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을 미세 플라스틱 규제 마련 계기로

Feature Story - 2016-09-27
이번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여러 사안 중 복잡한 셈법 없이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문제도 있다. 바로 전 세계 각국 정부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마이크로비즈’ 문제다.

다른 정부는 이미 마이크로비즈 규제에 나섰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논의될 여러 사안 중 복잡한 셈법 없이 비교적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환경 문제도 있다. 바로 전 세계 각국 정부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마이크로비즈’ 문제다. 마이크로비즈는 치약·세안제·청소용품 등 다양한 제품에 세정 효과나 미적인 이유로 들어가는 5㎜ 이하의 미세한 플라스틱 알갱이를 뜻한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데, 150㎖ 용량의 세안제 한 개에 많게는 무려 280만개의 알갱이가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크로비즈는 하수처리시설로 거르지 못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물에 치명적인 위험을 끼친다. 사람이 먹는 해산물로 유입되기 때문에 인체 유해 가능성도 있다. 유엔 해양 관련 과학자문기구(GESAMP)는 마이크로비즈의 위험과 인체 유해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고,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각국 정부에 규제를 권고한 바 있다. 마이크로비즈는 이미 대체물질이 있고 꼭 사용할 필요가 없어 법으로 즉각적인 규제가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미국 정부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상하원 만장일치로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법’을 통과시켰다. 뒤이어 프랑스 정부도 발 빠르게 마이크로비즈를 법으로 규제했고, 유럽연합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규제법도 논의 중이다. 캐나다는 마이크로비즈를 ‘독성물질’로 공식화했고, 영국은 하원이 입법을 청원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구체적 규제 목표를 내놓았다.

반면 한국 정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이크로비즈 관련 부처인 환경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 규명을 위한 연구기간만 3년 이상으로 잡거나 타 부처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마이크로비즈가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이 전무한 상태다.

마이크로비즈는 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 ‘낮게 달려 있는 열매’라 불린다. 그만큼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단 의미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쉽게 딸 수 있는 열매마저 수확하지 못한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더 큰 환경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유해물질 관리와 위험 평가에 대한 접근 자체를 바꿔야 한다. 다양한 위해의 증거가 나타나고 있을 경우, 큰일이 터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규제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마이크로비즈를 포함한 유해물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하는 태도다.


글 | 말콤 렌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매니저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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