합니다. 수소 공급 업체들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블루 수소가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최근 스탠퍼드 대학과 코넬 대학 연구팀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레이 수소에 비해 블루 수소를 생산할 때 줄어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물론,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환경오염 없는 그린수소를 만드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기로 그린 수소를 만든 뒤 그 수소로 다시 전기차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보니 수소차 구동에 사실상 회색 수소를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그린 수소를 쓴다해도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는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친환경차라는 홍보와 달리 실제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수소차의 속성이 한눈에 보이시나요?

자료출처 :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저탄소 경제에서 수소의 역할> 보고서

여기서 눈치채셨나요? 2차적인 문제는 수소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수소차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수소차는 수소를 스택(stack) 또는 연료전지라는 장치에 투입해 산소와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데요. 이 과정에서 수소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전기에너지가 아닌 열 에너지 등으로 변해 증발해 버립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의 <저탄소 경제에서 수소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처음 사용하는 연료 상태의 에너지를 100으로 볼 때 바퀴까지 전달되는 에너지의 비율이 수소차는 41~44%에 그쳐, 30% 수준인 휘발유차나 경유차보다는 높지만, 86%인 전기차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에너지의 반 이상을 버리며 달리는 수소차를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수소 충전소는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해 보관하는 시설을 갖춰야 하는데요. 이 때문에 충전소 하나를 설치하는 데 30억 원 정도 들어갑니다. 추가로 연간 운영 비용도 많이 들어서 그 자체로는 수익성이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21년 7월 현재 우리나라 전국에 설치된 수소 충전소는 모두 합쳐 100곳에 불과합니다. 전기차 중전소 10만 개에 비하면 1/1,000 수준입니다. 국회에다 세금으로 겉만 번지르르한 충전소 하나를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문제들이 불거지자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수소차 사업을 접었습니다. 일본 혼다도 수소차는 답이 아니라고 보고 올해 들어 수소차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습니다. 현재 수소차 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는 현대차와 일본 토요타 두 곳뿐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다른 글로벌 경쟁자들이 모두 떠나 둘만 남은 시장에서 최근 현대차 넥쏘가 토요타 미라이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대서특필했습니다. 제대로 된 사실 전달이 아닙니다. 더욱이 2021년 3월까지 전 세계에 보급된 수소차를 모두 합쳐도 4만 대도 되지 않습니다. 지금 수소차는 팔면 팔수록 손해인 차입니다. 이에 비해 지금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전기차는 천만 대를 훌쩍 넘었습니다. 경쟁은 수소차 시장이 아닌 전기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소차는 기후변화 대응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에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엉뚱한 곳에 공력을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급속한 기후변화를 보면 우리에게는 한눈팔 시간이 없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회> IPCC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후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시점이 2030년으로 당초 예상보다 10년 앞당겨졌습니다.

하루속히 수소차에 대한 미련을 그만 접고 전기차 전환에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전기차는 수소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유발 부담이 적고, 에너지 효율도 높습니다.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확대해 점차 적은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고 친환경성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고압 압축 기술이 필요한 수소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소 설치 비용이 적은 것은 물론 아파트 등에서도 손쉽게 충전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모든 화석연료 차량을 최적의 탈탄소 교통수단인 전기차로 바꿔야 합니다. 수소차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됩니다. 그린피스가 전기차 중심의 탈탄소 모빌리티 구축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외쳐주세요! ‘수소차 말고, 전기차에 집중하라!’ 여러분이 함께하면 변화는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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