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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경주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습니다

글: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경주하면 떠오르는 첨성대, 문무대왕릉. 많은 유적지가 위치한 경주에는 원자로 4기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도 있습니다. 지난 9월 12일은 경주 시민들이 원전 위험성을 절실히 느꼈던 경주대지진 5주년이었습니다. 최근 경주 월성원전에서 20년간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뉴스에 보도됐습니다. 올 초 제보자를 통해 알려진 월성원전의 방사성 오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입니다.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다

새해를 며칠 앞둔 추운 어느 날, 어둠 속에서 한 제보자가 나타났습니다. 경주환경연합에 익명의 제보자가 기밀 보고서를 전한 것입니다.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이란 제목의 보고서는 2020년 6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제출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입니다.

4년 전 확인한 삼중수소 지하수 오염

보고서는 놀라운 사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2018년부터 원전 부지 내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를 진행해 온 것입니다.

월성 3호기 부근 지하수 배수로(터빈 갤러리) 맨홀의 고인물에서는 리터당 71만 2천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이 배수로는 방사성 물질이 처리를 위해 폐기되는 경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이 정도 준위의 삼중수소가 발견되면 안 되는 곳이죠.

71만 베크렐은 배출 관리 기준인 리터당 4만 베크렐보다 약 18배에 이르는 고농도이며,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준 대비 약 7배 더 높은 수준입니다.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을 처리하는 배기구, 배수구를 통하지 않고 외부로 ‘비계획적 방출’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원자력법에 따른 운영기술지침 위반 사항입니다.

제보자를 통해 알려진 진실, 조사단이 꾸려지다

제보자의 보고서가 언론에 알려진 것이 2020년 12월입니다. 당시 많은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삼중수소 위험성에 대한 공방도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삼중수소는 전 세계 원전 인근 주민들을 가장 많이 피폭시키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입니다. 원전을 운영하기 위한 냉각수 배출, 대기 중 삼중수소 배출이 불가피 하다는 이유로 그 위험성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영국, 미국, 독일에서 정부 차원의 연구가 이루어지며 해외에서는 삼중수소가 암이나 유전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란 점을 이미 인정했습니다.

언론과 원자력 산업계, 학계를 비롯해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원안위는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추천 원자력 전문가 1인을 포함한 삼중수소 누설 원인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렸고, 현재까지 5개월간 조사단이 운영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 8일, JTBC 단독 보도를 통해 5개월 간 조사단이 발견한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원전 부지의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의혹에 대해 원안위, 한수원,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빗물에 의한 누설이며 핵심 설비의 균열은 없다’고 단언했으나 조사단이 확인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안전 강화한다던 설비 시공, 사용후핵연료 수조 파손해

30년 가동 수명을 다한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입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속 조치로 약 6백억 규모의 격납건물여과배기(CFVS) 설치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한수원 원장과 안전처장은 중대사고 위험을 감소시킬 CFVS 설치가 월성 1호기를 ‘명품 원전’으로 만들 것이라 홍보하며 국내에 있는 모든 원전에 여과배기 설치 사업 추진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2019년, 국정감사를 통해 수백억을 들인 CFVS가 중대사고 위험을 감소시키지 못 한다는 이유로 동 사업이 폐기된 사실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조사 결과, 안전을 강화한다던 CFVS 시공이 약 30년간 사용한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된 수조 바닥을 파손시켜 누설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습니다. CFVS를 고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파이프가 수조 바닥 7개 지점을 관통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억지 안전 조치가 더 큰 화를 불러왔습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프랑스의 아레바 사를 대상으로 국제 소송을 시작했다지만, 당초 차수막 바닥을 뚫는 시공 계획을 승인한 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할 일입니다.

전례 없는 방사능 누설, 20년 넘게 삼중수소가 새고 있다

그린피스는 경주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누설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8월 말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진행했습니다. 경주 원전의 누설 사고는 국내 원전 사고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증명하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그린피스가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설을 알리고 즉각 대처를 요구하기 위해 원전 옆 해변에서 비폭력 직접 행동을 진행했다. © Greenpeace / Sungwoo Lee

또, 9월 10일 진행된 원안위 조사단의 보도자료 발행 대응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2021년 9월 13일 그린피스와 원자력안전과미래,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주 월성원전에서 20년 전부터 방사성 물질의 누설이 있었지만 대처가 전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즉각 대처를 요구했다.(좌측부터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 Yejin Kim / Greenpeace

그린피스, 원자력안전과미래,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와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1) 97년부터 2012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수조의 보수 공사 전력은 누설이 20년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 2) 수명연장 승인을 위한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검사가 육안으로만 이루어져 원자력법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 3) 삼중수소 위험성이 저평가 되어 시민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2017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승인 취소 소송을 승소로 이끌었던 김영희 변호사는 이번 조사 결과로 수명연장 심사 과정의 위법이 또 한 번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제38조에 따르면, “수명연장 심사시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하여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내 대부분의 원전이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수조 내벽을 설치해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안전성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 원전 1-4호기는 잦은 부식으로 방수 기능 저하가 이미 해외에서 확인된 에폭시 라이닝을 그대로 유지했던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는, 원자로시설 기술기준규칙, RG1.13(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 가이드라인) 등 관련 규정에 의하여,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방사성물질의 누설을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규정 위반입니다.

방사능 누설의 즉각 차단과 책임자 규명 필요

이번 월성원전 방사능 누설사고는 명백한 ‘인재’입니다. 정기적인 안전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누설은 더 빨리 파악하여 즉각 조치할 수 있었던 사안입니다. 엉터리 시공으로 수조를 훼손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방사능 누설 원인과 범위를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20년간 방치된 수조의 누설 지점을 당장 보수하는 것입니다.

조사단 현안소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단 한병석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유조선이 침몰하면 침몰 원인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기름 유출을 당장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수년간 누설 사실을 알고도 아직까지 아무 대처를 하지 않고 누설을 방치하고 있는 원안위, 한수원, 원자력안전기술원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원전 안전에 치명적일 수 있는 고장과 결함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안전한 원전이란 없습니다. 여러분과 그린피스가 함께 요구하면 빠르게 원전을 줄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원전 말고 안전입니다. 지금 이 글을 널리 공유하시고, 그린피스와 함께 경주 월성원전 방사능 누설의 신속한 대처를 요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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