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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외 석탄 투자가 '제2의 호주 산불' 지름길인 이유

글: 장마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호주 산불과 필리핀의 폭우, 아프리카의 홍수 등 극심한 이상기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석탄 발전이고, 호주 산불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석탄을 계속 연료로 사용하면 호주 산불처럼 기후위기에서 비롯된 극심한 재난이 더 많은 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해외석탄 투자 = 불타는 지구

재난의 결과는 다시 기후위기를 부채질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호주 산불의 결과로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될 것이라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호주 산불이 지구 온도를 더 높여 극심한 이상기후를 악화시키는 ‘되먹임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내놓은 석탄 퇴출과 탄소 제로 계획이 더 빨리 실현되지 않으면 호주 산불보다 더 치명적인 기후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설명: 호주에서 5개월 간 이어진 화재로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석탄 생산과 소비 →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악순환에 한국 공적금융 투자

한국은 호주에서 한국 넓이보다 더 큰 면적이 산불로 전소한 것을 목격하면서도 여전히 해외 석탄 발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 1인당 석탄 사용률 1위, 해외 석탄투자 3위, 석탄 수입량 4위, 온실가스 배출량 7위로 기후위기에 큰 책임이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석탄 발전 비중이 높다보니 이를 위해 호주, 인도네시아와 같은 석탄 생산국의 광산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해외에 발전소를 건설함으로써 해당 국가들이 석탄을 더 많이 수입, 생산, 사용하도록 이끌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호주는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이 꼽은 ‘세계 4대 기후악당’ 국가에 함께 포함되었다. 또 독일의 환경단체인 저먼 와치(GermanWatch)가 61개국 ‘기후변화 대응지수’를 평가한 순위에서도 호주 53위, 한국 58위로 둘 다 꼴찌 수준이다. 한전이 해외 석탄발전소 3곳에 새로 투자할 의향을 밝히는 등 작년보다 투자 시도도 증가했으니, 한국 기후위기 대응은 더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사진설명: 그린피스는 2020년 1월 21일 한국전력 서초지사 벽면에 ‘해외 석탄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메시지와 함께 산불 영상을 레이저빔으로 투사했다.

올해 1월 독일은 탈석탄 기한을 스스로 약속한 2038년보다 더 앞당기기 위해 한화 약 57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영국도 현지 시각으로 바로 어제, 해외 석탄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석탄 발전과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 동참 기관도 계속 늘어 1145개(2019년 12월 3일 기준 총 자산규모 11조540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한국은 이런 흐름을 역행하여 지난 수개월 사이 신규 해외투자 의지를 밝힌 유일한 나라다.

 

글로벌 금융사가 버린 손실 위험 사업, 한국전력이 떠안아

해외 석탄 투자의 경제성 하락도 문제다. 한전이 최근 신규 투자 의사를 밝힌 3개 사업 중 베트남의 붕앙 2호기와 인도네시아의 자와 9, 10호기는 해외 금융사들이 투자를 철회한 사업이다. 홍콩 중화전력공사(CLP), 영국 스탠다드 차터드, 싱가포르 OCBC 은행에 이어 싱가포르 개발은행(DBS)도 어제 (현지시간 21일) 붕앙 2호기 투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한전이 떠안아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전의 2019년 영업 손실 추정액은 약 2조 4천억 원. 호주 바이롱 광산 개발에 투자한 약 8천억 원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와중에 또 다른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사진 설명: 인도네시아 수랄라야 지역 자와 석탄화력 발전소 모습. 한국전력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와 9, 10호기와 베트남 붕앙 2호기, 필리핀 수알 석탄발전소에 대한 금융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KDI는 예비타당성 보고서에서 자와 9, 10호기를 투자 위험군인 ‘ -102억 원의 그레이 존’ 사업으로 분류했다. 사업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한전은 1월 22일 열릴 이사회에서 자와 9, 10호기 투자 결정안 상정을 돌연 취소하고, 반박 자료를 내어 이 발전소 투자가 “국제 환경 기준에 맞춘 국익 극대화 사업”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한전이 제시한 국제 환경 기준을 제정한 OECD는 한국과 같은 회원국은 2030년까지, 중국과 같은 비회원국도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퇴출해야 지구 온도 상승을 멈출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이미 수년 전부터 밝혀왔다.

사진설명: 그린피스는 2019년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던 부산에서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주, 그린피스 등 국내외 환경 단체들은 한국이 새로 해외 석탄 발전에 투자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6월 말 한국에서 열릴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2030) 참가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사관에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실제로 일부 참가국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 요청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4G 정상회의는 민관협력을 촉진해 파리협정을 신속하게 이행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글로벌 협력체인데, 이를 저해하는 해외 석탄투자국인 한국이 회의를 개최하는건 모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제1회 P4G 정상회의, 2019년 유엔기후정상회의 등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한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오히려 작년보다 더 많은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가 이루어지려 한다 국제회의에서만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는 P4G 개최 자격이 없다. 한국 정부는 해외 석탄투자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기후위기에 고통 받는 전 세계 수백만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지금, 그린피스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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