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정말 친환경차일까?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내연기관차보다 많다?
매연이 없는 전기차는 주행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소비재가 그렇듯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 자동차를 제조하는 과정, 또 전기차를 충전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고려했을 때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이를 전 과정 분석(LCA, Life Cycle Assessment)이라고 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LCA는 동력 원료와 배터리 및 차체의 제조 및 가공 공정, 수송 및 유통, 사용, 재활용, 최종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및 원료 물질, 오염 배출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조사 기관에 따라 지정하는 자동차 LCA의 범위 및 기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별 발전 에너지원의 차이로 지역별 편차도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도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종종 LCA를 인용해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의심하는 주장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논문 'The Underestimated Potential of Battery Electric Vehicles to Reduce Emissions'에 따르면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배터리 제조 시 발생하는 탄소량의 과대평가, 배터리 수명의 과소평가, 전력원 구성이 탈탄소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 연료 생산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외하는 비현실적인 에너지 소비량 측정법 적용 때문입니다.
올해 4월,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T&E)은 유럽연합(EU) 내 전기차는 어떤 전력을 사용해도 내연기관차보다 약 3배 적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기차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0g이지만 디젤차는 이에 2.6배, 휘발유차는 2.8배를 배출합니다.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우는 배터리가 유럽과 거리가 먼 중국에서 생산되고 유럽연합 중 석탄 전기 비중이 높은 폴란드에서 그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운행되는 경우입니다. 이때 전기차는 디젤차보다 22%, 휘발유차보다 28% 적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킵니다. 반대로 이산화탄소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경우는 유럽에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높은 스웨덴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탑재하고, 스웨덴에서 운행되는 전기차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디젤차보다 80%, 휘발유차보다 81% 적습니다.
이외에도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인증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직접 자사 차량의 전 과정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Electric Vehicles with Lowest CO2 Emissions'를 발표했고, 카본브리프(Carbonbrief)의 'Factcheck: How electric vehicles help to tackle climate change' 역시 전기차의 환경성을 증명합니다. 물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합니다.
이처럼 전기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최악의 경우에도 운행 중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적입니다. 또한 여러 방법을 통해 친환경성이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배터리와 차체 제조 공정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가공 공정까지의 배출량이 감소합니다. 또 배터리 수명 연장 및 재사용 재활용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배터리 생산 과정의 탄소 발생량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중전하는 연료인 전기도 탈석탄 등 전력 내 탈탄소화가 함께 이뤄져야 가장 환경친화적인 전기차를 탈 수 있는 것이죠.
전기차의 전기는 무엇으로 만드나요?
태양광,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원은 여러 가지 에너지원 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적은 에너지원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2050년까지 인류가 사용하는 전력의 약 70~85%는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활용 가능한 모든 건물에 자가용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정부가 목표로 세우고 있는 2030년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42.3TWh)을 충분히 생산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잠재량은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실현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해결을 위해서는 도시형 태양광 패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환경영향평가가 전제된 임야 태양광의 부분적 설치 허용을 통해 빠르게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합니다.
참고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2018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기술·자연·지리·정책적 조건을 모두 고려해 계산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장 잠재량은 787TWh입니다.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 약 576TWh(2017년 기준)임에 비춰 볼 때, 이는 우리나라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럼 수소차는요?
수소차 운행 중에 배출하는 유해 배출 가스는 없습니다. 하지만 충전에 사용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개질해 얻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하면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는 적고 전기차보다는 많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로 발전된 전력으로 충전하는 것이 현실화된 전기차와 달리 아직 수소를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드는 방법은 시장성이 없습니다.
또한 수소차 차내 연료전지에서는 거의 46%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운행에 필요 없는 열이 발생해 냉각수로 따로 식혀줘야 하죠. 전기를 충전해서 바로 에너지로 사용하는 전기차와 수소를 충전하여 차내에서 산소와 결합시켜 다시 전기 에너지로 운행되는 수소연료전지차. 과연 어떤 엔진이 미래차로 더 효율적인 선택일까요?
수소차에 대해 더 궁금하시다면 그린피스 블로그 '전기차 주행 거리? 수소차 넘어섰죠'를 참고해 주세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합니다. 우리 자동차 산업계가 미래차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전면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재생가능에너지로 충전되는 전기차, 전기 교통 시대를 위해 힘을 모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