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한국 정부, 고려아연-TMC 투자 검토하고 심해저 채굴 중단 지지 선언하라"
- 제31차 ISA 총회 개막…ISA 승인 없는 심해저 채굴 시도에 국내 자본 연루 우려
- 국제법 전문가들 "한국 정부, 자국 기업의 일방적 심해저 채굴 가담 방지해야”
- UNOC4 개최국 한국, 모라토리엄 동참으로 응답해야
(2026년 7월 27일) 27일 제31차 국제해저기구(ISA) 총회가 개막하는 가운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한다. ISA 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심해저 채굴을 추진하는 기업에 한국 기업 고려아연의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인 한국 정부는 일방적 심해저 채굴에 자국 기업의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조치할 법적 의무가 있다.
27일부터 31일,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제31차 국제해저기구(ISA) 총회가 개최된다. 이번 총회의 핵심 쟁점은 상업 심해저 채굴을 허용할 채굴규정(Mining Code) 수립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규정하며, 심해저 채굴과 유통은 ISA 승인 체계를 거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기업 더메탈스컴퍼니(The Metals Company, TMC)는 세계 최초로 ISA 승인 없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독자적인 심해저 채굴 권한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 ISA 회의를 앞둔 지난 7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태평양 클라리온-클리피턴 해역 심해저 채굴 움직임에 반대하는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 고려아연이 약 8,520만 달러를 투자해 TMC 지분 약 5%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TMC가 공급하는 심해저 자원을 자회사인 캠코의 ‘올인원 니켈제련소’ 등에서 가공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ISA 승인 없이 채굴된 광물의 정제·가공·공급망에 한국이 편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책임/의무를 강조한다. 유럽국제법저널에 발표된 법률 분석에서 토비 피셔(Toby Fisher) ·사만사 롭(Samantha Robb) 변호사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37~139조에 따라 당사국들이 자국 기업·국민의 일방적 심해저 채굴 가담을 방지할 입법·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지목했다. 한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투자가 보도된 대로 TMC의 일방적 활동을 이롭게 하려는 것인지 확인해야 하며,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이를 방지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무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법률 의견도 나왔다. 엄예은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특히 이러한 의무는 고려아연과 같이 심해저 채굴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한국 정부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최종 허가 전이라도 자국 기업의 투자·조달 구조가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으로서의 국제법적 의무와 상충하지 않도록 적절한 규제·지침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네덜란드·캐나다·스위스·몰타·호주와 함께 한국을 ‘조치를 취해야하는’ 국가로 명시하며, "행동하지 않는 것은 회원국 스스로 법적 의무를 위반하며 불법적 경로의 정당화에 공모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TMC 투자에 대해 확인·검토했다는 소식은 없다.
이는 그간 한국 정부가 쌓아온 해양 리더십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한국은 지난해 3월 동아시아 최초로 공해 해양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BBNJ 협정을 비준했고, 협정은 올해 1월 발효됐다. 또한 한국은 칠레와 함께 2028년 6월 제4차 유엔해양총회(UNOC4)를 공동 개최한다.
나아가 역대 UNOC 개최국들의 행보와 대조된다. 1차 공동 개최국 스웨덴과 2차 개최국 포르투갈은 심해저 채굴 사전주의적 중단을, 3차 개최국 프랑스는 전면금지(Ban)를 공식 지지했다. UNOC4 공동 개최국인 칠레 역시 사전주의적 중단 지지를 표명했다. 한국만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난 2021년 로테르담 발하벤 Waalhaven 항구에 정박한 채굴선 앞에서 '심해저 채굴 반대' 라고 적힌 배너를 펼치고 있다.
이에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국 정부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이번 ISA 총회에서 한국 정부가 심해저 채굴 모라토리엄 또는 사전주의적 중단 지지를 공식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 일방적 채굴을 차단하는 것은 유엔해양법협약 의무이고, 사전주의적 중단 동참은 그 의무를 이행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 한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TMC 투자에 대한 확인/검토에 나서야 한다. 고려아연의 TMC 투자와 정제·가공 협력 계획이 ISA 승인 없는 일방적 채굴을 지원하는 것인지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유엔해양법협약 제139조가 요구하는 '상당한 주의' 의무의 출발점이다.
- 한국 정부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심해저 채굴 허가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국내 기업이 일방적 채굴에 자금과 용역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NOAA의 환경영향평가 공람 절차에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으로서 공식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 ISA 체제 밖에서 회수된 광물과 그 파생 제품의 수입·정제·가공을 통제하는 제도(유엔해양법협약 제137조 3항 불승인 의무), 그리고 영국·뉴질랜드·일본처럼 자국민의 무허가 심해저 채굴활동 참여를 규율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캠페이너는 "심해저와 그 자원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의 법적 의무"라며 "정부는 고려아연의 자금이 국제법을 우회하는 채굴에 쓰이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허가 결정이 예상되는 내년 1분기 이전이 정부가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공해 보호 조약인 BBNJ를 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비준한 나라이자 2028년 제4차 유엔해양총회 의장석에 앉는 나라"라며 "공해 해저를 파헤치려는 일방적 시도에 자국 기업의 자금이 흘러가는 것에 침묵한다면, 이 이중성은 개최국 한국의 신뢰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