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앞세운 ‘제품 디자인 변경’, 그린워싱 아닌가요?
지금 이 순간,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한 바다거북은 숨막혀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바다거북은 매 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죽게 되는 10만여 마리의 해양 포유류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닌 플라스틱 오염은 우리의 삶 곳곳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 태반, 폐, 그리고 중요 장기에까지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우리의 인체 내부를 포함해 플라스틱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플라스틱의 생산량 증가와 그로 인한 환경 문제는 이미 위기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매년 약 4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 수치는 2050년까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비재 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은 플라스틱 위기의 해결책으로 제품 포장재 변경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 포장재가 더 많이 “재활용되며”, “ 재사용 가능하며”, 자원을 “재순환하게” 만든다고 그린워싱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방법들은 플라스틱 문제의 핵심인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습니다.
대대적 생산감축 없는 디자인 변화로는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제품 포장재 변경을 통한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는 코카콜라(Coca-Cola)사의 음료인 스프라이트(Sprite)의 병 교체를 들 수 있습니다.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스프라이트의 상징적인 녹색 병을 투명한 병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변경에도 실제 투명 플라스틱병의 재활용률은 높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300여개 단체가 소속된 국제 환경단체 연합 플라스틱 없는 세상 만들기 (Break Free From Plastic)의 연간 브랜드 오딧(Brand Audit, 브랜드의 환경에 대한 영향 평가)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5년 연속 전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오염 유발 기업으로 지목되었습니다. 투명 플라스틱병으로의 전환은 매립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색깔만 바꿨을 뿐, 코카콜라가 생산하고 배출하는 전체 플라스틱 양을 줄이는 데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그린워싱의 예로 프록터 앤 갬블(The Procter & Gamble Company, P&G)사의 다우니 섬유유연제 “리필 파우치” 사례가 있습니다. P&G는 기존 플라스틱 용기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적은 “리필 파우치”가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리필 파우치는 대부분 일회용이며, 폐기물 수거를 위한 회수 시스템이 거의 갖춰져있지 않아 오히려 시스템 도입 전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그럴싸하게 “리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리필 시스템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기존보다 줄이면서 도입되어야 합니다. P&G의 이러한 눈속임은 오히려 플라스틱 오염을 악화시키며, 진정한 리필 및 재사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왜곡시킵니다.
마찬가지로, EU의 플라스틱 병뚜껑 규제 정책 또한 그린워싱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정책은 병뚜껑이 분리되어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3리터 이하의 플라스틱병에는 뚜껑을 고정하고 일부만 열고 닫을 수 있게했습니다. 병과 병뚜껑이 분리되지 않게 해 따로 버려지는 일을 줄이고 함께 재활용될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뚜껑 역시 일회용이고, 플라스틱병 자체가 재사용 또는 재활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런 제품 디자인 변경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결국, 기업들은 포장재 변경으로 겉핥기식 해결책만 내세울 뿐, 플라스틱 과잉 생산과 플라스틱 오염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양한 음료 기업들이 위에서 언급된 방식으로 디자인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량화’를 했다고 하면서 극소량의 플라스틱을 절감하고 더 많은 플라스틱은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과잉 시대의 궁극적인 해결책
플라스틱 과잉 시대의 위기는 근본적인 문제인 ‘과잉 생산’을 외면한 채, 단순히 제품의 포장을 바꾸는 등 표면적인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피해를 줄이고 우리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2040년까지 최소 75%의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기업들이 보여줘야 하는 진정한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코카콜라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예전의 유리병 리필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안전한 방식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이 없는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류와 지구를 위한 코카콜라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입니다.
P&G는 제품의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일회용 ‘리필 파우치’ 대신, 소비자들이 다회용기를 가져와 매장에서 제품을 리필할 수 있도록 리필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제품을 유통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다회용기 리필 시스템이 대규모로 운영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다회용기 활용 시스템과 리필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제품을 위생적이고 친환경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종이, 알루미늄, 플라스틱 등 일회용 포장재의 대량생산을 줄여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해결책들이 지금 우리가 처한 플라스틱 과잉 생산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기업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생산을 멈추도록 청원해주세요
우리는 플라스틱을 더 적게 사용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업의 그린워싱을 거부하고,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허울뿐인 재활용’이나 ‘눈속임에 불과한 포장재 디자인 변경’이 아닌,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재사용 포장재의 이용’, ‘리필 시스템과 재사용 시스템의 적극적인 도입’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업들이 근본적인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그린피스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모아주세요. 여러분의 참여가 기업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