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활동 인센티브 '탄소중립포인트' 고갈, 대안은 녹색화폐로
지역화폐처럼 지구를 살리는 녹색화폐
요즘 들어 여름이 무던히 더워지고 길어졌다고 느끼셨나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전 세계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섰고, 올해 국내외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후재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는 여러 기후 대응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온실가스 배출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사실,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 답이 보입니다.
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는 계속 낮아지고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한 해 12조 9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보조금이 우리 세금으로 투입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지원금보다 10배 이상 많고, 기후대응기금보다도 5배 이상 많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세금이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과연 미래가 있을까요?
최근 당황스러운 문자도 받았습니다. 친환경 활동을 하는 시민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해 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탄소중립포인트제의 예산이 모두 소진되었다는 것입니다. 친환경 활동을 장려해도 모자랄 판에 예산 소진이라니요. 정말 답답했습니다.

“돈의 흐름을 바꾸자”는 제안, 녹색웰빙 화폐
그린피스는 돈의 흐름이 사람과 자연을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녹색웰빙 화폐’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한 화폐가 아닌, “친환경적인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는 ‘녹색 세상을 만드는 화폐’”입니다. 지역화폐가 우리 동네에서 돈이 쓰이도록 제한을 두는 것처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삶의 질(well-being)을 높이는 분야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돈을 쓰는 규칙을 정하자는 것입니다.
화폐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에 집중되어 있던 자본의 흐름을, 친환경과 복지 중심의 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굳이 막대한 세금을 더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친환경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환경을 위한 변화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개념은 전혀 생소하지 않습니다. 이미 경상남도에서는 ‘환경사랑 상품권’, 정부에서는 ‘탄소중립포인트제’, 경기도에서는 ‘기후행동 기회소득’ 등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중국의 ILBRS* 제도 등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들의 대부분은 친환경 활동의 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지만 어디에 사용할지를 제한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녹색화폐는 돈의 사용처를 녹색 분야로 사용합니다.친환경 활동으로 얻은 수입을 환경에 재투자하는 경험은, 소비를 통해 환경을 지키는 새로운 방법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개인 저탄소활동 보상 시스템(Individual Low-carbon Behavior Rewarding System)의 약자로 버스나 공유 자전거 타기 등 저탄소 활동을 하는 개인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시스템.
녹색화폐를 실제 정책에 적용해볼까요? 예를 들어, 정부가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녹색웰빙 화폐로 발행하고, 이를 친환경 제품과 서비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요? 대기업은 물론, 친환경 매장, 제로웨이스트 샵, 비건 레스토랑 등 중소기업에도 파급 효과가 기대됩니다. 기존 시스템(예: 지역화폐 결제 시스템)과도 쉽게 연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더 나아가서 기본소득을 녹색화폐로 지급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포인트나 기회소득도 녹색웰빙 화폐로 지급하는 옵션을 줄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대신 녹색화폐로 그만큼 지급할 수 있다면, 친환경 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지 않을까요?
재원 마련은 탄소세로
녹색웰빙 화폐는 단지 환경운동의 일환이 아닙니다. 이는 기후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복지, 세제 개편까지 모두 연결되는 종합적인 솔루션입니다. 탄소세 도입과 연계할 수도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기본소득의 녹색 버전으로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로부터 탄소세를 걷어들여서 이를 녹색화폐로 환급해주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럽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 1톤당 10만 원가량 탄소세를 적용해도, 포스코라는 한 기업에서만 거둘 수 있는 탄소세는 7조 원까지 될 수 있습니다. 배출권 거래 제도를 기반으로 계산해보면 무려 50조 원 이상의 세금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거둔 돈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업이나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 다시 녹색화폐로 배당해줄 수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이 변화를 상상하고, 지지하고, 참여하는 일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녹색화폐를 만드는 그린피스의 여정, 시민 참여 활동을 통해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환경문제부터 시작해서 녹색화폐를 만들어가는 앞으로 일어날 재미있고 긍정적인 변화의 여정에 동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