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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약속이니까” 국제사회의 탈석탄 약속

글: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지난 3월,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전 세계 국가들에게 ‘탈석탄’을 주문했습니다. 총장 명의로 각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탈석탄을 하라고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석탄발전은 기후위기 문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어느 해보다 올해 세계 각국은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분주하게 모일 예정입니다. 한국 역시 환경과 지속가능 성장을 주제로 5월말 ‘P4G’라는 국제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사이, 과연 석탄 문제를 주요 국가들과 한국은 어떻게 논의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3월 2일, 탈석탄을 선언한 정부들의 모임인 국제탈석탄동맹 (PPCA) 정상회의에 맞춰 “전 세계에서 진행중인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동안 UN 사무총장이 각국의 탈석탄 선언이 나올 때 지지를 보내거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낸 적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각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탈석탄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이만큼 줄이겠다고 내놓은 목표(NDC)를 한데 모아서 따져보니, 이 정도 속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게다가 석탄발전 중지를 단순히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기한과 직접적인 이행방식도 세세하게 덧붙였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2030년까지, 그 외 국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못박은 겁니다. 또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은 11월에 열릴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전에 탈석탄을 선언하고 G7 국가들은 7월로 예정된 정상회의 전에 선언해달라며 빠른 결단도 촉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석탄발전 투자 역시 올해 안에 중단을 선언하고 공공 및 민간 금융기관들은 석탄발전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으로 눈을 돌리라고 주문하였습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에게 도전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리한 요구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이 정도의 요구사항은 최악으로 치닫는 기후위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져 호주에서는 수개월간 산불이 지속되었다

도전적인 목표는 나 혼자 노력하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그 목표가 나 혼자만 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이라면 더더욱 연대가 중요합니다. 기후위기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탈석탄 노력은 딱 그런 축에 속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올해 전 세계 정상들과 장관급 인사들은 국제적 연대를 위해 동분서주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빽빽하게 예정되어 있는 회의들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몇 가지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UN 사무총장도 언급한 COP26과 미국 주도의 기후정상회의, 그리고 곧 한국이 개최할 2021 P4G 서울정상회의(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가 그것입니다.

COP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UN 당사국회의입니다. 그 유명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것도 세 번째 COP 회의였죠.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26번째 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영국은 총회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작년부터 앞장서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을 ‘기후행동의 해’로 정하고 각종 기후 변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2030년까지 휘발유 및 경유 차량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석탄화력발전소 역시 2024년까지 모두 퇴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8%까지 줄일 계획입니다. 총회 의장국답게 자국 내 기후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지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COP25 기간 동안 그린피스 회원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이 진전있는 합의를 요구하는 행진 장면

한편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올 1월에 취임하면서 올해 지구의 날(4월 22일)에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세계 정상들을 소집하는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 회의에서 강력한 기후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할 예정이며, 이를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COP26으로 가는 여정의 중요한 이정표로 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영국 못지않게 강력한 자국 내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였습니다. 게다가 석유회사들의 엄청난 반대와 로비에도 굴하지 않고, 미국 연방정부 소유의 국유지 내 석유 및 가스회사의 채굴 입찰을 중단시키는 행정명령도 단행하였습니다.

이런 미국의 강력한 공세에 힘입어 최근 일본 정부는 해외에서의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고려중입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일본은 중국 및 한국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적자금을 해외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같이 다른 나라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물론 미국의 막강한 외교력도 한 몫 했겠지만, 의장국이 회의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미국처럼 COP26의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또 다른 회의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에서 5월 말 개최될 P4G 회의입니다. P4G는 녹색 성장, 지속 가능성, 파리협약 등 지구적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 민·관 연대체인데요.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와 칠레, 멕시코, 방글라데시,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케냐, 남아공,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며 여러 국책기관 및 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죠.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의장국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아쉽게도 다른 나라 의장국만큼 선도적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국내 석탄발전소는 2054년까지 가동될 전망이며 새 발전소도 계속해서 건설중입니다. 작년에 한국 공적기관들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2건의 신규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런 의장국이 주도하는 ‘녹색 성장’과 ‘지속 가능성’ 주제의 회의에서 시급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까요? 그에 앞서, 어떻게 COP26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뿐입니다.

한국전력과 공적금융기관이 투자하기로 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발전소 부지 인근 사진

한국 정부는 P4G 의장국으로서 UN 사무총장의 탈석탄 요구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상응할 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늦어도 회의 개최 전까지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하고 국내 석탄발전소 역시 조기 폐쇄하는 등 에너지와 산업 정책에서 유의미한 선언이 필요합니다. 이는 P4G 회의에서 진취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전제 조건이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회의는 그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빠른 시일 내에 강화하겠다’거나 ‘지속가능한 녹색 성장을 위해서 협력한다’라는 수준의 맥빠진 합의를 내놓는 허울 좋은 행사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한국 정부가 조속한 탈석탄 선언을 통해 곧 다가오는 기후정상회의와 P4G 회의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희망합니다. 그린피스와 함께 한국 정부의 결단을 요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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