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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구를 지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될 수 있을까?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삼성전자의 기후 위기 대응이 과연 1.5도 상승을 제한하기에 충분할까요? 삼성전자를 포함한 빅테크 기업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전력 소비량을 전망해 봤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테크 산업의 이면

전 세계 테크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년 세계 반도체 산업의 시장 규모는 현재의 두 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칩은 스마트폰에서부터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자제품 공급망의 핵심 구성 요소죠.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는 다른 분야에서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테크 산업의 성장세에 우려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생산 과정에서 전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함께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전 세계 전자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4분의 3 이상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 그리고 최종 조립업체를 포함한 공급망에서 발생할 정도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합니다.

한편, 동아시아는 세계 반도체 생산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디스플레이 제조와 최종 조립 라인의 중심지입니다. 동아시아 전역의 전력망에 공급되는 전기 대부분은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 연소를 통해 생산됩니다. 따라서, 테크 산업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동아시아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빠르게 하지 않으면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테크 기업의 노력, 충분한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을 막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합니다. 2023년 초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3실무그룹(WG3)의 6차 보고서(AR6)에서는 2030년까지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43%를 감축해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SBTi)에서도 2030년까지 50% 감축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동아시아 테크 기업은 이러한 과학적인 기준에 맞춰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요? 그린피스는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입신정밀(럭스쉐어) 등 13개의 전자 제조 기업이 2030년에 얼마나 전력을 쓰고 온실가스를 배출할지 예측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도출한 미래 전망과 기업들이 세운 기후 위기 대응 목표를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애석하게도 1.5도 한계에 부합하는 기후 목표를 세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동아시아 전제 제조 기업이 추진하는 탄소 중립 목표 수준으로는 심각한 기후 위기 상황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나마 조사 기업 중 TSMC, SK하이닉스를 비롯한 10곳은 203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로 접어드는 양상을 보였지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입신정밀 세 곳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2018년 독일 베를린,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촉구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비폭력직접행동 모습
2018년 독일 베를린,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촉구하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의 비폭력직접행동 모습

삼성전자, 상승 곡선 꺾일 가능성은?

특히 삼성전자는 막대한 규모의 전력 소비로 인해 이번 조사 대상 13개 기업 중 2030년에 가장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2년 9월,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면서 2027년까지 한국 외 사업장 및 DX 부문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만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사업장 및 DS(반도체) 부문에 대해 2027년부터 2050년까지 기간의 중단기 감축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한다는 조건의 "평소와 같은 비즈니스" 시나리오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배출량은 간접배출(SCOPE 2)에서 2,300만 톤, 직접배출(SCOPE 1)에서 1,600만 톤을 배출해 총 3,900만 톤의 CO2e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약 이행" 시나리오에서 삼성의 배출량 곡선은 2027년 이전에는 한국 외 지역 시설의 배출량 감소로 인해 평탄화됩니다. 그러나 2027년 이후에는 국내 시설에서 전체 배출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다시 상향 곡선을 그립니다. 현재의 “공약 이행” 시나리오에서 삼성의 배출량은 2030년 이전에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2019-2021) 및 예측치(2022-2030)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2019-2021) 및 예측치(2022-2030)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생산 공정상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Scope 1) 부분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그에 못지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력 소비를 통한 간접 배출(Scope 2)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재생 에너지를 도입하면 산업 배출량의 약 50%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자가 발전, 지분 투자, PPA와 같은 조달 방법은 전력망에 재생에너지를 추가하여 전반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는 기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활용하는 일종의 금융상품으로 REC를 구매한다고 해서 전력망에 새로운 재생에너지가 추가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REC는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 중에서 가장 파급력이 약한 방안 중의 하나로 분류됩니다.

그렇다면 간접배출이 발생되는 전력 사용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전력 소비는 2021년 26TWh에서 2030년 55TWh로 112%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삼성의 전체 재생에너지 조달에서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90%에 달했습니다. RE100 회원사가 조달하는 40% 수준과 비교해 너무나 편향된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과거(2019-2021) 전력 소비량 데이터 및 예측치(2022-2030)
삼성전자의 과거(2019-2021) 전력 소비량 데이터 및 예측치(2022-2030)

동아시아 빅테크 기업이 나아갈 길

동아시아 전자 제조 기업들의 공통된 가장 큰 문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긴박감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발표했지만 2050년은 너무나 늦습니다. 테크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업계의 막대한 탄소 발자국을 해결하기에는 걸음마 단계와 같은 지금의 목표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다음과 같이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 100%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기고 신속하게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업장에 적용해야 합니다.
  •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 정책을 통해 제조 공급망에 대한 야심 찬 100% 재생 에너지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 단기적으로 국내에서 이용 가능한 재생에너지 조달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늘려야 합니다.
  • 중장기적으로 지역성, 추가성 우선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원칙을 세우고, 이에 부합하는 재생 에너지 조달 방법(PPA, 직접 투자 등)을 활용해야 합니다.
  • 정부, 유틸리티와 협력하여 재생 에너지 친화적인 정책 및 투자를 적극 지지하는 옹호 활동을 해야 합니다.
  • 기업의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고 일관되며,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투자를 요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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