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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CEO 얼굴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이 걸린 이유

글: 최은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현대자동차는 자칭 '미래차 리더'이지만, 분명한 탈내연기관 목표 없이는 시장의 변화를 선도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내연기관차 중심의 사업 계획으로는 기후위기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 내일은 늦습니다(Wait no more).

9월 23일, 그린피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의 얼굴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 띄웠습니다. 두 개의 현수막에는 각각 '기후악당 정의선 부회장'과 'MR. CHUNG’S DIESEL OBSESSION GASOLINE ADDICTION(정의선의 디젤 집착 가솔린 중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8% 점유율을 차지한 만큼 산업 영향력이 큽니다. 게다가 기후위기 시대에 최적화된 대안으로 떠오르는 전기차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피스는 정의선 부회장을 '기후 악당'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왜일까요?

기후위기의 주범인 'CO2'(이산화탄소)가 쓰인 풍선에 거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정의선 부회장, 언제까지 디젤과 가솔린에 집착하실 건가요?

'기후 악당'은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나 기업을 지칭합니다. 최근 폭우와 폭염,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는 산불을 보면서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일, 일상이 사라지고 '우리 집이 불타고 있는' 상황임을 알게 된 것이죠. 이에 따라 여러 국가와 기업들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탈탄소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주축으로 한 한국형 뉴딜의 청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기본적인 기후위기 인식조차 결여된 실망스러운 계획이었습니다만) 그린뉴딜의 중심인 미래 친환경차 산업에 직접 정의선 부회장이 등장해 화제였습니다. 그는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현대차 그룹 생존과도 관련이 있고,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므로 잘 해내겠다"며 "현대차그룹은 저탄소에서 나아가 제로 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2025년에 전기차(BEV)를 100만 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 기록해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했죠.

100만 대라고 하면 대단히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전체와 비교하면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전 세계에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약 719만대입니다. 2025년에 판매 대수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또한 그룹의 수소차 계획 11만 대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신차의 85%는 내연기관차가 됩니다. 15%만 친환경이고 나머지는 여전히 디젤, 가솔린 등과 같은 차량인 것이죠.

현대차그룹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행동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2018년 독일 항공우주연구센터(DLR)의 보고서를 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맞추기 위해서는 자동차 산업계가 늦어도 2028년 내로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와 기업을 상대로 내연기관차 퇴출 캠페인을 이어 오고 있다. © Sungwoo Lee / Greenpeace

미래차 리더가 되고 싶다면 "탈내연기관" 선언부터

'기후 악당' 한국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도 국내 제조사들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선택권이 없는 소비자들은 가솔린차와 디젤차를 구매할 수밖에 없고, 원하지 않게 기후변화 가속을 거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도로를 잠식한 자동차 대부분은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8년 국내 완성차 및 수입차 자동차 판매량은 총 174만9710대로 그중 국산차는 150만4930대를 차지합니다. 이중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123만3795대(현대차는 71만9,167대), 전체 판매량의 70%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수입차를 제외하면 내수 시장 점유율은 80%에 근접합니다.

환경뿐만 아니라 산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현대차의 빠른 전환은 필수입니다. 지난 16일 유럽연합집행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40%였던 이전 감축 목표를 과감하게 강화해 화석연료 산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집행위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송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20년 내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했고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순수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에너지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76개국 전기차 판매량 점유율 26.7%를 차지하죠. 탈내연기관 및 전기차 전환에 대한 분명한 목표는 기업에는 물론 안정적인 고용 전환에도 이롭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 "내연기관차를 고집하면 우리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변화를 부정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노조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현대차의 경쟁력을 갖춰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이 같은 활동은 전 세계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6년부터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화석연료차 생산 중단과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쳐 왔습니다. 지난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내연기관차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비폭력 직접 행동 시위를 벌여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그린피스 블로그 '현대자동차가 100%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참고해 주세요.)

25일은 세계 기후 행동의 날입니다. 어른들이 가중시킨 기후위기를 끝내고자 직접 행동에 나선 미래 세대들, 그리고 함께 변화를 이루고 싶은 수백만 명이 거리로 시위를 벌였습니다. '제대로 된 목표의 부재'는 많은 낭비를 가져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공부와 운동을 시작할 때도 목표 설정을 제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시간과 자본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동차 산업계가 제대로 된 탈내연기관 시점을 정하지 않고 허송세월한다면 우리의 기회비용은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 사태를 맞는 것일 것입니다.

현대차, 얼마 남지 않은 선택의 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간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물론 산업계와 정부에게 탈내연기관을 촉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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