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고운사-환경단체, 산불피해에 국내 최대 규모 자연복원 착수 "인공복원 대안 제시"
“산림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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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환경단체-연구진,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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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피해지 자연복원 과정 모니터링/연구 진행
(2025년 8월 4일) 초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천년고찰 고운사와 환경단체들이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에 나선다.
고운사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등은 4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을 열고, 이번 프로젝트를 위한 연대체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현지 생태계 조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회복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계기로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번 고운사의 자연복원 결정은 불교 종단이 사찰림 자연복원을 공식 선언한 최초의 사례이며, 수관화(나무 줄기까지 피해)를 입은 광범위한 산림 지역에서 실시되는 최초의 본격적 자연복원이다.
고운사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등은 4일 오전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브리핑을 열었다. 사진=그린피스
현지 생태계 조사는 이규송 강릉원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과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연구팀이 맡았다. 이규송 연구팀은 산불 피해 강도 분석, 현존식생도 작성, 토양 침식 평가 등 식생 회복탄력성 평가를, 한상훈 연구팀은 카메라 트랩과 초음파 장비를 활용한 중대형 포유류 및 박쥐류 조사 등 야생동물 서식지 조사를 담당한다.
이규송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산불피해지역 복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 식생의 회복탄력성 평가와 토양침식을 줄일 수 있는 토양안정성 평가”라고 설명했다. 한상훈 박사는 야생동물 조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반달가슴곰, 노루, 멧돼지 같은 대형 포유류부터 흰넓적다리붉은쥐 등 소형 포유류와 어치 등 조류가 도토리같은 식물 종자를 널리 퍼뜨리는 숲의 관리자”라고 설명했다. 즉 야생동물이 숲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브리핑 참가자들은 이번 자연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태영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인공복원으로는 반복되는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 회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 효과적임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간 산림청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나무를 제거하고 새 나무를 식재하는 방식의 인공복원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인공복원 과정에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를 심는다는 점과, 기존 숲을 베어 내 산사태 등의 추가 피해가 발생하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산림 관리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것을 지시하고 산림사업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고운사 사찰림에서 산불 후 맹아가 자란 숲의 모습. 사진=그린피스
이어 참가자들은 고운사 사찰림을 둘러보며 사찰림이 산불 피해 이후 약 4개월간 이미 자연복원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침염수는 대부분 소실됐지만 활엽수는 대부분 생존해 빠르게 새싹을 틔웠으며 다양한 야생 조류도 숲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주말 시작한 현장 조사에서 너구리와 박쥐, 등줄쥐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동물 사진 다운로드)
이에 대해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은 “이처럼 현장에서는 이미 자연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자연복원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꾸준히 추적관찰 할 예정이며, 의미있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 고운사가 협력해 추진하는 첫 자연복원 프로젝트가 산불 피해를 입은 다른 사찰림 복구계획에도 참고할 만한 의미있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이 프로젝트는 자연복원이 숲의 생태적 가치와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며 “자연복원과 프로젝트를 흔쾌히 결정해주신 조계종 16교구 등운 교구장님과 이번 프로젝트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단체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혜원 국장(불교환경연대)은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진행할 사찰림 복원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나무 싹이 트면 소나무대로, 참나무가 싹이 트면 참나무대로 자연이 선택하는 방향으로 그대로 지켜봐야 한다는 고운사 주지스님의 말씀처럼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우리 인간들은 지켜보는 태도와 마음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중간보고서는 오는 9월 중, 최종 보고서는 올해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연대체는 이번 조사 결과를 국내 산림 관리 정책의 새로운 지침 마련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하고, 2026년 초부터는 이를 토대로 정책 제안과 자연복원 유도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025년 3월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고운사 사찰림은 전체 면적 248.87ha 중 약 97.61%인 242.92ha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지난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내 사찰림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나아가 고운사 사찰림은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높다. 이에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은 산불 피해지를 기존의 방식(인공복원)이 아닌 자연복원을 결정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은 “과거의 모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현재 조건에서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숲을 재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나무 숲의 옛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자연이 선택하는 새로운 숲의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자연복원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