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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100% 재생에너지 로드맵 발표의 의미와 과제

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그린피스가 시민들과 함께 요구해서 이끌어낸 네이버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의 의미와 과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녹색 검색창과 모바일 메신저로 모두에게 친숙한 기업이죠. 네이버가 2040년까지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로드맵을 지난 5월 28일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작년 10월, 네이버는 ‘2040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전략을 밝힌 바 있는데요. 쉽게 말해, 배출하는 탄소량과 감축량을 일치(배출=감축)시킨다는 ‘탄소 중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감축량을 배출보다 더 크게 하는 네거티브(-)를 2040년까지 달성하겠다(배출<감축)는 의미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네이버는 기존에 선언한 친환경 경영 전략을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담았습니다. 건물 설비의 효율을 높이고 태양광 사용도 늘리는 한편, 전력구매계약 (PPA) 제도* 활용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어떻게 배출하는 탄소량보다 감축량을 더 키울 수 있을지 뒤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력구매계약(PPA) 제도란?
그린피스가 도입을 촉구한 제도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장기 전력 공급/구매계약을 통해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없는 깨끗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해외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력사용 방식이기도 합니다.

우선 전력 사용량부터 따져볼까요?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력 뭐 얼마나 되겠어?’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사용하는 건물의 전력 소비량은 공룡급입니다. 네이버는 ‘그린팩토리’라 불리는 사옥 뿐만 아니라, 축구장 7배 크기의 면적에 12만대의 서버를 보관하는 대규모 데이터 센터를 춘천에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는 수 많은 온라인 정보를 모아놓은 데이터댐 역할을 하는데요. 작년 한해 이곳에서 사용한 전력은 156,875MWh, 배출된 온실가스량은 71,534톤으로 4인가족 기준 36,351 가구에서 사용하는 전력 및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지금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춘천의 데이터센터 보다 6배나 큰 센터를 세종시에 건설 중인데요. 이런 전력 다소비 기업 네이버가 구체적인 시한을 못박고 전력사용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단 환영할만한 소식입니다.

이 반가운 선언이 하루아침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이는 사실 오랜시간 그린피스의 기업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요구에 함께해주신 시민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변화입니다.

2015년 5월, 그린피스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딴거하자’ 캠페인을 시작했는데요.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 IT 쇼에서 국내 대형 IT 기업들에게 환경을 파괴하는 구시대적인 석탄발전소와 위험한 원전으로 생산된 전기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현장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가면을 쓰고 2015년 IT 박람회 개막식에서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진행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대형 IT 기업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 현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런 IT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수준이 1% 미만이라는 충격적인 실태를 조명하였죠.

그린피스 USA의 IT 수석 분석가인 Gary Cook이 서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시민여러분들이 그린피스의 활동을 지지해주셨고 그 결과 그린피스는 네이버와 면담을 통해 마침내 “네이버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공식화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 1월, 글로벌 보고서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를 통해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실태를 비교·분석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나란히 평가한 최초 보고서로, 평가 결과 우리나라 기업의 성적은 해외 경쟁사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죠. 이 중 네이버는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확충하겠다는 공개적 약속은 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가 없어서 C등급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속적인 캠페인이 이어지면서, 네이버도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데이터센터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자사 웹사이트에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그린피스에서 공개한 주요 IT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성적표

그린피스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 기업 뿐 아니라 정부에도 변화를 촉구해 왔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에 있어 정책적 뒷받침 역시 중요한데요. 2019년부터는 정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재생 에너지 전력 구매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캠페인도 전개하였습니다. 기업을 포함한 전력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었죠. 그린피스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정책 토론회도 개최하고 정부에 PPA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PPA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진행했다.

캠페인 활동에 힘입어 정부와 국회는 PPA 도입을 위한 정책 작업을 지속해 왔고, 드디어 올해 3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기업을 포함한 전력 소비자가 전력구매계약을 직접 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녹색요금제,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재생에너지 사업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제도가 올해부터 도입됐습니다. ‘제도가 없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해소되고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선택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이죠.

이런 제도적 발판 위에 나온 네이버의 발표에는 두가지 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첫째, 해외 경쟁업체들에 비해 전환 목표 시점이 너무 늦다는 점입니다. 애플과 구글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로의 전환을 끝냈습니다. 마이크로소트는 2025년, 아마존은 2030년까지 100% 전환 목표를 세우고 달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경쟁을 벌이면서 탈탄소 경제가 전 세계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기업의 책임과 함께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글로벌 경쟁사보다 최소 10년 늦은 상황에서 네이버의 2040년 재생가능에너지 100% 목표에 박수만 쳐줄 수는 없는 것이죠.

둘째,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네이버는 탄소배출보다 감축을 더 많이 하겠다는 ‘카본 네거티브’를 천명했지만,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는 점입니다. 지속가능보고서에는 그 방법으로 ①운영상의 환경영향을 저감하고, ②제품/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하며, ③외부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달성하겠다고 되어 있을 뿐, 언제까지 어떤 세부적인 방식과 단계를 통해 얼마나 감축하겠다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넘쳐나는 기업들의 선언과 약속들 사이에서 네이버의 이 선언이 의미있는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로드맵이 있어야합니다.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권리가 있고 기업에게는 그러한 정보를 제공할 사회적 책임있습니다.

국내 인터넷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네이버가 조금 더 분발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중장거리 육상경주에는 다른 선수들을 유도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앞서 가는 ‘페이스메이커’란 역할이 있습니다.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네이버가 글로벌 무대에서 해외 경쟁 선수들의 수준에 걸맞은 속도로 야심차게 나아갈 때,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들은 네이버를 페이스메이커 삼아 달려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제도가 도입된 만큼, 기업이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 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있으나, 그 전력의 대부분은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제도가 도입된 만큼, 그린피스는 국내 주요 기업으로 대상을 넓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미 국내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100% 목표년도 및 이행방안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요. 곧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러했듯, 그린피스는 앞으로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변화를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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