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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위한 그린 경기부양책

석탄발전 폐기 로드맵, 온실가스 배출목표 상향 등 구체적 실천계획 필요

글: 이철현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팀장 (Sean Lee)
그린뉴딜 정책을 약속한 집권여당이 21대 총선에서 대승하면서 문재인 정권이 남은 2년여 임기 동안 그린뉴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또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약속한 첫 동아시아 국가가 되었다. 이제 구체적 실행계획이 나와야 한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석탄화력발전 폐지 일정을 발표해야 한다.

경제·사회 구조가 오랫동안 고착되어 있으면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만만치 않다. 의식 속에 내재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반발이 혁신을 막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미국 과학철학자 토머스 새뮤얼 쿤은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진리의 축적에 의한 점진적 진보가 아닌 혁명, 즉 단절적 파열을 통해서만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층구조가 내부 균열을 일으키거나 강력한 외부 충격에 의해 깨져 나가야만 사회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코로나 사태로 한국은 미증유의 격변을 맞고 있다. 전염병이 대유행하면서 정치·사회 구조를 기초부터 흔들고 있다. 경제·산업 플랫폼은 안팎의 충격에 파열음을 내며 해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최빈국에서 세계 11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전기전자,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화석연료 의존 산업은 위기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원유 가격(서부텍사스 중질유)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정유 석유화학 업체들이 줄지어 쓰러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경제·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탄소중립적 경제체제를 만들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면서 레임덕을 겪기는 커녕 지지율이 60%에 육박하고 있다. 그린뉴딜, 2050년 탄소배출 제로 등 기후위기 대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 집권여당은 지난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회 의석 5분의 3 가량을 차지하는, 헌정 사상 최대의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부양 명목으로 예산 운용의 유연성도 커졌다. 천문학적 액수의 공적자금을 선별 투입해 산업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20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경제난 극복대책을 마련하는데 과거 방식에 머물지 않겠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에서 보여줬듯이 창의적 사고와 특단의 대책으로 국민 고통을 줄이고 위기 극복의 시간을 단축하겠다"며 “케이(K) 방역에 이어 케이(K) 경제까지 위기극복의 세계 표준이 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자신감을 경제위기 극복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경제위기 대책이 유효하려면 상황 인식이 정확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1997년 외환위기나 2007년 금융위기와 다르다. 기후위기는 목전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 여러 국가는 기후위기의 주범,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일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떠올랐고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수요는 급감했다. 자동차 산업도 변곡점을 맞았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내연기관 차량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내연기관차 제조업이 일찌감치 사양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석탄발전설비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하고 6천억원 규모 원화대출을 승인했다. 두산중공업은 코로나 사태와 상관없이 화석연료 의존형 사업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적자에서 시달려 왔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업구조를 유지한 탓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 기준이나 조건 없이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게 창의적 사고에 기초한 특단의 대책인가. 화석연료에 의존한 사업구조로 적자를 지닌 대기업들이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연명한다면 한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탄소집약적 산업에 공적자금을 쏟아부어 사양 업체를 좀비로 만들면 좌초자산만 늘고 국민 혈세는 녹아 없어진다.

자동차 대당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는 2014년 수립된 km 당 97g다.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3년 120.8g/km에서 2017년 143.9g/km로 오히려 늘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와 부품업체는 위기 대책으로 유동성 지원, 자동차세 감면,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유예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 생산을 크게 늘려야 했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전기차 투자에 늑장을 부려왔다. 배출 규제를 늦추거나 소비세를 감면해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을 늘린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은 세계 7위 탄소배출국이다. 석탄은 여전히 전략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석탄화력발전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을 내뿜고 있다.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소 60개를 보유하고 있으나 정부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석탄발전소 7기를 짓고 있다. 공적 금융기관들은 해외 석탄 프로젝트에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해외개발연구원(ODI)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과 2017년 해외에서 석탄공장을 짓는 프로젝트에 공적자금 11억 달러를 지원했다.

국민은 정부에게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가 지난 2월 한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7%가 기후위기 공약을 제시하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정부·여당은 선거에 승리한 이 시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원하는 국민 여망을 반영해 그린뉴딜을 경기부양책의 핵심과제로 삼아야 하고 2050년 탄소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해야한다.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석탄화력발전 폐기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 경기부양에 들어갈 공적자금은 미래 친환경 기술, 제품, 서비스 영역에 투입해야 한다. 여야는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한만큼 이념적 지향이나 당파성과 상관없이 그린뉴딜과 2050년 탄소순배출 제로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입법화 작업을 서둘러주길 기대한다.

기후위기 말고, 그린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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