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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의 기억 - 그린피스 동아시아 캠페이너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캠페인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올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린피스 서울과 홍콩, 도쿄 사무소의 원전 캠페이너들을 화상으로 만나, 지난 10년간 함께 힘을 합쳐 진행해 온 후쿠시마 캠페인의 의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Q. 후쿠시마 캠페인에서 여러분은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스즈키 카즈에, 일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저는 2011년 5월부터 후쿠시마 원전 캠페이너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지역의 학교를 다시 열었지만, 학부모는 방사성 오염으로 인한 위험으로 많이 우려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를 대상으로 방사선량이 안전기준보다 높은 지역에서 아이들과 임산부들을 대피시킬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장마리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저는 서울사무소에서 탈원전 캠페인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해외 석탄 투자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제가 원전 캠페인에 특히 관심이 많아 두 캠페인을 모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후쿠시마 나미에 마을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그린피스 방사선방호전문팀. 왼쪽부터 도쿄사무소의 카즈에와 마이, 서울사무소의 마리, 홍콩사무소의 레이.

캠페인 시너지를 위해, 도쿄사무소를 포함해 동아시아의 모든 사무소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과학에 기반한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전문가와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죠. 또 탈원전 캠페인은 단순히 대중을 대상으로만 진행하는 캠페인은 아니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로비 활동과 정치적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저는 그린피스에서 3년간 활동했지만, 그린피스가 지난 반 세기 동안 항상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지구 시민으로서 고마움을 느껴요.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가장 먼저 바로 사고 현장을 찾은 단체입니다. 또한 지난 10년간 지속해서 현장을 찾아 조사 활동을 펼쳤고요.  우리가 사고 현장의 진실을 신속하게 보여줄 수 있었기에 일본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원전 이슈와 관련해 그린피스의 역할을 대중에게 잘 인식시킬 수도 있었구요. 

 

레이 홍콩사무소 연구조사팀장: 저는 현장 조사원으로 후쿠시마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방사선 방호 전문그룹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주로 후쿠시마 현장의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조사원들의 개인 방호를 담당했습니다. 사고 직후인 2011년 8월에 후쿠시마를 처음으로 방문했었지요. 

우연하게도, 그 전 해였던 2010년 11월에 저는 저는 방사성 오염 환경에서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인증서를 받았습니다. 

그 후로 여러번 후쿠시마 현장을 찾아 트레이닝과 모니터링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는 제염업체 직원들이 숲과 도로, 좁은 도로에서 제염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저는 길가에 셀 수도 없이 쌓여있는 제염토 봉투가 옮겨지는 것도 보았습니다. 후쿠시마의 많은 가족들은 평생 뿌리내리고 살아온 집이 모두 폐허가 된 모습을 뒤로 하고 떠나야만 했습니다.

후쿠시마의 일부 지역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습니다.

또 저는 하천과 강이 재오염되는 현상도 목격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린피스가 지속해서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입니다. 주민들이 후쿠시마로 돌아가도 안전한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요.  

후쿠시마에 있는 동안 저는 불확실한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우리 모두 방사선 물질에 노출되면 알람이 울리는 개인 방사선 선량계를 소지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초현실적인 경험이었어요. 제가 방사성 훈련을 받을 때만 해도 불과 몇 달 후에 실제 극단적으로 오염된 전쟁터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요. 현장 조사를 하면서 그린피스 조사원들은 볼 수도, 냄새를 맡거나 맛을 느낄 수도 없는 방사성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조사 기간 동안 매일 개인 보호 장비를 지니고 선량을 확인했지요. 하지만, 그곳에는 주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채 우리보다 훨씬 오랜 시간 동안 방사성 오염에 노출되어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방사선방호전문팀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60km 떨어져 있는 오나미에 위치한 마을에서 방사선량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캠페인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카즈에: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려요. 그래서 우리가 후쿠시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계속해서 상기시켜줘야 해요. 일본 정부는 탄소 배출 감축을 내세워 원전을 이용하고 싶어하지만, 그건 정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반드시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가야만 합니다. 

원전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유일한 방법은 원전을 없애는 것입니다. 후쿠시마 주민들은 다른 사람들이 본인이 겪은 고통을 마주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계속 말하고 있습니다.

 

레이: 저는 후쿠시마 주민들이 고향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저에게는 이 캠페인에 대한 비전입니다. 제가 처음 후쿠시마에 갔을 때, 도시 자체가 텅 비어 있는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 근처 20~30km 거리의 제한 구역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았죠.

 

마리: 저는 한국의 관점을 더하고 싶은데요. 우리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만일 일본 정부가 향후 5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원전 폐로 계획과 후쿠시마현 전체 상황을 악화시킬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게 위험하지 않도록 오염수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방류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아부쿠마 강의 방사선량을 측정 중인 레이

 

후쿠시마 캠페인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무엇인가요?

마리: 한 가지 특별한 기억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2019년에 후쿠시마에서 거의 한달을 머물렀어요. 방사선량 현장 조사에 참여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한 가지 매우 확실했던 것은 후쿠시마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고는 후쿠시마 캠페인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돌아오던 날 아침, 저는 도쿄에서 태풍 하기비스 때문에 지연된 귀국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왜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울음이 터져 몇 시간동안 멈추지 않았어요. 재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후쿠시마 사람들이 떠올랐죠. 그 날 아침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에요.

 

레이: 제가 처음 후쿠시마에 갔을 때, 20명이 넘는 동료들이 함께 했어요. 저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린피스의 협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해요. 또한 후쿠시마 및 원전 캠페인에 대한 동료들의 헌신이기도 했죠. 우리가 가장 최근 2019년 현장 조사를 진행 했을때, 후쿠시마의 오염 실태와 현지 주민들의 삶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강렬한 비디오를 만들어 준 카즈에와 마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와 시민들이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팬데믹 상황에서 함께 일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마리: 저는 사실 코로나19가 우리의 협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느껴요. 일본사무소 동료들은 작년에도 후쿠시마를 방문했고, 덕분에 우리가 2021년 3월 두 개의 리포트를 발표하고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었죠. 서울사무소에서는 대면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할지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지만, 이런 변화된 환경에서 어떻게 캠페인을 이끌고, 또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것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일본 대사관에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8만 명 시민들의 서명을 전달한 장마리 캠페이너

 

카즈에: 저도 공감해요. 코로나19 이전에도 마리와 레이, 저는 주로 온라인으로 함께 일해왔어서인지 우리의 협업이 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은 것 같아요. 

 

레이: 불안정한 시국에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오프라인 작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격으로 협업해서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는 문제를 다룬 두 개의 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었죠. 우리는 한 팀으로 서로를 돕습니다.

 

그린피스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카즈에: 1991년에 미국하고 이라크 사이에 전쟁이 났어요. 그때 일본 정부는 우리의 세금(제 돈이죠)을 가지고 전쟁을 지원하겠다고 했고 전 너무 화가 났어요. 당장 멈추게 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죠. 그때는 인터넷도 없었으니까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이름에 ‘평화’가 들어간 단체들을 찾아봤어요. 그땐 그린피스를 찾지 못했지만, 대신 다른 단체를 찾아서 모임에 갔다가 거기서 그린피스 사람들을 만나게 됐죠.

저는 그린피스가 정말 훌륭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전쟁을 반대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석유’를 놓고 전쟁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거든요. 만일 우리가 석유를 위해 전쟁을 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을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했죠. 전 그때 이 단체에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전쟁이 시작된 근본 원인을 바꾸려고 하는 단체이니까요. 이게 제가 그린피스에서 일하게 된 이야기에요!

2003년 도쿄 ‘평화를 위한 연합’ 세미나에서 발표 중인 스즈키 카즈에 캠페이너

 

마리: 이 질문을 들으니 과거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에요! 사실 전 지역사회 풀뿌리 운동에 관심이 더 많았기 때문에 제가 그린피스에서 일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하지만 제 결심을 바꾼 계기가 있었죠.

먼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줬어요. 그때 수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고, 정부가 구조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원망을 많이 했죠. 그때 후쿠시마 사고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어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주민들을 대하는 것과 같은 무책임이니까요.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탐색 중에 그린피스가 50년 가까이 탈원전 캠페인을 진행해 의미있는 변화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 역시도 그린피스에서 그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레이: 저는 그린피스에서 14년 동안 일했습니다. 그 전에는 상업 분야에 종사했죠. 어느 순간, 더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린피스에서 제가 원하던 일을 찾았죠.

저는 여러가지 캠페인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현장 조사에 참여했습니다. 위험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예를 들면 어느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의 독성물질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하다가 보안직원에게 쫓겨나기도 했어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어요! 다 이 일의 일부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을 막아야만 합니다.

 

후원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레이: 원자력은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어디에 살고 계시든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는 것을 반대해 주시고 캠페인 서명에도 동참해달라고 후원자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주민을 제한 구역에 돌려보내기 전에 반드시 안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리: 레이의 말에 동의해요. 탈원전 캠페인은 한국은 물론이고 여러 위험 속에서도 수많은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력을 사용하는 모든 곳에 필요한 캠페인입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한국의 대중에게 원전 사고의 위험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원전을 대체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과 함께 100%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저희를 후원해 주시는여러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요. 저희의 모든 캠페인 작업은 여러분의 후원과 참여 덕분에 가능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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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후쿠시마 방사선 조사를 위해 모인 그린피스의 전문가들. 조사팀은 정기적으로 후쿠시마를 방문해 방사선량을 모니터링합니다. © Greenpeace

 

카즈에: 저는 후원자님들께 누가 원전에 투자하는지 유심히 찾아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도쿄시는 도쿄전력(TEPCO)의 주주입니다. 여러분이 이용하시는 은행 역시 확인해 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도시바나 미츠비시, 히타치 등 유명 기업들이 원전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만일 그들이 계속해서 원전 업계에 투자를 한다면, 그 기업들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압박을 넣을 수도 있겠죠. 우리가 함께라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을 하다보면, 우리는 종종 “나는 못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개인으로서는 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가 모여서 더 큰 목소리를 낸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그린피스가 전 세계에서 일하는 방식이지요.

저는 진심으로 후원자님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힘들 때 회복해 끈기있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영감을 주시죠. 

여러분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그래서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린피스를 선택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더 안전한 지구를 만들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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