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산업이 남긴 독성물질(PFC)의 그림자를 찾아서

그린피스 탐사대는 왜 청정지역으로 떠났나

Feature Story - 2015-12-01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장을 열고 꺼내든 기능성 패딩 자켓. 그러나 이런 아웃도어 제품들이 자연을 해치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옷장을 열고 한쪽 구석에 보관해 놓았던 두터운 겨울 옷들을 꺼내 봅니다. 아, 작년에 산 패딩 자켓이 눈에 들어 오네요.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방수 기능도 빵빵한 이 자켓, 이번 주말에 떠날 북한산 산행에도 딱일 듯 싶고요. 어떤가요.  여러분도 오늘 아침 옷장을 열고 이런 기능성 패딩 자켓을 꺼내 들진 않으셨나요?

국내 아웃도어 산업은 지난 10년간 무려 800%의 성장을 기록, 2015년 기준 8조원의 시장규모로 전세계 2위로 부상했습니다. 이러한 급성장에는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의 65% 가량이 산지인 우리나라에서 등산은 오랫동안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해 왔으니까요. 올해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장 좋아하는 취미활동으로 등산을 꼽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성장에 최적화된 시장에서 국내외 아웃도어 업체들은 앞다투어 스타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결과 주로 전문 산악인이 찾던 고 기능성 방수제품 까지도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패션아이템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처럼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웃도어 제품들이 자연을 해치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보이지 않는 화학 발자국PFC (과불화 화합물)

문제의 핵심에는 아웃도어 제품의 방수 가공에 쓰이는 PFC(Perfluorinated Compounds)라는 인공 화합물이 있습니다. PFC는 물과 기름으로부터 제품의 형태를 지켜준다는 특징 때문에, 아웃도어 제품뿐 아니라 일회용 커피컵, 샌드위치 포장지, 배달 피자 박스, 카펫 등 다양한 소비재에 사용되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유용함 뒤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PFC, 과불화화합물은 물과 기름으로부터 제품의 형태를 지켜준다는 특징 때문에 아웃도어 제품뿐 아니라 실생활의 다양한 제품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PFC가 방수제품의 '제조–유통–소비자 사용–폐기' 전 과정에 걸쳐 물과 대기 중으로 유출된다는 점 입니다. 한번 유출된 PFC는 수백 년간 분해되지 않고 자연에 머무르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일부 PFC가 체내로 들어와 암을 유발하거나 면역력을 억제하고, 호르몬 체계에 악영향을 미쳐 생식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일부 PFC가 체내로 들어와 암을 유발하거나 면역력을 억제하고, 호르몬 체계에 악영향을 미쳐 생신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린피스 탐사대, 청정지역으로 떠나다

PFC의 이동 가능 범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그린피스는 올해 5월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하다는 청정 산악지대 8곳으로 탐사를 떠났습니다. 이 탐사를 통해 우리는 인류 활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 청적지역에 까지 PFC의 흔적이 퍼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5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전 세계 8곳의 청정 자연 지역으로 PFC 노출 여부를 조사하러 떠났습니다.

지난 보고서 보러가기

이후 그린피스는 세계적인 규모의 아웃도어 시장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PFC가 미치는 영향권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탐사에 올랐습니다. 국내 조사 대상 지역은 총 다섯 곳으로, 선정 기준은 '국내 최상급수가 흐르는 곳'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가평천', '방태천', '부연천'의 최상류, '검룡소 연못', '황지 연못'이 조사지역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지역들은 모두 우리나라 상수도의 근원이며, 멸종 위기 동식물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어 주는 우수 생태 구역 이기도 합니다.

7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들은 국내 5곳의 지역으로 PFC 검출 여부 조사를 위해 탐사를 떠났습니다.

검사 결과 안타깝게도 모든 탐사지에서 PFC가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다시 한번 유해 화합물질 PFC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율적으로 더 적게 검출되는 PFC인 PFOA가 한국에서는 이례적으로 더 많은 비율로 발견되었다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검출된 해당 PFC의 근원이 국내의 제조활동에 있다고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황지연못에서 PFC의 존재 여부를 실험하기 위해 물을 채취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난 7월 황지연못에서 PFC의 존재 여부를 실험하기 위해 물을 채취하고 있는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역환경 PFC 오염 실태 보고서 보러가기

지난 2004년 대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양재호 교수가 미국 뉴욕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해 줍니다. 한국, 미국, 이탈리아, 인도 등 세계 9개국 12개 지역 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이 연구에 따르면, 12개 지역 중 국내 섬유·직물산업이 집중되어있는 대구 거주 피실험자의 혈액에서 가장 높은 농도의 PFOA가 검출되었습니다. 특히 대구 여성의 혈액에서는 다른 지역 실험 대상자에 비해 3∼30배 수준의 PFOA가 발견되었습니다.

2014년 또 다른 연구팀은 연구에 참여한 여수와 서울 외곽지역 주민들 전원의 혈액에서 PFC를 발견했으며, 검출된PFC 농도가 나이에 비례해 높아진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PFC의 자연 유출과 체내 축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많은 선진국들은 PFC사용에 대한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PFC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과 원단들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대체 물질로는 왁스와 실리콘이 있으며, 대체 원단으로 파라핀을 사용한 Ecorepel, 폴리우레탄을 사용한 Purtex, 덴드리머 기반의 Bionic Finish Eco 등이 있습니다. Rudolf Chemie사에서 출시한 Bionic Finish Eco라는 대체 원단은 이미 Tchibo, Lidl, Aldi와 같은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가 되고 있으며, H&M, Kaikialla와 같은 의류 업체들은 이미 이 원단을 사용해 일부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Puma나 Adidas 같은 대형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장서 PFC 사용 감소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고, Fjällräven, Paramo, Pyua, Rotauf, R'ADYS와 같은 소규모 유럽 브랜드들 또한 변화의 선두로 나서고 있습니다.

의류 제품에서 PFC가 검출되는지를 테스트하는 모습

<의류 제품에서 PFC가 검출되는지를 테스트하는 모습>

아쉽게도 국내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대응이 아직 부족한 현실입니다. 국내에도 친환경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제로그램'이라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기는 합니다. 이 회사는 PFC가 없는 안전한 침낭을 제작해 유통시키며 의미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핑계로 여전히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제 글로벌 시장의 친환경 흐름에 발맞추어,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유해물질 없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할 것입니다.

아웃도어 디톡스 대장정, 우리 모두가 주인공 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그린피스는 여러분께 크게 두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첫째, 고기능성 의류를 유행처럼 구매하기 보다, 정말 필요한 의류인지를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 지형에서 겨울을 나고 취미 수준의 등산을 즐기는 데에는 전문가용 장비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고기능성 원단 제품이 불필요합니다. 공급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첫 번째 길은 소비자 수요의 변화입니다.

둘째, 국내외 아웃도어 업체에 친환경 대체 원단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업계의 변화가 있어야 반드시 고기능성 제품이 필요할 때 자연을 해치지 않고 우리 몸에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대체 원단이 기능적으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난 5월 PFC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옷을 입고 해발 5,000미터 고도를 오른 그린피스 탐사단에 의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 세계 청정 지역으로 떠난 탐사에서도 PFC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옷을 입고 무사히 탐사를 마쳤던 그린피스 활동가들

<지난 5월 세계 청정 지역으로 떠난 탐사에서도 PFC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옷을 입고 무사히 탐사를 마쳤던 그린피스 활동가들>

그린피스의 '디톡스 아웃도어 열린 캠페인'은 변화를 촉구하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아웃도어 업계에 전달할 것입니다. 현재는 여러분의 추천으로 선정된 11개 브랜드의 제품 샘플을 독일에 위치한 연구소에 보내어 PFC 검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선정된 업체 중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블랙야크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향후, 블랙야크가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도입하고 업계 리더로서 국내외 다른 브랜드에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PFC 포함 여부를 테스트할 브랜드와 제품들, 한국 브랜드에서는 유일하게 블랙야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산악인, 스키어,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도시인, 아웃도어 의류를 즐겨입는 사람… 자연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린피스 디톡스 아웃도어 캠페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낼 따뜻함과 함께, 건강과 환경도 지켜주는 옷으로 채워진 옷장…. 열어보고 싶지 않으세요?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만이 아웃도어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을 오염시키는 아웃도어 제품의 제조를 중단하기위해 여러분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글: 하보미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독성물질 제거 캠페이너

& 경규림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커뮤니케이션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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