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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기상조회 탈출기_충전 인프라

글: 이병헌 그린피스 후원자님
그린피스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에 전달된 반가운 응원의 이야기. 전기차 운전자인 그린피스 후원자님이 직접 전하는 충전 경험담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기계 공학을 전공했다. 석사 논문을 디젤 엔진을 주제로 쓸까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전기차를 타게 될 줄이야. 2019년 그린피스의 친환경 자동차 캠페인을 통해 처음 전기차를 접하고, 마침 자동차 교체 시기여서 전기차를 선택한 행동파이다. 전기차 커뮤니티와 그린피스에서 작년에 발간한 '(대리점에서 알려주지 않는) 전기차 구매의 모든 것'이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지난 2월 중순 생애 첫 전기차를 출고하여 지금까지 누적 주행거리 1만 km를 주행했다. 가끔은 답답해하는 가족들을 데리고 차박을 다니기도 한다. 그린피스 후원자로 전기차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나의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를 지키기 위해 전기차를 선택했다.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시기상조회'라는 표현이 잘 알려졌다. "전기차, 아직 대중화되긴 시기상조야"라고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나도 처음에는 전기차를 떠올리면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많이 알아보고 또 실제로 운전해 보니 시기상조회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전기차 시기상조회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전기차의 단점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전기차를 타는 사람에게 집밥(가정용 전기차 충전기)은 일종의 로망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의무적으로 주차면 수의 일정 부분을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위해 써야 한다. 하지만 필자가 사는 곳은 지은 지 약 4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다. 주차 공간도 많이 부족하다. 40년 전에는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자가용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었으므로 당연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전기차 충전기가 없어서, 직접 입주자 회의에 건의하였다.

과감하게 돌파하기로 했지만, 생각보다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주민 회의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 건을 상정 의뢰했고 직접 회의에서 이유를 설명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기상조회가 있었는지 "주차 1면을 전기충전소를 제공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다소 시기상조임을 의결함"이라는 답을 받았다. 물론 주차난에 시달리는 주민 입장에서는 주차 공간 하나가 사라지는 아주 중대한 문제이다. 하지만 소수의 전기차 이용자가 혜택을 보는 게 아닌 전기차 이용 확대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매연도 내뿜지 않으니 매캐한 주차장을 조금이나마 맑게 할 테고 앞으로 전기차는 벌써 10만 대를 넘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음이 분명한데 말이다.

전국 곳곳의 공용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어 충전에 문제는 없었다.(이병헌 그린피스 후원자님 제공)

하지만, 나에게는 회사밥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용산구 내 빌딩. 역시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없었다. 집밥 설치에 실패한 지난 3월경, 회사 총무팀을 통해 입주사에 전기차 수요가 있으니 지하 주차장에 충전기 설치를 건의했다. 아파트에서 충전을 못한다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서 충전하는 것이 방법일 터! 다행히 건물주가 긍정적인 답변을 줬고 전기차 확대에 공감하여 심지어는 건물용 1톤 전기 상용차를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전기차 완속 충전기 2대가 지하 주차장에 설치되었다. 왜 급속 충전기가 아닌지 궁금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급속, 완속 충전기는 충전 방식에 따라 골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속 충전은 장시간 주차하는 '집밥'이나 '회사밥'에 적합한 충전 형태이다. 또 급속 충전과 비교하면 배터리 성능도 보호하고 충전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일거양득이 되겠다. 우리 회사에도 전기차 운전자들이 하나둘 생기고 다른 입주사도 전기차를 쓰는 것 같으니 이참에 빌딩 입주사 전기차 동호회를 만들어 서로의 일정을 조율해 충전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급속 충전기 이용 시, 보통 최대 80%까지의 충전만을 권장한다.

집밥과 회사밥이 없는데 전기차를 어떻게 타라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집이나 회사에 전기차 충전기가 없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필자의 7개월간의 운행 경험으로 볼 때, 또 전기차 커뮤니티에 사례들을 참고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 게다가 기술이 빠르게 진보해 전기차 1회 주행거리도 늘고 있다. 중간에 한 번 휴게소에서 충전한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넉넉하게 갈 수 있다. 아이들과 여행으로 전국 곳곳을 다닐 때 지금까지 충전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적이 없다. 거의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 동사무소, 일정 규모 공공 주차장에는 예외 없이 완속 및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요즘은 거의 모든 내비게이션에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주는 설정이 있다. 전기차 충전소 전용 앱으로도 검색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전기차 충전소는 정말 의외로 많다. 그동안 눈길을 주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뿐 그 위치와 개수를 보면 놀랍다. 실제로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 서비스 누리집의 통계 조사를 살펴보면 2019년 전국적으로 2만3012기가 넘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국형 그린 뉴딜에도 충전 인프라 확대 증대 계획이 있어 전기차 운전자로서 참 반가웠다. 동시에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 수소차 20만 대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전기차는 미래차가 아니라 지금 현실인 차이다.

충전기 위치 안내 전용 앱(EV Infra)으로 본 서울 시내 전기차 충전소 현황. 많다, 정말 많다.(이병헌 그린피스 후원자님 제공)

전기차를 사야 할 이유는 전기차를 사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훨씬 더 많다. 기름 냄새를 맡으며 가장 유가가 싼 주유소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또한, 각종 유지비, 충전료도 아직 내연기관차에 비해 저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르릉하며 매연을 뿜지 않으니 내 자식들에게 빚을 덜 지는 마음이 고맙다.

이상기후로 기후위기가 실감이 나는 요즘이다. 적어도 내 자동차는 일반 디젤, 가솔린차와 달리 주행 중에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는다는 뿌듯함도 있다. 요는, 전기차 시기상조회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요'에 속지 마시고 이쯤에서 내연기관차와 작별을 고하라고 감히 권하며 졸필을 마무리한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교통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전기차 전환에 집중하도록 여러분의 힘을 모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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