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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이후, 아이들은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현장에서 시작된 3일간의 기록

글: 김진솔 그린피스 시민참여 캠페이너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지역에서, 아이들은 숲을 걸으며 함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이 글은 기후재난을 직접 겪은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입니다. 재난 이후의 복구를 넘어, ‘마음의 회복’이 왜 중요한지를 현장에서 전합니다.

산불이 지나간 숲에 처음 들어갔을 때, 저는 아이들보다 먼저 말을 잃었습니다. 검게 그을린 나무들 앞에서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불 탄 나무를 보니까… 마음이 찝찝해요.”

무섭다거나 슬프다는 말이 아니라 ‘찝찝하다’는 표현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는 말 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그 감정을 서둘러 다른 말로 바꾸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난의 현장에서 희망의 노래를 만들다

그린피스는 기후재난대응 활동을 하며, 불탄 마을 한가운데 남아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에서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기후재난 앞에서 아이들은 가작 약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노래’ 였을까요. 그린피스는 자기 마을을 표현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기후재난의 약자나 산불의 피해자로만 남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로 회복을 이야기하는 행동의 주체로 서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 목소리가 더 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복진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은 BTS의 정규 앨범 작사, 그리고 어린이 프로그램 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해 온 분입니다. 동시에 오랫동안 아이들과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쓰는 워크숍을 이어오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만들어 온 노래에는 늘 사람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태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분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억지로 끌어내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의 속도로 마음을 꺼내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원칙은 분명했습니다. 아이들이 다시 상처받지 않게 할 것, 이 시간이 회복의 경험이 될 것, 그리고 아이들의 마음을 최대한 많이 표현하게 하고 그 마음을 가사에 온전히 담는 것.

2025 경북 산불 10개월 후, 아이들의 3일간 회복 프로그램

마을 숲을 오감으로 느끼는 아이들
마을 숲을 오감으로 느끼는 아이들

첫째 날, 우리는 마을 숲을 걸으며 불에 검게탄 나무와 다시 올라오는 푸릇한 풀을 보았습니다. 오감으로 회복하는 자연을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들은 끝까지 집중했습니다. 재난을 사건이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로 처음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고운사에서 주지스님 등운스님의 말씀을 듣는 아이들
고운사에서 주지스님 등운스님의 말씀을 듣는 아이들

둘째 날, 아이들은 경북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인근의 고운사를 찾았습니다. 산불 이후 고운사에서는 자연복원을 결정했고 그린피스와 여러 환경단체들이 숲의 회복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숲을 걸으며 회복의 흔적을 찾아다녔습니다. “여기 또 났어요!” “여기도 살아 있어요!”
고운사의 주지스님 등운스님도 역시 산불로 같은 아픔을 겪으셨지만, 아이들에게 자연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전날의 ‘찝찝함’위에 다른 감정들이 조금씩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노래를 녹음하는 아이들
교실에서 노래를 녹음하는 아이들

셋째 날, 그 감정들은 노래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산불과 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겪었던 감정을 가사로 썼고,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했습니다. 마이크 앞에서 부끄러워하다가도, 헤드폰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날 저는 ‘회복’이 거창한 결론이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기후재난 이후, 회복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기후재난은 반복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닿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말로 꺼내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회복의 과정입니다.

아이들이 3일 동안 숲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노래로 마음을 꺼낸 시간.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저는 이것이 기후재난 이후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연습해야 할 감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꺼낸 마음은 아이들 자신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함께했던 스탭들, 그리고 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까지 조용히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지품초 아이들과 안복진 감독님
지품초 아이들과 안복진 감독님

🎧아이들의 노래를 들어주세요

이번 음원은 아이들이 직접 겪은 기후재난의 기록이자 회복의 흔적입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이 노래를 듣는 사람의 마음도 햇살처럼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이 활동에 참여했던 안복진 음악감독님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 음원 수익 전액을 그린피스에 기부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 노래는 더 많은 지역과 사람들의 회복을 위해 사용될 예정입니다.

불이 지나간 자리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느꼈고 어떻게 다시 바라보았는지, 그 감정이 이 노래에 담겨있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재난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걸, 그리고 그 삶을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한다는 걸 같이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함께, 다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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