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대통령의 ‘탈플라스틱 경제’ 지시, 이제 실행과 구조개혁으로 답해야
(2026년 4월 15일)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체 공급망 개척, 중장기 산업구조 개혁, 탈플라스틱 경제 실현”을 국가 최우선 핵심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국가 최고 결정권자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탈플라스틱'을 명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린피스는 정부의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위기는 변화의 촉매제다. 코로나 팬데믹이 비대면 혁신을 불러왔듯, 최근의 나프타 대란은 화석연료 의존형 체계의 한계를 넘어 순환경제로 진화하려는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공급망 리스크 돌파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시작되었다. 외식업계에서 다회용기 전환 사례가 증가하고 있고 유통⋅식품업계의 포장 공정을 수정하고 있다. 모두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다. 삼성전자가 폐식용유로 가전 부품을 제조하는 혁신 사례 또한 제조 공정의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의 산물이다.
이제 정부는 이러한 민간의 산발적이고 절박한 노력을 국가 차원의 강력한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뒷받침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대통령의 선언이 실천적 결실로 이어지도록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첫째, 중장기 산업구조 개혁의 지향점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어야 한다.
탈플라스틱 경제의 핵심은 시장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그 근원인 석유화학 산업이 1차 폴리머 생산을 감축하고 고부가가치·저탄소 구조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에 투입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은 단순한 경영 연명책에 머물러선 안 되며, 진정한 탈플라스틱∙탈탄소를 유도하는 ‘전환 금융’의 기능을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의지를 천명하고 성과를 증명한다면, 대한민국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 무대에서 제조 중심 국가의 선도적 전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국민의 자발적 실천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을 국가 표준으로 확립해야 한다.
최근 기후부는 “매일 일회용컵 하나씩 안 쓰는 작은 실천으로도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며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의 선의와 실천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가 애초에 일회용 포장재를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즉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의미 있는 규모의 감축이 가능하다. 제한된 자원의 사용 우선순위를 엄중히 따져볼 때,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적인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와 재사용 인프라로의 전환은 필수다. 이러한 시스템적 접근이 현재 수립 중인 ‘국가 탈플라스틱 정책’과 더 나아가 ‘순환경제 기본계획’의 핵심 뼈대로 담겨야 한다.
셋째, 국가 아젠다 위상에 걸맞게 자원순환 정책 인력과 예산을 전폭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자원패널(IRP)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절반은 자원의 추출과 가공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원순환이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탈플라스틱 경제는 물론,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축인 이유다. 그럼에도 2025년 말 발표된 2026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을 보면, 자원순환 분야는 3,644억 원으로 전체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에너지 분야(2조 6,898억 원)와 7배 이상의 격차다. 특히 에너지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36.4% 폭증할 때, 자원순환 예산은 14.8%에 그쳐 그 격차는 더 확대되었다. 자원순환을 ‘전략 프로젝트’의 위상에 맞게 재위치시키고, 이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을 과감하게 재배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전쟁 과정에서 확인된 경제산업 구조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탈플라스틱 경제 실현을 요구했다. 이 선언이 구호로만 남지 않으려면, 기업의 자율에만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명확한 로드맵과 이를 뒷받침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제 정부 부처는 자원 안보를 확보하고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치밀한 실행으로 응답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정부의 약속이 현장의 구체적인 정책 변화와 예산 재설계로 결실을 맺을 때까지, 시민과 함께 정책 수립 과정을 책임 있게 살피고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