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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탈 탄소 목표 설정 없는 반쪽짜리 계획

글: 정상훈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한국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정책 발표에서는 탈 탄소 사회를 향한 목표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린뉴딜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발표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깁니다.
뉴욕 시민들이 지난해 9월 글로벌 기후시위에 참가해 정치권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996년 11월 저는 고 3 수험생의 신분으로 대학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고교 3년 생활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실을 맺길 기대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수능 시험 결과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험 성적이 형편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목표 설정'이었습니다. 어떤 대학, 어떤 과에 입학하고 싶은지, 입학을 위해서는 최소 몇 점을 얻어야 하는 것인지, 이 성적에 도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어떤 과목에 집중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종합계획 발표를 보면서 과거 고교 시절 실패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계획안에 '왜 그린뉴딜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린뉴딜로 무엇을 달성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정부의 인식이나 목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 정책의 양대 축 중 하나로 그린뉴딜을 제시했습니다.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그린뉴딜 정책은 친환경, 저탄소 등 그린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듯합니다.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인 뒤 대기에 남은 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것)을 지향한다고도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시점에 대한 언급은 빠졌습니다. 즉, 언제까지 탄소 중립을 이룰 것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하며 인류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아주 중요한 지점에 서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과학자들 수천 명의 연구를 바탕으로,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넷 제로(net-zero)로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매년 온실가스를 7.6%씩 감축해야 달성할 수 있는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금세기 중 지구의 평균 온도가 임계점을 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자 해결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그린뉴딜은 '2050년 탄소 순 배출 제로'라는 목표를 담았어야만 합니다. 단순히 친환경 사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린뉴딜의 본래 목적인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발전을 함께 이룩해야 한다'는 목적에 맞게 이를 달성할 수 있는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할 구체적인 년도를 제시했었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사진)

사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이미 공개된 지방자치단체들의 그린뉴딜 비전 및 로드맵보다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배출 도시를 이룬다는 목표로 건물, 수송, 도시 숲, 신재생에너지, 자원 순환 등 5대 분야의 친환경 정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 차량의 등록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 건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민간 건물 '제로에너지건축(ZEB)'* 의무화를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미국 뉴욕시 역시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로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후활성화법(Climate Mobilization Act)까지 제정했습니다.

국가 단위로는 유럽연합이 '그린 딜(Green Deal)'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재의 40%에서 50~55%로 상향 조정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린피스가 올해 3월 당시 이낙연 국회의원 선거 후보사무실에 2050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 정책 수립을 요구하는 프로젝션 퍼포먼스를 펼쳤다.

지난 2월, 그린피스가 의뢰해 한국리서치가 진행한 '기후위기에 대한 유권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90%는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응답자의 90%가 탄소중립에 동의했으며 이를 위한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까지 기후위기 비상 사태를 선포했고 청소년들은 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로부터 생존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 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우려하는 여론을 경청해 그린뉴딜의 목표를 더욱 더 구체화해 나가야 합니다. 올해 연말까지 국가 차원에서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담은 국가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2050년 순 배출 제로를 위한 비전과 로드맵을 명확히 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도 할 일이 있습니다. 최근 여야가 발의한 기후비상사태 결의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2050년 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은 너무나 힘든 과정이 될 것입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정부와 국회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함께 요구해주세요.

*제로에너지 건축: 제로에너지건축은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기 위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에너지 성능을 최적화하는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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