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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 생존자, “기후위기가 우리의 집을 빼앗아 갔습니다”

글: 그린피스

불에 타고 그을음과 재로 뒤덮인 양동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앙상한 철제 기둥, 타다 남은 나무 바닥과 농기구들… 지난 12월 2일, 호주 캔버라의 국회 앞으로 배달된 물건들입니다. 얼핏 쓰레기처럼 보이는 이 물건들을 국회까지 가져온 사람들은 이번 호주 산불의 피해자, 멜린다 플레이스먼과 파트너 딘 케네디입니다. 이들이 수레에 정성스레 담아온 물건들은, 사실 두 사람이 35년간 살아온 집이었습니다. 

'이것이 기후변화다'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불탄 집의 잔해 앞에 서 있는 멜린다 플레이스먼

멜린다 플레이스먼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님보이다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멜린다는 지난 11월 8일 그레프턴시 남부 지역을 휩쓸고 간 산불에 35년 동안 살던 집을 잃었습니다.

“그 집은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였죠. 올해는 우리 가족이 그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하는 첫 번째 해가 될겁니다. 

산불로 잃은 것은 집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던 삶의 방식도 잃고, 우리 집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던 야생동물들도 다 잃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대체 현실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불타버린 집의 잔해를 국회까지 옮겨온 것은 모리슨 총리에게 자신들의 파괴된 삶을 보여주고,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현실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멜린다와 딘은 물론 마을 공동체 전체가 집과 일상의 삶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빼앗은 산불은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멜린다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와 산불에 대응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국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현실적인 기후변화 대응책과 리더십을 기대했어요. 그런데 국회에 있는 자들은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거부하더군요. 그게 저를 행동하게 만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정부의 대처는 충분하지 않거든요.”

이번 산불로 파괴된 뉴사우스웨일즈의 모습

멜린다가 스콧 모리슨 총리와 정부에 바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행동해 나서는 것이죠. 멜린다는 화재의 잔해들 사이에 서서 ‘이것이 기후변화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의 가장 큰 책임이 석탄 사용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석탄을 버리고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할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정치인들은 우리를 옳은 길로 이끌고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과학자, 전직 소방대 책임자, 그리고 저를 비롯해 모든 것을 잃은 호주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우리를 위해서 기도하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기도가 아니에요. 지금 바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제 손주들이 희망이 있는 미래를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이제 그렇게 좋아하던 할머니 집에 더 이상 놀러오지 못하게 된 제 손주들이요. 그게 제가 여기, 국회에 온 이유입니다.”

 

멜린다 플레이스먼과 조 도즈는 호주 정부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멜린다와 딘을 돕기 위해 함께 국회에 온 조 도즈는 ‘기후행동을 위한 산불 생존자 모임’의 대표입니다. 조 역시  2018년 타트라 산불로 집을 잃었습니다. 그녀가 살던 마을에서 총 69채의 집이 파괴되었지만, 현재까지 다시 지어진 것은 7채뿐입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회복하는데는 이토록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마을이 불탈 때 저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지만, 저에게 돌아온 것은 ‘조용히 하고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산불이 난 지 674일이 흐른 지금,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북동부 왕가라타 대피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재민들과 호주 국방군, 자원봉사자들.

조를 비롯한 당시 산불의 피해자들은 아직도 위험과 상처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인 피해나 육체적인 피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산불 이전에 당연하게 영유해왔던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다는 것이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멜린다와 딘을 비롯한 마을 공동체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은 우리가 이미 겪었고, 겪고 있고, 앞으로도 한 평생동안 겪어야 할 일들입니다. 산불의 그 엄청난 파괴를 직접 목격하고 피해를 경험한다면, 이런 일을 겪으면 사람은 변하게 돼요. 트라우마 때문에 가족이 분열되고 심하면 이혼을 하기도 합니다. 보험료같이 현실적인 문제도 있죠. 생존자들이 해결하고 겪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그 동안의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가 힘이 듭니다. 제 스스로 이렇게 다시 서기까지 몇 년이 걸린 느낌이었어요.”

산불이 나기 전의 행복했던 일상은 모두 빼앗겼지만 멜린다와 딘, 그리고 조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변화해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더 이상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미래 세대에게 미래를 남겨줄 수 있도록 기후변화가 더 큰 재앙을 불러오기 전에 호주 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이지요. 

‘기후행동을 위한 산불 생존자 모임’의 대표 조 도즈는 산불로 인한 트라우마가 피해자들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다고 말합니다.

 

2019년 호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탄을 많이 수출한 국가였습니다. 석탄은 기후변화의 주범이자 호주의 산불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호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4년간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호주 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체 석탄 수입량의 30%에 달하는 많은 양의 석탄을 호주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야만 호주 산불같은 환경재앙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목소리로 기후위기를 함께 막아주세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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