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제조로 동아시아 탄소배출량 최대 1680만톤 늘어난다
AI 산업과 반도체 칩 탄소배출량 분석 보고서
- 그린피스, 한국·대만·일본 ‘AI 반도체 제조산업의 전력소비량·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 AI 칩 제조용 전력 수요 2030년 170배 증가, 화석연료 의존 전력망에 탄소배출도 급증
- “탄소 중립 목표와 기업 경쟁력 위해 재생에너지 기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필요”
(2025년 4월 10일) 전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동아시아의 탄소배출량이 2030년까지 최대 1680만톤까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AI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 칩 제조를 위해서는 아일랜드의 총 전력 소비량(2023년, 3만581GWh) 보다 많은 전기를 써야하는데, 이러한 대규모 전력이 화석연료로 생산되면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0일 발표한 ‘인공지능(AI) 시대의 그림자’ 보고서를 통해, 주요 AI 칩인 엔비디아 AMD사 6가지 모델의 2023~2024년 제조 과정에 들어간 전력 소비량을 분석했다. 시장 점유율과 제조 능력을 결합하여 각 모델의 생산량을 추정하고, 생산량을 기준으로 제조에 필요한 전기량을 계산한 결과, AI 칩 제조로 인한 전력 소비는 2023년 218GWh에서 2024년 984GWh로 350% 이상 증가했으며, 2030년에는 AI 칩 제조를 위한 전력 수요가 최대 3만7,238GWh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3년 대비 170배 증가한 수치로, 아일랜드의 연간 총 전력 소비량(2023년, 3만581GWh)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특히 AI 칩 제조에 따른 동아시아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증가 추세를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칩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핵심요소인데, 2023년 기준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AI 칩 제조사에 공급되는 GPU와 HBM 생산의 98% 이상을 동아시아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망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기준 전력망 화석 연료 의존도는 대만 83.1%, 일본 68.6%, 한국 58.5%에 달한다. 그린피스는 각 지역별 탄소집약도를 바탕으로, AI 칩 제조 과정에서의 전력소비량을 적용해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1,680만 톤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3년 대비 약 170배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 봐도 AI 칩 제조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2023년 4만1,200톤에서 2024년 18만5,700톤으로, 일본은 2024년 기준 13만2,100톤의 배출량을 기록했다. 한국 역시 AI 칩 제조 과정에서의 전력 소비량이 2023년 134.6GWh에서 2024년 315.2GWh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같은 기간 5만8,000톤에서 13만5,900톤으로 늘어났다.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그린피스 동아시아 공급망 프로젝트 책임자 카트린 우는 “엔비디아, AMD 같은 팹리스 기업은 AI 산업의 성장으로 막대한 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동아시아에 위치한 자사의 공급망이 야기하는 기후 영향에는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AI 칩 제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한 신규 발전 용량 증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MD 등을 비롯한 기업은 공급망의 환경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공급업체와 협력해 2030년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쳐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독일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큰 AI 산업에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다. 독일은 2024년 1월 1일부터 데이터 센터 운영자가 사용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방안을 의무화했다. 오는 2027년부터는 그 비중이 100%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반도체, AI 산업 활성화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을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로 조달코자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발전과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LNG 발전 설비 용량(혼소 포함)을 2038년까지 2023년 43.2GW에서 2038년 69.2GW로 1.6배 확대하고, 신규 대형원전(2기) 및 SMR(1기)을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맞춰 용인 반도체 산단에 LNG 신규 발전소 건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SK하이닉스의 용인 일반 산업단지에 1기가와트(GW) 규모의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이 승인됐다. 또한 인근 지역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시설이 들어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GW 규모의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이 추진 중이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한국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삼성 등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탄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클러스터를 조성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LNG는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으로, 탄소중립의 대안이 될 수 없기에 정부는 반도체 제조 시설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경우, LNG 발전 사업을 승인하기 전에 인근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량과 개발 가능성을 최대한 검토하여 대안을 모색하는 절차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특정 지역에 전력 과부하를 막기 위해 필요시,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에너지 집약적인 반도체 시설을 분산시켜 전력망 안정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2024년부터 탄소중립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재생에너지 기반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