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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장마다 있는 시계탑의 비밀

글: 김이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
국내 대형마트 ‘탑2’ 홈플러스의 매장이 다른 대형마트 매장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점포마다 설치되어 있는 시계탑(탑시계)입니다. 하얀 벽과 파란 지붕, 그리고 커다랗게 설치된 시계탑은 홈플러스 매장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와 구분 짓게 하는 이미지 전략입니다.

홈플러스 매장별 설치되어 있는 시계탑. © shutterstock

홈플러스는 자사 블로그 및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시계탑의 모티브를 영국 국회의사당의 탑시계 ‘빅벤’에서 따왔다고 설명합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회를 상징하는 빅벤 탑시계처럼 홈플러스의 시계탑은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죠. 말 그대로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고객 의회’가 되겠다는 것이 홈플러스 시계탑이 가진 진짜 의미입니다.

홈플러스 시계탑에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

매장 외벽 시계탑이 상징하는 홈플러스의 고객 경청 의지, 얼마나 반영이 되고 있을까요? 지난해 12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1천 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4%가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이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69.2%가 일회용 플라스틱 발생 문제의 책임은 ‘생산 및 유통단계’가 가장 크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린피스·녹색소비자연대 ‘대형마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2019, 12.

PB(Private Brand, 자체 제작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며 제조사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현재 플라스틱 포장재 없는 제품을 대형마트 매장에서 고를 권리를 침해받고 있습니다.

생활에 플러스가 된다더니... 플라스틱 성적은 마이너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9년 10월부터 국내 5대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 및 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린피스는 2018년부터 일회용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영국·스페인·미국·캐나다·홍콩·대만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항목별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마트 2위 (2019년 매출, 점포 수 기준)의 홈플러스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시계탑과 달리 일회용 플라스틱 대응에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생활에 플러스가 됩니다’라는 홈플러스의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대응 방식은 F, 낙제점 수준이었습니다.

홈플러스는 2018년 환경부와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50% 감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통해 현재 상당한 감축 성과가 있다고 그린피스 측에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그 실적 공개는 거부했습니다. PB 상품 및 협력사와 협업을 위한 감축 노력 부분에서는 유색 PET 용기 및 접착제 사용을 중단하고 색상염료가 혼입되지 않는 흰색(무색) 용기를 사용할 목표가 있다고 밝혔지만, 투명성과 감축,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답변을 아예 거부했습니다. 이 밖에도 내부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 외엔 소비자 참여 유도 및 사내 감축 노력에 대한 그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대형 탑시계 빅벤

홈플러스 시계탑의 본고장 영국은?

그렇다면 홈플러스가 시계탑 모티브를 가져온 ‘빅벤’의 고장 영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2006년 노점으로 시작한 유통업체 ‘언패키지드’는 최근 런던 머스웰힐 지역에 포장 없이 상품만 구입할 수 있는 콘셉트 매장을 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 용기 없이 스스로 집에서 용기를 가져와 직접 저울에서 물건 무게를 잰 뒤 계산합니다. 언뜻 보면 고객서비스센터에 불편에 대한 불만이 쏟아질 것 같지만 그 반응은 놀랄 만큼 긍정적입니다. 한 소비자는 BBC와 인터뷰에서 “예전에 우리는 포장재를 쓰지 않고도 잘 살았다”며 “(유통)업계에 큰 과제가 되겠지만, 해내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곤경에 처할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유통업체가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책임 있게 대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만년 2등 홈플러스, ‘플라스틱 줄이기’ 1등 하려면

1997년 9월 전국 1호점인 대구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 시장에 진출한 홈플러스는 어느덧 창립 23주년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에서 영국 테스코그룹,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뀌는 부침을 겪었지만 이마트와 함께 여전히 국내 대형마트 2위 (2019년 매장 수, 매출 기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1998년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에 문화센터 개념과 백화점급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 새로운 모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책임 있는 움직임과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빼는 것이 플러스다." 홈플러스의 또 다른 이 캐치프레이즈처럼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량 및 저감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길 바랍니다. 홈플러스 매장별 설치되어 시계탑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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