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누가 가장 많이 만들었을까?
2022년 시민들이 직접 조사한 플라스틱 추적기
플라스틱 시대, 기업은 바뀌고 있을까요
플라스틱 시대(Plastic Age)를 사는 우리는 매일 마주하는 플라스틱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플라스틱 오염은 더욱 심각해지기도 했습니다.1), 2)
우리가 느끼는 위협만큼 기업은 변화해주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번에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업은 플라스틱의 무게를 줄이거나 라벨을 사용하지 않는 등 미미한 플라스틱 절감을 하고 있지만, 이를 커다란 숫자로 보여주며 마치 획기적인 플라스틱 감축을 하는 것처럼 홍보합니다. 이런 기업의 그린 워싱(Greenwashing) 때문에 정작 기업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는지는 꼭꼭 숨겨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그린피스는 어떤 기업이 얼마만큼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판매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3년간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그린피스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 그린피스 플콕조사의 결과
2022년 8월 22일부터 2022년 8월 28일까지 총 7일간 진행한 올해 조사는 3,506명의 시민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전 조사(2020년 260가구, 2021년 841가구)와 비교하면 가장 많은 참여였습니다. 매년 더 많은 시민이 이 조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높은 관심을 가지는 시민과 달리,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과 정부가 플라스틱 오염을 대하는 태도와 정책입니다.
올해 플라스틱 사용량 조사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업의 태도가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식음료 포장재가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총 14만 5,205개)의 73.2%(10만 6,316개)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과거의 조사에서도 식품 포장재 비율은 2020년 71.5%, 2021년 78%로, 3년 연속 70%를 넘었습니다.
제조업체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중 상위 10개 업체 모두 식음료업체로 이들 업체의 제품이 22.7%를 차지했습니다. 총 6,829개의 업체 중 단 10개(롯데칠성음료, 농심,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동원F&B, 롯데제과, CJ제일제당, 오뚜기, 코카콜라, 빙그레, 매일유업) 기업이 플라스틱 폐기물의 20%를 넘게 차지한다는 것은 이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 및 판매하는지를 반증해줍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농심, 롯데제과, 오뚜기, 동원 F&B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 조사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 순위 10위권에 올랐습니다.
이는 지난 3년간의 조사에서 그린피스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의 변화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들 오염 유발 기업들이 플라스틱 오염 해결에 있어 얼마나 무책임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글로벌 기업은 어떨까요?
특정한 대기업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막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글로벌 플라스틱 조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글로벌 기업(브랜드)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조사해 오고 있는 브레이크 프리 프롬 플라스틱(Break Free From Plastic, BFFP)의 올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변화 없이 5년 연속으로 플라스틱 오염 유발 1위 기업에 코카콜라가 올랐습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첫 걸음, 국제 플라스틱 협약
이런 국내∙외 조사는 수년간 ‘오염 유발자’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플라스틱 오염을 중단할 의지와 노력이 부족함을 보여줍니다. 이제 기업의 자발적 감축 노력에만 기대기엔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우리의 삶과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Resumed fifth session of the United Nations Environment Assembly, UNEA-5.2)에서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하기로 한 것입니다. 협약의 논의를 위한 첫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우루과이에서 열렸고, 우리 정부도 참석했습니다.
최근 일회용품과 관련된 정책을 번복하며 소극적인 정책을 펼친 우리 정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마지막(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3)
더는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 이제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된다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시작될 것입니다. 더불어 주요 오염유발자인 기업도 이 규제에서 마련된 법적 의무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협약의 마지막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고자 희망하는 만큼,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보다 강력할 수 있도록 협상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강력하고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정부에 요구해 주세요.
출처
1) 환경부. 24 Dec 2020. 플라스틱 전주기 발생 저감 및 재활용 대책 수립
2) 환경부. 20 Oct 2022.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한 포스트 플라스틱 시대 준비에 박차
3) 환경부. 3 Dec 2022. 플라스틱 오염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 만들기, 닻을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