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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수소데이 발표 후 생긴 궁금증 3가지

글: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카운트다운으로 기대감을 불러온 현대차 수소차데이. 하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않아서 아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 시간을 10년 남겨두지 않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 현대차가 놓치고 있는 3가지 포인트가 무엇일까요?

요즘 현대자동차와 친환경이라는 말이 함께 쓰이는 걸 자주 봅니다. 광고, 기사 심지어 유튜브 영상으로도 현대차의 미래차 전략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환경보호 활동을 중시하는 ESG 경영이 화두라서 그런 걸까요? 기업의 책임감 있는 활동을 촉구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겠죠. 오랜 시간 자동차를 팔며 기후위기를 심화시켜온 자동차 기업들이 친환경을 외치는 모습이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지만, 언제부턴가 낯설지 않게 됐습니다.

이 시류에 동참하는 건 현대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인 그룹 BTS와 함께 여러 친환경 각오를 내비치며 자신들의 친환경 이미지를 확산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 수소차를 포함한 미래차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기후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호언장담합니다. 하지만 매년 기록적인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의 심화로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요즘, 현대차가 내세우는 친환경 미래는 현실성이 없는 먼 이야기로만 들립니다.

2020년 국내시장에서 현대자동차는 약 79만대 자동차를 판매하여 전체 총 41.7%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습니다.

7일 오후 3시 현대자동차는 수소사업의 전략과 비전을 소개하는 ‘수소의 물결(Hydrogen Wave) 행사를 전 세계에 생중계했습니다. 현대차는 수소차를 궁극의 친환경차로 설명해 왔는데요. 물론 수소차는 주행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낮은 에너지 효율과 높은 인프라 비용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고요. 결정적으로 연료인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해 친환경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그린피스 블로그 '수소차 언박싱, 그 이면을 공개합니다' 를 참고해 주세요) 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수소경제에 한눈을 파는 것은 탈내연기관 노력에 쏟을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린피스는 “수소에 빠진, 느림보 현대"에게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2020년 활동 사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2019년부터 꾸준히 현대자동차의 의미있는 탈내연기관 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첫째. 2030년내 탈내연기관 선언은 언제 할 예정인가요?

현대차는 지난 6일 독일 뮌헨 모터쇼 현장에서 내연기관 판매 중단 시점을 조금 앞당긴 선언을 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미국 시장에서는 2040년, 유럽 시장에는 최근 규제에 발맞춰 2035년부터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보수적인 분석기관인 세계에너지기구(IEA)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신차를 판매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많은 국가는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시점을 2035년으로 앞당겼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로 인한 최악의 재앙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2018년 독일 항공우주연구센터(DLR)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계는 늦어도 2028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합니다. 현대차가 탄소제로 시대에 기여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어도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과 전기차 전환 시점을 크게 앞당기는 선언을 조속히 내야 합니다.

둘째.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함께 이뤄지는 탈내연기관 선언은 언제 할 예정인가요?

현대 자동차가 러시아, 인도, 아시아 태평양, 중남미 인도에서 잘 팔린다는 뉴스를 종종 봅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들 지역은 현대자동차의 최근 탈내연기관 계획에서 빠져 있습니다. 2020년 현대차 지속가능보고서의 글로벌 판매실적에 따르면 현대차가 이야기한 유럽, 중국, 북미, 한국 시장을 제외한 곳의 판매량은 무려 121만여 대에 달합니다. 전체 판매량 371만 대 중 약 32%를 차지합니다. 현대차는 121만 대의 글로벌 판매량을 기록한 소위 “신흥시장"에서는 2040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디젤, 가솔린 차량이 판매하겠다는 속내를 숨기고 있습니다. 자동차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2050년을 넘겨서도 현대에서 만든 수많은 내연기관차가 거리를 누비게 됩니다. 현대차는 현대차에 애정을 보내는 이들 국가를 희생양으로 대기오염과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셋째. 수소차와 수소 산업이 정말 친환경적인가요?

현대자동차의 수소 산업 계획을 들어보면 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소차, 수소 드론, 선박, 열차,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는 물론 에너지, 신소재, 철강, 화학에 이르기까지 수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은 놀랍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전 세계 수소의 96%가 천연가스로 만들어지는 그레이 수소라는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100%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그레이 수소라는 사실도 알기 어렵습니다. 현대차는 단기적으로는 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해 만드는 블루수소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스탠퍼드대와 코넬대 연구진은 지난 8월 12일 탄소 포집 기술 등을 통해 블루수소를 생산할 때 줄어드는 온실가스가 그레이 수소에 비해 9~12%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공동 연구논문에서 발표했습니다. 이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의 블루 수소 개발 계획은 환경적으로 볼 때 폐기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영국 수소-연료전지 협회 회장을 지낸 크리스 잭슨은 "블루 수소는 탈탄소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원낭비일 뿐이며 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배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회장직을 사임했습니다.

현대차는 장기적으로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 수소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수소차의 경우 그린 수소의 생성과 압축, 동력 전달 등 전 과정에서 투입 에너지의 반 이상이 유실되고 41% 정도만 바퀴에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투입 에너지의 86%가 바퀴에 전달되는 전기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반에도 못 미칩니다.

지금 현대차는 내연기관차 판매와 그레이 수소 사업을 통해 화석연료 산업의 명맥을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내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10년뿐입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모든 자동차 기업들은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하고 무늬만 친환경인 수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프랑스 산불 현장의 소방관. 올해도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 그리고 산불로 신음했다.

9월 7일은 우리 정부의 제안으로 UN에서 채택한 “푸른 하늘의 날"입니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도 문제이지만 과학자들은 수도권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동차 매연을 꼽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그린피스 블로그 '미세먼지 감옥에 갇힌 한반도, 대기정체의 정체는?'을 참고해 주세요) 무시무시한 기후위기에 맞서려면 서둘러 화석연료 사용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과 규모의 경제로 비용이 급속히 저렴해지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수소를 만들려면 화석연료가 필요합니다. 일각에서는 그린 수소를 이야기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너무 낮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린피스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계를 향해 단호하게 이야기 해왔습니다.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고, 판매량을 늘리고 보자는 판매 위주의 경영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리고 캠페인을 통해 지난 3년간 산업계가 아주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변화가 기대만큼 빠르진 않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큰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중입니다. 그동안 느림보 행보를 보여온 자동차 업계은 이제 속도를 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10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비효율적인 수소차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전기차 전환과 대안 모빌리티 사업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1990년대 초부터 자동차 산업계가 우리 사회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서울사무소는 2019년에 이어 현대차를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1위 글로벌 기업 현대차가 우리 경제와 지구를 망가트리지 않도록 여러분의 힘을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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