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자연은 마이너스 통장이 아니다”
UN 생물다양성 협약 역행하는 전남광주특별법 독소조항 규탄
- 한국정부, 2030년까지 육ᐧ해상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ᐧ관리하는 KMGBF 채택
- 전남광주특별법, 기후에너지환경부 승인 없이 도립공원 지정 해제 등 개발 특례 다수
- 대전충남특별법도 유사한 특례… 전국 보호지역 무력화 우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UN 생물다양성 협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이하 전남광주특별법) 내 독소 조항을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을 포함한 196개국은 2030년까지 지구 육상과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실효성 있게 관리하겠다(Target 3)는 등의 목표가 담긴 KMGBF를 채택했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은 보호지역을 확대하기는커녕 기존 보호지역마저 해제하고 축소하는 '보호지역 하향 조정 및 해제'를 법제화하고 있다. 이는 국제 협약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글로벌 생물다양성 목표를 역행하는 퇴보이다.

첫째,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의 법적 보호막을 무력화한다. 제264조는 시장이 개발 사업을 명분으로 국립공원 일부의 지정 해제를 요구할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한다'는 기속적 의무를 부여했다. 이는 환경 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맡아야 할 기후부 장관을 국립공원의 생태계 파편화에 동조할 것을 압박하는 것이다. 나아가 제 265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대흥사가 있는 두륜산 등 전남의 핵심 도립공원들을 장관의 승인 없이 시장이 직접 지정 해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둘째, 국가 생태축인 백두대간마저 개발이 가능해진다. 제271조는 백두대간 완충구역 내에 케이블카(궤도)와 휴양·레포츠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특례를 담고 있다. 이는 전라남도에서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지리산의 노고단~삼도봉 구간과 더불어 호남정맥 일대를 개발 위협에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남북을 잇는 핵심 생태축으로 생태연결성이 가장 중요하다. 해당 지역에서의 개발 행위는 생태축의 허리를 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셀프 환경평가’는 사실상 환경 감시 기능의 포기 선언이다. 제252조는 시장이 직접 지구를 지정하고, 그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권한까지 직접 행사하게 한다. 이에 대한 견제로 "환경영향평가전문기관의 장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했으나 그 전문기관을 시장이 조례로 지정 및 고시할 수 있으므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는 환경 가치를 정책 전반에 통합해야 한다는 KMGBF의 '주류화(Mainstreaming, Target 14)'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환경 감시 체계를 약화시키는 독소 조항이다.
전남광주특별법은 지방 소멸 문제 등에 대응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룬다는 명목으로 발의됐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이 결여된 난개발은 지방 소멸도, 균형 발전도 보장할 수 없다. 적자로 전락한 전국의 수많은 인공 시설물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생태계를 제물로 바치는 행위는 결국 지역 공동체의 기반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사항은 현재 발의된 전남광주특별법에 이어, 이와 거의 유사한 대전충남특별법도 이미 발의되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특별법이 전국 지자체에 모두 반영된다면 전국의 보호지역은 지정만 되었을 뿐 사실상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는 ‘페이퍼 파크’로 전락하게 된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은 돌아오지 않으며, 그 손실은 고스란히 우리와 미래 세대의 빚으로 남는다.
자연은 지자체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 아니다. 그린피스는 이번 특별법의 독소 조항이 삭제될 때까지 국내외 연대를 통해 대응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환경 낙후 국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