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 포기

Feature Story - 2012-12-05
12월 4일은 야생동물 보전의 날입니다. 마침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린피스 국제본부 존 프리젤 (John Frizell) 해양 캠페이너가 영국 캠브리지에 위치한 국제포경위원회(IWC) 사무국에 확인한 결과, 한국이 과학적 연구를 위한 포경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7월부터 과학포경 개시를 추진해 온 한국 정부는 내년 6월에 열릴 회의에서의 과학포경을 논의하기 위해서 12월 3일까지 ‘과학’ 연구 계획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를 포기한 것입니다. 이로써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한국 정부의 과학포경 계획은 이제 공식적인 철회 발표만 앞두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해의 고래들은 아마 이날에 기쁨의 춤을 췄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7월, 한국 정부가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 과학포경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저는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 해양 캠페이너로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냈습니다. 과학적 연구가 왜 나쁜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국제기구가 가진 제도와 정책이 허점투성이고, ‘과학포경’은 그러한 허점을 악용한 상업포경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것을 설명하느라 결혼식 전날까지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결혼식장에서도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하객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에스페란자 호가 바다수호대 투어를 할 때는 과학 연구는 고래를 죽이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호주와 미국에서 고래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함께 직접 동해 바다로 고래 탐사를 나가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각계의 의견수렴 후 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국내외 언론은 ‘사실상’ 철회를 운운하며 이제 다 끝난 줄 알고 있었지만, 뒤로는 정부가 여전히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린피스는 지난 11월 5일부터 한국의 국무총리에게 과학포경 계획 철회를 요청하는 이메일과 트위터 메시지를 보내는 사이버액션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시민들의 참여가 5만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어디에 위치하는지도 잘 모르는 작은 나라, 심지어 포경을 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들도 한국 연안의 고래를 지키기 위해 국무총리에게 메일을 보내줬습니다. 국내외의 환경단체, 동물권 단체들도 이번 캠페인을 적극 지지하며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3주 동안의 캠페인 결과 124개국에서 약 105,000명이 한국의 국무총리에게 과학포경 철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지난 11월 28일, 저는 그린피스와 함께 한 수많은 이들을 대표해 총리실을 방문해 고래를 보호하려는 간절한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그 후 30일에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정부 부처간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로부터 우리의 목소리가 관계 부처에 강력하게 전달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IWC에 알아본 결과 한국이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번 사이버액션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가 모이면 얼마나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24년 전 알래스카 빙벽에 갇힌 고래를 구했던 ‘빅 미라클’의 이야기처럼 2012년 우리는 또 한번 힘을 모아 고래를 구해냈습니다. 그린피스는 정부의 과학포경 포기 결정을 환영합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과학포경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상업포경을 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 세계에 밝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혼획과 불법포획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연안의 밍크고래 보호를 위한 대책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글: 한정희 해양 캠페이너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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