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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은 기성세대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

청소년기후행동의 헌법 소원을 적극 지지하며

글: 이철현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커뮤니케이션 팀장
기성세대에게 호소합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간구합니다. 정부와 국회에게 명령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훔치지 마십시오. 그들로부터 미래를 꿈꿀 권리를 빼앗지 마십시오. 그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여 청소년들이 거리가 아니라 교실에서 자기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독일은 제1·2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 인근 해역부터 미국 동부 해안까지 대서양 양안에 잠수함 U보트 함단을 대규모로 전개합니다. 영국으로 가는 보급 물자를 해상에서 봉쇄해 영국을 고사시키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독일 해군은 U보트마다 토끼를 탑승시켰습니다. 토끼는 공기 중 산소 밀도에 민감해 산소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이상 증세를 보입니다. 그러면 승무원들은 잠수함을 서둘러 수면으로 부상시켜 함내 공기를 갈아 줍니다. 토끼가 일종의 공기 센서 역할을 대신한 것이죠.

지금 우리 사회의 토끼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불안에 떨며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시위를 벌이고 주말마다 피켓을 들고 정부와 국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주인들이 국회와 정부가 지금처럼 기후위기에 안일하게 대처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기상이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들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환경재앙을 두려워하며 평생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어린 시절 겨울마다 눈 속에서 놀던 기억을 잃을까, 아름답던 사계절이 추억으로만 남을까 두려워합니다. 우리 사회의 토끼들이 "우리도 기성세대처럼 미래를 마음껏 꿈꿀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성세대 상대로 부르짖고 호소했지만 정책 결정권자들은 나몰라라하고 기후변화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습니다. 참다못해 우리 청소년들이 법에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등 인간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부와 국회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법적 자구 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중·고등학생들이 지난해 9월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조직하고 대통령에게 좀 더 책임 있는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에 소속된 청소년 19명은 지난 3월 13일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회를 상대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정부가 2016년 5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폐지함으로써 청소년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일부 조항이 헌법을 위배한다고 지적합니다.

자기들이 살아갈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말라는 이들의 요구는 준엄합니다. 기성세대는 그들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빼앗을 권리가 없습니다. 어찌 이 지경까지 왔는지 기성세대의 일원으로서 참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기성세대도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린피스가 지난달 유권자 1,0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6.5%가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헌법 소원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기후행동인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미 전 세계는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재앙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경제포럼 등 국제 기구는 전 세계가 심각한 기후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 올랐고 이탓에 전 세계에서 이상기후 현상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유례없는 산불로 남한 면적보다 넓은 10만7000㎢의 산림이 불탔습니다. 유럽은 느닷없는 겨울 태풍에 시달리고 한반도는 따뜻한 겨울을 지냈습니다. 북극과 남극에서는 빙하가 녹아 내리며 영구동토가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도 기후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국 평균 기온은 해마다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재앙이 빈번해지고 인명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1960년대 1조2060억 원에 불과했던 이상기후로 인한 한국의 재산 피해는 2000년대 2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나라입니다. 세계 8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죠. 이탓에 국제 사회에서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얻어야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은 경제 위축을 우려하며 기후행동에 나서길 주저하고 있습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원자력 발전에 집착하고 산업 경쟁력 약화를 핑계로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후위기 이슈가 여야간 정쟁의 소재로 전락했습니다. 어른들의 어이없는 다툼을 우리 청소년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16세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해 9월23일 유엔(UN) 기후회의에 참석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했습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공허한 말들로 제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갔습니다. 그나마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체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대량 멸종의 서막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말하는 거라곤 돈과 영구적 경제 성장이라는 거짓말뿐입니다. 감히 당신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기성세대에게 호소합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간구합니다. 정부와 국회에게 명령합니다. 청소년들의 미래를 훔치지 마십시오. 그들로부터 미래를 꿈꿀 권리를 빼앗지 마십시오. 그들의 간절한 요청을 받아들여 청소년들이 거리가 아니라 교실에서 자기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요.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중·고등학생들이 지난해 9월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조직하고 대통령에게 좀 더 책임 있는 기후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린피스는 주요 정당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총선 공약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기후참정권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캠페인 서명으로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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