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괴물 폭우 후 극한 폭염,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난다
- 그린피스, 김형준 카이스트 교수 연구팀과 국내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 결과 발표
- 온난화로 가뭄, 폭염 등 극한 기후 현상 동시·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재난’ 심화
- 국내 최근 4년 복합재난 강도 3배 증가, 극심한 복합재난 일수도 최대 4.8배 늘어
(2026년 8월 10일) 최근 집중호우 후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심각한 수준의 복합재난이 최대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1년에 한 번 있었던 심각한 폭우나 폭염 등이 최근엔 5일 이상 발생하고 있었다.
그린피스는 10일 ‘한국 폭염·폭우 복합재난 위험도 변화'를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팀에 연구 의뢰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복합재난이란 기후변화로 가뭄, 폭우 등 여러 개의 극한 기후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거나, 연이어,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가뭄이 지나간 후 대형산불이 일어나거나, 고온과 건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 대표적인 복합재난이다. 또 폭우처럼 하나의 극한 기상이 지나간 후 단기간 내에 폭염이 이어지는 경우도 복합재난에 해당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극심한 폭염이 발생하는 복합재난이 관찰된다.
이번 분석은 지난 30년(1991~2020년)과 최근 4년(2021~2024년)의 6~9월 복합강도지수(CI28)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CI28은 약 한 달(28일) 동안 발생한 강수량의 극한 값과 기온의 최고 기록을 하나로 합쳐 나타낸 지표다. 즉, CI28을 통해 28일 동안 폭우와 폭염이 얼마나 강하게 나타났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CI28 분석 결과 복합 재난의 강도는 세 배 가까이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지난 30년의 복합재난 강도 중앙값은 0.55였으나, 최근 4년은 1.65를 기록했다. 중앙값의 상승은 아주 극단적인 날 때문에 평균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최근 4년간 재난의 전반적인 수준 자체가 과거보다 심해졌음을 뜻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팀은 “폭우와 폭염 같은 두 가지 현상이 함께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복합적으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복합재난이 구조적으로 심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극심한 복합재난의 발생 일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 30년을 기준으로 CI28의 상위 10%(P90), 5%(P95), 1%(P99) 값을 각각 설정하고, 해당 값을 초과한 날이 지난 30년과 최근 4년 동안 각각 연평균 며칠이었는지 비교했다. 즉, 지난 30년 중 상위 10%, 5%, 1% 수준으로 심했던 날을 뽑아 기준점으로 삼은 것으로, 상위 1%인 P99는 재난이 '극단적으로 심한 날'을 의미한다.
그 결과 CI28 지수가 ‘극단적으로 심한 날’이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보통 수준으로 심한 날보다 위험이 심한 날일수록 증가세가 컸다. CI28이 상위 10% 이상 심한 날은 지난 30년 12.2일에서 최근 4년 25일로 약 2배 증가했다. 상위 5% 정도로 심한 날은 5.5일에서 14.2일로 2.6배, 가장 심한 상위 1% 기준은 1.1일에서 5.2일로 4.8배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년에 하루 정도였던 극단적 위험이 최근에는 5일 이상 나타난 것으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던 극단적인 재난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전국 모두 복합재난 강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청북도, 강원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30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그림 13. 시도별 복합재난강도(CI28) 평년 대비 최근 4년 변화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 일본과 같은 몬순 기후권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 직후 폭염이 이어지는 패턴이 최근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 남아시아저기압, 몬순저기압이 만들어낸 정체전선이 집중호우를 발생시키는데, 이 정체전선이 소멸하고 북서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북상하며 하강기류와 지표 온도 상을 유발해 곧바로 폭염으로 전환된다. 같은 대기 순환 시스템이 불과 2주 만에 호우 유발 구조에서 폭염 유발 구조로 전환하는 것으로, 폭우와 폭염이 독립된 두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폭우와 폭염 사이의 급격한 전환 역시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강성원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로 재난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폭우나 산불 등 한 가지 재난에만 대응하는 현 체계로는 복합재난을 대비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합재난의 규모와 빈도를 고려한 사전 대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집중호우에 이은 무더위로 수해 이재민과 복구 작업자들이 수해로부터 회복하기도 전에 폭염에 노출됐다. 기상청은 "폭염과 열대야가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되고 중순에는 집중호우, 이후 다시 극심한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며 큰 피해를 겪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