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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한국, 우린 더 이상 석탄발전소가 필요없어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 법원에 찾아온 이유는?

글: 한신혜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한국 법원에 찾아온 이유는? 수천 명의 조기 사망자를 만들어낼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걸 왜 한국에요? 자와 9·10호기가 세워지려는 마을 수랄라야. 이미 여덟 기의 석탄발전소와 함께 살고있는 수랄라야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지난 8월 29일, 와유딘(Wahyudin) 씨는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반텐주 찔레곤시 수랄라야(Suralaya)에 들어설 자와(Jawa) 석탄발전소 9·10호기(이하 자와 9·10호기)의 건설을 막기 위해서였죠. 그는 이 말을 한국에 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우린 더 이상의 석탄발전소가 필요없어요.”

석탄발전소는 인도네시아에 건설되는데, 왜 와유딘 씨와 동료들은 한국 법원을 찾아온 것일까요? 자와 9·10호기는 한국 공적 금융기관들이 투자하고 역시 한국 기업인 두산중공업이 짓는 석탄발전소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적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이 투자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들의 투자는 발전소 건설 사업을 가동시키는 출발 신호나 마찬가지지요. 따라서 와유딘 씨를 포함한 원고인단은 한국 법원에 세 기관이 자와 9·10호기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자와 9·10호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랄라야에는 이미 여덟 기의 석탄발전소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것도 마을 바로 앞에요. 이는 자카르타에서 100km 이내에 있는 석탄발전소 22기 중 약 40%에 해당합니다. 이 발전소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석탄발전소들입니다. 그런 명성을 얻는 동안, 수랄라야에서는 수백 미터에 이르는 바다가 매립되고 물고기 수만 마리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 수랄라야 주민은 “빨래를 널면 하얀 옷에 까만 석탄재가 묻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마을 바로 앞에 위치한 수랄라야 석탄발전소. 왼쪽 옆에 자와 9·10호기 건설을 위해 깎여나간 산이 보인다.

자와 9·10호기 건설은 이미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발전소 두 기를 더 짓겠다는 것입니다. 두 발전소가 들어서면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은 뻔합니다. 주민들은 벌써부터 그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자와 9·10호기때문에 주민들이 돌아갈 새 길을 지으면서 몇몇 주민들의 집은 금이 가고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린피스에서 11월 18일 발표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에 대한 건강영향 연구’ 보고서는 자와 9·10호기가 배출할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얼마나 많은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인지 추산함으로써 한국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가 초래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와 9·10호기를 현재의 배출기준 그대로 평균 수명인 30년간 가동하는 경우,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돼 최소 2,400명에서 최대 7,3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은 초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질환, 특히 국소 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34%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는 오직 자와 9·10호기 가동으로 새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피해만 따져본 것이며, 기존의 석탄발전소 여덟 기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과 결합하면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분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인도네시아에 전력이 필요해서 석탄발전소를 짓는 거 아닌가?” 아주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사실 인도네시아는 과잉전력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전력수요를 과대평가했기 때문이죠. 2017년 인도네시아의 에너지자원개발부 장관은, 기존의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대로라면 2021년에 자바-발리 지역에 5GW의 과잉설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11월에 인도네시아 전력청(PLN)의 전(前)국장 소프얀 바쉬르도 전력청이 생산한 발전량의 40%가 쓰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죠. 참고로 자바-발리 전력망은 인도네시아에 가장 큰 전력망으로 자와 9·10호기도 완공 후 이 전력망으로 편입될 예정입니다.

과잉설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커지자, 전력청은 2018년 국가전력공급계획에서 앞으로 10년간 발전소 신규 설립 목표를 전년보다 28%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예상 전력 수요량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의 전력수요는 여전히 과대평가되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2019년 4월 발표한 보고서 ‘Indonesia at the Tipping Point’에 따르면, 2019년 국가전력공급계획에서 명시한 자바-발리 전력망의 전력예비율은 27.5%입니다. 한국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명시된 적정예비율(2018~2025년 19%, 2026~2031년 22%)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인도네시아 전력청이 내세우고 있는 적정예비율(25-30%)을 받아들이더라도 현재의 전력예비율 27.5%는 적정한 수준 안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자바-발리 전력망의 전력 설비는 이미 충분하며 더 이상의 발전소를 지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자와 9·10호와 같은 신규 석탄발전소를 불필요하게 새로 지으면 온갖 문제만 더욱 악화될 뿐입니다.

지난 10월 29일,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사무소와 Trend Asia, ICEL, KNTI 등 환경단체들이 함께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서 한국의 해외 석탄 투자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단체들도 문제의 한 축인 한국에 책임감있는 모습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월 29일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사무소와 다른 환경단체들은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서 해외 석탄투자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의 디딧(Didit)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한국이 국내와 해외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국내에서 더러운 석탄에너지 사용을 줄이겠다고 진지하게 약속했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다른 나라에서도 지킬 때입니다.”

수랄라야의 전경. 1984년 수랄라야 석탄발전소 1호기가 지어진 이후, 마을 사람들은 수십년을 석탄발전소와 함께 살아야만 했다.

최대 7,300명의 조기 사망자를 낼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소.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어떤 심정으로 한국 법원까지 찾아왔을지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피해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지만 가해자에는 우리나라 기업과 공적 금융기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는 자와 9·10호기에 16.7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업은행 역시 두 기관의 금융지원이 전제될 경우 참여하겠다며 투자 의사를 밝혔습니다.

공적 금융기관은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우리의 세금이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일에 쓰여서는 안됩니다. 지금이라면 막을 수 있습니다.

자와 9·10호기 건설을 막을 수 있도록 그린피스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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