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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벼랑 끝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글: 파울라 테혼 카르바할(Paula Tejón Carbajal)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글로벌 캠페인 전략 담당
기후위기. 어떤 이들은 일상에서 개인의 실천은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합니다. 힘을 합쳐 기업과 정부를 견제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의 행동과 집단의 행동은 함께 가야 합니다.

"기후위기가 그렇게 심각하다는데, 나는 대체 뭘 해야 하죠?"

기후 환경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이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들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변화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뭘 하든 실제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의 행동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들은 개인 행동을 강조하는 것이 책임 회피일 뿐이며, 오염을 발생시키는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깊숙히 뿌리내린 파탄 난 구조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전체 온실가스의 70%를 100개 기업이 배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복스(Vox) 기사에서 잘 묘사했듯이, 기후 운동에 종사하는 저도 친구들로부터 자기네가 일상에서 열심히 수행하는 친환경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들은 재활용 분리수거를 얼마나 잘하는지, 고기를 덜 먹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그리고 주머니에 여유가 있을 경우 친환경 제품을 얼마나 열심히 구입하는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저도 가슴이 아픕니다. "맞아… 그런데 정말 변화를 만들고 싶다면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배워야 해. 기후 파업에 참여하거나 정치적으로 적극 나서는 시민이 되어, 시장에게 강력한 교통 개선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고 정부에게 기업의 책임을 촉구하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말야."

이렇게 길고도 전문적인 설교를 한바탕 늘어 놓으면, 친구들의 표정은 대개 싹 바뀌어 있습니다. 그러곤 침묵이 흐릅니다. 아니면, 더 난처한 사태가 벌어집니다. 방어적으로 나오는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라고, 알겠어?" 아니면 무력하게 말합니다. "뭐 내가 나선다고 해도,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어?" 최악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우린 다 망했어, 안 그래?"

이런 이야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과 사이가 나빠지기는 싫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지요. 바로, 개인적 실천과 집단적 행동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이요.

방콕에서 학생들이 기후 파업에 참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후 문제 환기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 '기후를 위한 청소년', '기후를 위한 청소년 파업'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어떤 이들은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거대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분산시키고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힘을 합쳐 기업과 정부를 견제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의 행동과 집단의 행동은 함께 가야 합니다. 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해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거부하고 줄이고, 대기업에 사업 및 유통 모델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일도 함께 벌여야 합니다. 자전거 출근? 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 공동체와 협력하여 시장에게 압박을 가하여, 그가 기후위기를 선언하고 자전거 도로 확장 및 대중교통 증설 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합니다.

절전형 전구 사용? 해야 합니다. 동시에 내가 사는 지역의 에너지 시스템을 변화시켜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 높아지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고기 덜 먹기? 해야 합니다. 동시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급식에 채식 메뉴를 포함시키고, 식재료를 직접 길러 먹는 방법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나무 심기? 해야 합니다. 동시에 숲을 보호하고 과감한 기후 정책을 추진하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기후와 생태계가 직면한 위기에 맞서 싸우려면, 소소한 실천에 더하여 구조적 변화를 추구하는 일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의 생존 여부는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를 지배한 믿음은 '자유 시장과 자원 소비를 통한 경제 성장만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 혹은 '더 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제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적 한계 내에서 작동해야' 하고, '자존감은 물건의 소유가 아니라 관계와 경험에서 나온다'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구조적 변화를 위해서는 집단 행동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위한 동력은 작은 출발점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소소한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기준(new normal)을 형성하기 위한 해법을 함께 찾으며, 모범적인 사례를 본받고 노력에 보상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성과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죠.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사회가 그 변화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어디인가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이죠. 우리 개개인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루시 롤리스와 조안나 수스텐토가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함께 "북극의 석유를 내버려 두라", "인간 대 북극 석유"라고 쓰인 배너를 들고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개개인의 행동이 세계 차원의 문제에 즉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겁니다. 장바구니를 쓰고 개별 포장된 과일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사는 지역 공동체나 도시 단위에서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긍정적인 행동은 다른 이에게 영향을 미치고 조직을 태동시키며, 모범 사례의 역할을 하여 주변 사람을 자극하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만듭니다.

변화의 작은 신호를 보면서 사람들은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들은 행동을 함께 할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주위를 둘러볼 겁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동체가 실천에 나서기 시작하면 자생력을 얻게 되고, 이에 따라 더 독립적이면서 유능한 조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로자 파크스나 그레타 툰베리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비범한 일을 해냈고 그 영향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이들이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디딤으로써, 그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새로운 상식이 정립되었으며, 결국 이들은 세계를 바꿨습니다.

여러분의 모든 행동이 시민권 운동이나 석유 시추를 중단하는 것 같은 실제 결과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저녁 자리에서, 혹은 어느 회의에서, 혹은 당신이 용기를 내서 변화를 시도한 바로 그 장소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용기는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개개인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영역의 끝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에게 용기라는 말은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어느 경우나 똑같이 의미가 있으며 똑같이 용감한 것입니다.

자카르타에서 '세계 삼림의 날'을 축하하고 있다.

개인의 행동은 용기 있고 가치 있는 출발점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행동을 실천하는 이들이, 그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는 부끄러움이나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맙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개개인의 행동은 가능한 한 많은 이들을 집단 행동에 참여시키는 촉매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로써 우리의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책임감과 잠재력을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되도록 만들어야겠지요.

긍정적인 마음과 용기를 갖고, 또 스스로에게 솔직해집시다. 지금의 사회경제 구조를 하루 빨리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합시다. 하지만 우리의 사고방식 및 행동, 생활 방식도 그 구조에 포함됩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행동, 큰 싸움,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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