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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제로웨이스트 입덕기 (feat. 쓰레기 로그아웃)

글: 허유정 작가
환경을 위해 일상을 바꾼 사람들 1. 허유정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의 저자 허유정 작가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한다. 인스타그램(@frau.heo)과 블로그를 통해 환경을 지키는 일상 속의 팁을 공유하고 에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나의 제로웨이스트 입덕기 (feat. 쓰레기 로그아웃)

허유정

덕질의 시작, 독일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힙함을 보다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와 바구니 속 유리병을 꺼내 나란히 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원두를 갈아 병에 담고 다른 병에는 시리얼을 담았죠. 학생처럼 보이는 손님은 공병에 샴푸를 덜어 카운터로 가져갑니다.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둔 건 3년 전 독일 여행이 시작이었어요. 친구의 초대로 간 함부르크에서 난생처음 ‘제로웨이스트’란 말을 들었고 제로웨이스트 샵도 경험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액체도 포장 없이 살 수도 있다는 걸’ 그리고 ‘세상에는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팔고 있는 그 생경한 공간은 많은 생각과 감정을 들게 했습니다.

사진 제공: 허유정 작가(독일 여행 중 만난 제로웨이스트 샵)

그 전까지 환경보호란 환경운동가만의 ‘특별한 일’ 같았어요. 하지만 독일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상적으로 텀블러를 쓰고 휴지를 아끼는 삶.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모두 작게나마 무언가를 실천하고 있었죠. 처음에는 그저 이 사람들의 ‘선의’를 따라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행에서 돌아와 좀 더 열심히 텀블러를 챙겨 다닌 게, ‘나의 제로웨이스트 덕질’의 시작이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 정말 그렇게 심각해?

처음에는 그냥 따라 해보고 싶었습니다. 나 아닌 공동체를, 지금뿐 아니라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는 게 멋져 보였거든요. 하지만 쓰레기 문제를 알아 갈수록 이 마음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먼 미래를 보지 않아도, 이건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이더라고요. 쓰레기 문제는 생각보다 더 우리 생활과 닿아 있었죠.

현재 세계적으로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은 연간 1200만 톤, 1분에 트럭 한 대 분량이 바다로 쏟아지는 양이라고 해요. 이 쓰레기로 인해 우리가 먹는 생선, 소금 심지어 물과 공기에도 미세플라스틱이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음식에 든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장기 손상은 물론 면역 체계, 생식에 영향을 주는 교란 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막 자녀 계획을 생각하는 저에게는 무엇보다 무서운 사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홍합, 굴, 게, 숭어, 바닷가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이런 음식을 먹고 자라고 있어요. 전 세계 식용 소금 90% 이상에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하니, 사람도 위태로운 얼음 위에 올라선 북극곰과 다른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기업과 정부가 변할 때, 우린 성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글을 읽었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미 늦은 거 아닐까?’, ‘쓰레기 좀 줄인다고 뭐가 달라질까?’ 2013년 UN에서 기후위기는 ‘인간’ 책임일 확률이 95% 이상’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사람’만 달라져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거 아닐까요?

플라스틱은 쓰레기로 배출되는 양도 문제지만, 생산과 처리 과정 또한 기후위기를 앞당기기에 문제가 됩니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천연 화석 원료를 재료로 사용하는데,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6%가 플라스틱 생산에 쓰인다고 합니다. 이건 전 세계 항공 부문 석유 소비량과 맞먹는 양이라고 해요.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이 버려져 분해될 때도 메탄 같은 유해한 온실가스가 대거 배출됩니다. 기업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이 이렇게 큰 오염 원인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기업이 나선다면 큰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소비자’에게서 나옵니다.

최근 환경을 위한 소비자의 목소리로 여러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전남 영광 초등학생들이 보낸 ‘우유에 붙은 빨대를 없애 달라’는 편지를 받고, 2주 뒤 자사 우유 제품에서  빨대를 제외했습니다. 음료 업체는 친환경 요구가 점점 많아지자 상표 띠 없는 무라벨 음료를 출시하기 시작했죠.

사진 제공: 허유정 작가(화장품 용기 개선을 위한 ‘화장품 어택’ 참여)

직접 의견을 내고 기업의 변화를 체감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온라인에서는 필터형 정수기 ‘브리타’에 필터 재활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있었어요.  브리타 사용자로서 서명에 동참했고 또 어택에 사용될 수 있게 필터를 보냈죠. 그리고 올해 1월 브리타는 연내 필터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답변을 줬습니다. 용기 내 작은 힘을 보탠 일이 실제 변화로 찾아왔던 경험. 처음에는 텀블러, 손수건을 쓰는 사소한 실천이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종종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선거일이 다가오면 환경 정책을 생각하는 후보자도 찾게 됩니다. 텀블러를 쓰는 일은 작게 보여도 작은 게 아닌 거죠. 텀블러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져야, 쓰레기 문제에 열쇠를 쥔 ‘기업’과 ‘정부’가 변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덕질하기

변화는 오고 있지만,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속도를 고려하면, 사실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ESG’, ‘친환경’ 키워드는 매일 신문에 등장하는데, 당장 근처 대형 마트만 가도 불필요한 플라스틱 포장을 쉽게 찾을 수 있죠. 며칠 전 마트를 가니 1+1 비닐 재포장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지만, 여전히 상품 2개가 비닐에 재포장된 막걸리와 음료가 있었어요. 채소를 넣을 주머니를 챙겨갔지만, 이미 모두 비닐에 소분된 상태라 쓰지도 못했죠. 

지난해 12월 그린피스와 소비자 연맹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7명은 플라스틱 없는 마트에서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환경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만큼, 제조사와 유통사의 변화가 절실한 때입니다.

사진 제공: 허유정 작가(직접 들고 다니는 제로웨이스트 여행 키트)

친구들은 종종 ‘쓰레기 줄이기, 힘들고 불편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해요. 하지만 쓰레기를 줄이고 난 뒤, 오히려 제 일상은 좀 더 건강해졌고 간편해진 부분도 많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알게 된 후, 플라스틱에 담긴 음식보다는 좋아하는 그릇 위에 올려진 음식이 더 좋아졌습니다. 치워야 할 배달 용기, 일회용 쓰레기가 없는 날은 몸도 편하고 휴식에 더 집중할 수 있죠. 또 물티슈 한 장, 종이컵 하나라도 아낀 날이면 ‘오늘은 꽤 쓸모 있는 일을 했어.’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기도 합니다. 자연에 무해한 건, 결국 나에게도 무해하다는 걸’ 쓰레기를 줄이며 알게 됐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분 좋은 ‘무해함’을 경험하길 바라며 오늘도 SNS에 #제로웨이스트 해시태그를 달아봅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많이’ 모인다면, 이 덕질은 분명 큰 힘을 낼 거로 생각해요. 제로웨이스트 덕질과 함께 ‘무해한 일상’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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